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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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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묵직한 반추 : 멀고도 가까운 에세이는 보통 가볍게 읽어넘어가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쉽게 읽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튕겨나가기 보다는 깊숙이 빠져드는 느낌. 이렇게 일상에 대해 혹은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고 사유한 경험이 없던터라 새로울 것 없는 내 일상이 굉장히 가치있는 것으로 둔갑한 것 같다.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하게 겪었을 사건들을 풀어낸 글을 읽다보니 역시 작가는 아무나 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그녀가 겪은 엄마, 질병, 죽음에 대해 공감하면서 그림자처럼 가까이 있어 오히려 더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릴 기회가 있었던 것도 좋았고,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타인에 대한 공감, 감정이입의 필요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또한 중간 중간 ..
세번째 '노르웨이의 숲' 오랜만에 다시 접한 하루키 초기작 '노르웨이의 숲'. 국내에서는 '상실의 시대' 란 제목으로도 출판되었었다.언니 책장에서 상실의 시대를 보았었고, 대학 입학 후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던 시절, 하루키 소설 한권쯤은 읽어봐야지 싶어 처음 접했던 책이기도 하다.오랜만에 다시 접한 하루키 초기작 '노르웨이의 숲'. 국내에서는 '상실의 시대' 란 제목으로도 출판되었었다.언니 책장에서 상실의 시대를 보았었고, 대학 입학 후 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던 시절, 하루키 소설 한권쯤은 읽어봐야지 싶어 처음 접했던 책이기도 하다.그런데 당시 이 소설은 나에게 별로 감흥이 없었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없었고,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도 이해가 안됐었다.당시 내가 좋아하던 작가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
티핑 포인트의 설계자들 ; 티핑 포인트의 후속작이라기엔 아쉬움이 남는... 나의 말콤 글래드웰 첫책은 아웃라이어인걸로 기억한다. 1만시간의 법칙이란게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특히나, 꾸준히 노력하는거 밖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어 종종 좌절하던 나에게 근거없는 희망처럼 보였다.이후로 티핑포인트,.... 등을 보면서 여러 사회현상들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그의 통찰력과 필력을 좋아했다.그러다 아주 오랜만에 신간 소식을 들었고, 티핑포인트의 설계자였다. 그의 책에 대한 나의 기억이 오래되어 미화된 부분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안 읽었다면 그는 나에게 여전히 인사이트와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작가로 남았을 것이다.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여러 사회 현상들을 오버스토리로 설명한다.그리고 오버스토리를 바꾸는 힘은 영향력 있는 소수에 의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들은 오버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 우리는 누군가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알게된 계기는 기억나지 않는다.작년 12월인가 이런 책이 있다는걸 어디서 본 후 (아마도 SNS 인 듯), 계속 이 책이 머리에 남았다.줄리언 반스 책을 읽어본적이 없어서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작가에 대한 기존 정보가 없다보니 선입견이 없어서 말 그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읽어나갔고,1부는 약간 전형적인 느낌이었다. 매력있지만 자기만의 영역이 분명한 교수와 그를 흠모하는 학생그리고 종강 이후에도 수년간 계속되는 그렇지만 관계의 깊이는 변함없는 정기적인 만남.그런 만남이 중단된 몇달 후에 그녀의 죽음에 대한 소식과 함께 그에게 남겨진 그녀의 자료들.2부는 그가 그녀의 흔적들(일기, 기록, 메모와 마무리되지 않은 글 등)을 파고들면서 알게된 로마..
승부 :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 주말에 영화 '승부'를 보았다. 연기로는 깔게 없다는 이병헌이 나온다는 것, 이병헌만큼은 아니더라도 연기에 물이 오르는것 같았으나 그게 모두 약발이었구나 싶은 마약사건에 연루된 유아인이 출연하기에 영화에 대한 기대는 어느정도 있었다.바둑은 잘 모르지만 이름은 들어봤던 조훈현9단과 그의 제자인 이창호9단의 실제 스토리라는 것도 흥미로웠고, 한편으로는 코로나와 유아인으로 인해 5년만에 개봉되는거라서 잘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다행히 1990년대 전후를 다루다보니 5년 늦은 개봉이 영화를 보는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현대물이었으면 배우들의 옷차림, 화장이나 대화에서 사용하는 단어만으로도 미묘한 어색함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이토록 낭만적인 과학책이라니... ; 코스모스 (by 칼 세이건) 코스모스=우주라는 너무 직설적인 책의 제목탓에 항상 천문학에 별 관심없었던 나의 관심사 밖에 있었다.그러다 어린 조카녀석이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이 이거라고 했을 때 쪼금 호기심이 생겼었다. 그럼에도 베고 자기 딱 좋을 정도의 묵직한 두께 떄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지난 겨울 어느날 갑자기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문을 했다.다른 책처럼 몰아쳐서 읽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읽겠노라 다짐했었다 (사실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다른 의도도 있었다.)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내가 생각했던 것와 전혀 달랐다.   우주 이야기의 탈을 쓴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문학, 철학책에 더 가까운 듯하다.천문학만 다루는게 아니라 인간, 지구, 그리고 우리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모든 학문분야가 담겨있었다..
위대한 변화는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한다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로 먼저 알게 되었고 관심은 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 내 삶도 팍팍한데 콘텐츠라도 가벼운 걸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읽기 시작했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어려운 성장과정을 거쳤지만 이제는 딸 다섯을 두고 넉넉하진 않지만 화목한 가정의 가장인 펄롱.물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주말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적장에서 나무와 석탄을 날라야 한다.어느 것하나 빠져 버리면 메꾸기 어려운 빠듯한 살림. 그럼에도 그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잊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돈이 없어 석탄을 주문하지 못하는 고객들 집 앞에 몰래 놓아두기도 한다.그의 아내는 이런 그를 못마땅해 하지만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어린 5명의 딸들을 먹이고 가르치려면 그들에게도 여..
미키와 송희, 평범하지만 비범한 지난 3월과 함께 시작한 연휴, 기다리던 영화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을 봤다.평소와 달리 홍보차 출연한 각종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서 예습을 했다.극장은 약 5년만의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환영하듯 미키17이 대부분의 상영관을 점유하고 있어 다행히 예매는 어렵지 않았고, 선호하는 좌석에 앉아 기분좋게 관람할 수 있었다.   유쾌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감독의 말처럼 극한의 상황에 처한 미키의 상황을 무겁지 않게 풀어냈고 중간중간 웃기도 했지만 이후 여운은 길게 남았다.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난달 읽은 김기태 작가의 '두사람의 인터내셔널'에 수록된 단편 '무겁고 높은'의 주인공 '송희'가 떠올랐다.미키17에서 주인공 미키의 상황은 SF영화답게 죽은 이후에 기억과 성향은 유지된채 끊임없이 휴먼 프린트된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