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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토너 ;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스토너'. 작년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추천 받았었다.

소개글을 찾아보니 1965년 작인데 출간 50년이 지나서 미국, 유럽에서 사랑받기 시작했다고 하고 우리나라는 최근 몇년전부터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평생을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 묵묵히 살아나간 영문학 교수의 얘기로 전반적으로 주인공의 인생을 실패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때는 다른 책을 읽느라 바빠서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다른 독서모임의 8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스토리 위주의 소설이다보니 술술 읽혔다.

초반에는 주인공의 힘든 삶이 측은해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생각이 줄어들었다.

비록 그에게 주어진 환경이 녹록치 않았지만 그는 매순간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왜 저렇게까지 살아야할까, 차라리 이혼을 하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단순히 그가 와이프를 참고 견뎌냈다기 보다는 그 또한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선택이 옳으냐 아니냐는 다른 관점이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의 삶을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그는 그 결정으로 그가 얻게될/잃게될 것들을 고려하고, 무엇보다 그의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때로는 그가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 그레이스와 멀어질 때, 캐서린을 떠나보낼 때, 로맥스의 괴롭힘에 대응할 때... 그는 주변의 권유보다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견뎌냈다.

그렇기에 그건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일생이 한편의 소설로 압축되다 보니 불행한 이벤트가 도드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대부분은 살면서 각기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크고 작은 어려움과 부침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성취감이나 예기치 않았던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힘든 순간을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이자 위로할 수 있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아마 내가 20대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내내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느끼며 스토너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나 스토너가 죽음을 맞이하는 나이와 비슷한 시기에 이 책을 읽으니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내가 스토너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가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매순간 자신에게 충실하고자 했던 스토너의 삶은 성공, 또는 실패라는 잣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소중하게 살아갔다.

그래서 나는 그의 삶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인생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그를 찾기 위해 혹은 그를 실현하기 위해 매진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두가지 의미에 매달리다 보면 그것과 관련되지 않은 대부분의 시간들은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그 결과가 의도했던 바와 다르면 좌절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나서도 들었던 생각이지만 우리 인생에 엄청난 의미가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충실하게 보내는 것, 나에게 의미있고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보내는 것이 인생의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스토나와 내가 비슷한다고 생각한 순간이 몇번 있었다.

그만큼 스토너의 삶은 평범한 대다수의 삶을 대변하는 매우 일반적인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과거의 선택들을 반추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출간된지 50년이 넘어서 사랑받을 수 있던 이유는 스토너는 결국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20년 후쯤 이 책과 지금 쓴 소감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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