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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만남의 장점 ; 와인 주제의 소셜 게더링 서비스 '와이넵' 후기

개인적으로 나의 일상적인 바운더리 밖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마케터라는 직업 상 커뮤니티 서비스를 많이 기웃거린다. 그럼에도 극 'I'  성향을 숨길 수는 없는지라 너무 외향적인 분위기 보다는 독서나 콘텐츠(주로 텍스트)와 연관된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우연히 와인과 연계된 소셜 게더링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퍼블리를 보다가 회사 근처에서 팝업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점심 약속이 없는 날 부서원 2명과 함께 방문했다가 팝업 내 부스를 운영했던 와이넵(Winepp) 코너에 정확히 어떤 이벤트인줄 모르고 명함을 넣고 응모했는데, 부서원 1명이 당첨되었다.

경품이 소셜 게더링 참석권이었는데 그 친구가 선약으로 참석을 못하게 되어 나에게 의향을 물어봤는데 '제철음식 와인' 주제의 모임으로 술은 많이 못마셔도 와인은 좋아하는 내가 충분히 혹할만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3일만 출근하는 주의 금요일, 게다가 다음주 월요일은 한글날로 3일 연휴가 기다리고 있어 더없이 기분좋은 날, 설레는 마음으로 모임이 열리는 와이넵 라운지를 찾았다.

모두 처음보는 사람들이라 약간의 어색함은 예상했는데, 다들 혼자오다보니 오히려 더 편하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작위로 다들 3~5년차의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이고 나이로는 우리부서 막내보다더 어린 친구들도 많아서 뻘쭘했지만 다행히 와이넵 관계자는 그정도로 어리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올해 초 폴인 프렌즈 모임에 참석했을 때는 훨씬 연령대가 다양하고 내 또래도 있었는데, 퍼블리 구독층의 연령대가 좀 더 어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퍼블리는 '직장인의 랜선 사수'라는 슬로건 답게 사회초년생을 위한 실무적인 것들이 많고 폴인은 좀 더 다양한 계층을 타겟으로 하는 글이 많아서 그런듯하다.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가 순식간에 친해지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최측이 별도로 진행하지 않아도 알아서 대화를 이어가고 직장, 학교, 고향, 업무, 취미 등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서로를 알아가는데 빠질 수 없는 MBTI 맞추기로 이어졌다.

 

와이넵에서 정성들여 준비한 음식과 페어링한 와인도 좋았지만 호기심 넘치는 참석자들로 인해 와인과 음식은 그야말로 대화의 촉진제일 뿐이었다.

10명의 사람들 중에서 직장 동료 (서로 모르는), 컨설턴트와 진행한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 학교 선후배 등 놀라운 인연들이 쏟아져나왔고, 무엇보다 내가 놀란 점은 나를 포함해 몇명을 빼고는 사이드 잡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거였다.

와이넵 주최자도 참석한 분도 현재 마케팅 대행사에 다니면서 퇴근 후와 주말에 와이넵 일을 하는 중이었고 취미나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강의를 하는 사람, 업무 관련한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3~5년차의 주니어인데도 각자 하는 일에 대한 애정도 커서 모임 중에 서비스를 홍보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사람도 있고...지금 하는 일에 대해 만족하면서도 발전을 위해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적잖이 충격이었다.

 

우리회사에 있는 3~5년차는 거의 모든 부서에서 막내뻘이고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는 모습 보다는 연차나 회사의 휴양소나 각종 혜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일보다는 자기의 생활을 위한 워라밸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고민과 노력들을 들으면서 너무 대견하고 멋져서 우리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끔 뉴스에서 학업도, 취직도 결혼도 포기한 무기력한 세대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오히려 오늘 만난 젊은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치열하게 일하고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는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예쁘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여러번 튀어 나왔다.

한편으로는 이런 친구들이 일하는 회사가 부럽기도 했다.

7시에 시작한 모임은 계획된 9시를 넘기고 자발적인 모임으로 내가 자리를 뜬 11시30분까지 이어졌고 이후 장소를 옮겨 2차를 했다는 후기가 전해졌다.

지금도 단톡방에 간간히 대화가 이어진다. 젊은 에너지가 이런건가 싶은 맘에 재밌게 구경하고는 있지만 차마 말을 섞기는 조심스럽다.

옛말이지만 '낄끼빠빠'를 알아야 꼰대가 안되기 때문.

 

동료 덕분에 알게된 모임을 트레바리나 다른 커뮤니티 서비스와는 다른 분위기를 경험했고. 고루하고 전형적인 대기업 금융사가 아닌 IT, 콘텐츠, 컨설팅, 등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받았다.

이런게 우연히 가져다주는 행복인 듯 하다.

어떤걸 받을지 모르는 뽑기처럼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져다주는 설레임과 짜릿함.

운이 좋은지 이번 모임에서는 모두 매력적이고 흥미롭고 배울만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마도 퍼블리와 와인, 소셜 게더링이라는 키워드가 가져다준 선물인 듯하다.

자기계발에 적극적이고, 명확한 취향이 있고, 그런걸 사람들과 나누는 걸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

 

'남의집' 서비스가 문 닫은 후 이런 우연한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가끔 와이넵을 이용해야겠다. 

(술을 못하는데 그날은 분위기에 취해 무려 5잔까지 마셨다... 역쉬 주량은 떄와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는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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