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를 보다 꽂힌 광고가 있다. 사실 TV광고는 skip하거나 잠깐 다른일 하는 타임인데, 광고 BGM이 귀에 꽂혔다. 바로 가수 김현철의 ‘오랜만에’. 내가 너무 좋아했던 초창기 김현철 앨범의 수록곡이다.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가끔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지만 약 20년전 ‘춘천가는 기차’라는 타이틀곡의 첫 앨범이 나왔을 때는 미소년의 천재 싱어송라이터였다.
아무튼 너무 오랜만에 듣는 데뷔 초 김현철의 노래에 고개를 돌려보니 공효진 배우가 출연하는 맥심 커피의 새로운 광고였다. 씨티써머라이프 라는 타이틀의 여름을 공략용 광고인듯했다. 맥심하면 노란색이 연상되었는데 여름용 광고라 시원한 푸른빛이 연상되는 광고였다.
뭔가 이전 광고와는 좀 더 다른 느낌이라 그동안의 맥심 광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부분 실내를 배경으로 차분한 느낌의 분위기였던 것 같다. 모델도 이나영 배우, 김연아 선수처럼 매력있되 가볍지 않은 느낌인 반면, 공효진은 약간 더 개성있고 활달한 느낌이다. 왠지 더 젊어진 느낌?
모델은 그렇다치고, 맥심은 커피믹스라고 하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일 수 있는 오래된 카테고리이자 브랜드인데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으면서 꾸준히 새로움을 담아가며 나이들지 않게 노력해왔다.
그 노력이 너무 과도해서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마치 외모는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가지만 내면은 여전히 청춘인듯한 젊고 열정적인 사람처럼.
내가 커피에 그닥 관심이 없어 그동안 눈여겨보진 않았지만 그들의 마케팅에 대해서는 간간히 들려왔다. 동서문학상을 꽤 오래해서 주부들의 글쓰기를 독려했고 몇 년전부터는 다소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맥심 플랜트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도 만들고 또 젊은층에게 가까이 다가고자 모카책방, 모카라디오와 같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오프라인 체험공간을 만들고 동명의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을 때 꽤 영리한 접근이라고 생각했다.
10년전,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유행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아메리카노라는 설탕과 크림/우유가 없는 커피가 유행일 때, 기존대로 맥심 OO가 아닌 카누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것도 탁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커피믹스인 맥심은 중장년층, 카누는 젊은층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말 그대로 취향을 기반으로 고객을 타겟팅했고 맥심은 자칫 올드해보일 수 있는 이미지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아마 광고모델도 그런 노력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전까지는 좀 더 신뢰감 무게감을 줄 수 있는 모델이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당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배우를 모델로 채택했다. 내 기억엔 안성기배우의 맥심 광고도 자리잡고 있지만 2000이후엔 원빈, 이나영, 아이유 그리고 공효진이 뒤를 이었다. 확연히 젊어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특히 공효진은 나이뿐 아니라 배우로서의 캐릭터 측면에서도 나머지 모델과는 달리 좀 더 친근하면서도 밝은 느낌이다. 자유분방하고 힙한 느낌이랄까. 확실히 공효진 배우는 결이 조금 다른데..그것이 여름이라는 컨셉과 잘 맞는 것 같다.
커피라면 아침에 한잔 스타벅스와 카누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나조차도 맥심 커피믹스로 아이스커피를 만들어서 굿즈로 나온 푸른색 텀블러에 마시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광고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