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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새로 시작하는 2022년, 뒤늦은 21년 회고와 22년 다짐들... - 1

결국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12월부터 미뤄오던 21년 회고는 최근 몇년간 흐지부지했던 일을 떠올리며 밑미의 회고 kit를 구입하면서까지 하게 만들었는데, 12/31이 평소와 다름없는 금요일, 1/1이 평소와 다름없는 주말처럼 지나가버리면서 다음주말, 다음주말...이렇게 미루다가 급기야 설 연휴까지 와버렸다.

그것도 설 연휴가 반을 훌쩍 넘어간 이 시점. 딱 설날이 되고서야 책상 앞에 앉았다.

내 주말은 TV만 없다면 훨씬 풍요로울 듯하다. 그걸 너무 잘 알면서도 어찌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찌됐건, 지금이라도 책상에 앉았다는거에 의의를 두고 늦은 회고와 신년 다짐을 정리해보려 한다.

 

회고를 위한 준비들 - 노트북과 밑미 카드

 

21년 회고

1. 2021년의 관심사를 다시 떠올려보며, 내가 어떤 걸 좋아했는지 적어보세요.

1) 새로 시작했는데 재밌었던 것과 이유

음..사실 코로나를 핑계로 하던 것까지 하지 않았던 것이 많았었다. 그럼에도 굳이 찾아보자면 출퇴근을 걸어서 했다는 것. 5월쯤부터 걸어서 출퇴근을 했고....9월에 하이푸 시술 후에는 몸이 안좋아서, 출근은 건너뛴적이 많긴 하지만 겨울에도 아주 춥거나 날씨가 나쁘지만 않으면 퇴근은 걸어서 하려고 노력했다. 재밌다기 보다는 뿌듯했다. 처음에는 출근을 일찍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정신없이 걷느라 회사에 도착할 즈음에는 땀에 온몸이 젖어 찜찜하기도 했지만 겨울에 찬바람 맞으며 퇴근하는건 괜찮다. 그냥 스스로에게 약간 뿌듯하고 내 몸을 좀더 챙겼다는 느낌이다. 종일 의자에 앉아 머리만 쓰느라 고생한 나에게 좀 더 자유를 준 것 같은 기분이다.

2) 좋아하는 줄 알고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별로 재미가 없었던 것과 이유

좋아하는 줄 알고 시작한건 아니고...왠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시작한건 화초 기르기. 우리집에 방문한 언니의 한마디...'너희집엔 살아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구나..' (물론 나 빼고) 이 말에 식물을 키워야겠다 마음먹었다.

다 말라버리고 화분만 덩그러니 남은 화분 두개를 챙겨 근처 꽃집에 찾아가 적합한 식물을 추천받아 심어온 2개, 몬스테라와 문샤인. 꽃짒 사장님이 추운 겨울에는 분갈이를 잘 안한다는 말을 듣고도 2주 정도를 기다려 심어온 것들이다.

식집사가 되겠다 자처하고 스텔라, 샤이니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그런데 몬스테라의 3개 잎이 말라죽고, 2개 잎만 덩그러니 남은 이후부터 나는 정말 누군가를 돌보는거에 소질이 없나 좌절하다보니 어느덧 무관심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퇴근하면 종일 햇빛을 잘 받았는지 물어보기도 하겠다 마음 먹었지만 막상 그런것은 두어번쯤. 싫어하는 건 아닌데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걸 계기로 꽃집 사장님과 친분을 쌓아서 남의집 로컬 큐레이터를 해볼까하는 마음도 있었는데...사장님과 친분도 쌓지 못하다보니 점점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다. 그치만 아직 포기한건 아니다. 날씨가 좋아지면 하나쯤 더 키워볼까 한다.

 

2.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콘텐츠를 떠올려 봅니다. 책, 영화, 드라마, 음악, 전시, 예술작품 등 무엇이든 좋아요. 21년 기억에 남기고 싶은 콘텐츠를 적어보세요.

1) 책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트레바리를 중단한 이후에 책을 잘 안읽게 되어 대안으로 책발전소의 북클럽에 가입했었다. 김소영 대표가 큐레이션한 책을 읽고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월말에는 zoom으로 모임까지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뭔가 내가 좋아하는 책과 결이 잘 안맞는것 같아서 세번인가 하고 중단했다. 이런 기회로 읽게된 책도 있어 반가웠지만 한두번은 괜찮았는데...계속 되니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년초에 도형책임에게 선물받은 건축가 서현 교수의 책 '내 마음을 담은 집' 이라는 책이다. 선물받고도 책꽃이에서 몇달을 지내다가 또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주말 어느날 오후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책을 들고 예술의 전당 위 국악당 벤치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그 집에 살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가지 집을 짓는 에피소드에 관한 책인데...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고 바람이 불어 비가 올 것이라는게 예상이 됐지만 책을 더 읽고 싶은 마음과 그냥 지나가는 비겠지 하는 생각에 계속 버티다가 결국 엄청난 소나기를 만나서 건물 밑 처마에서 2시간을 넘게 서있었고...그 덕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장을 살펴보니...우연히 서점에 머리식히려 갔다가 구매했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이라는 책, 내가 좋아하는...(선망한다고 해야할까) 모베러웤스에서 쓴 '프리워커스'라는 책, 연말에 트레바리는 다시 시작하면서 접했는데 오랜만에 이런 미래를 곧 만날 수 있는 건가 싶은 설레임과 흥분을 안겨준 정지훈 교수의 'AI101' 이런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

기록을 안해놓으니 기억이 안나서 일기장과 책장을 뒤적이면서 겨우 발견한 것들이다...

짧게라도 (안되면 인스타그램에라도) 독서노트를 남겨야겠다.

2) 영화

코로나로 인해 극장엔 거의 가지 않았다. 아마 유일한게 '미나리' 아니었을까. 집에서 본 영화중에서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기억난다. 40이 넘은 나이에 직장도 잃고 그동안 벌어놓은 찬실이의 삶이 왠지모르게 공감이 갔다. 다시 시작하는 모습에 용기와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OTT를 구독하면 폐인이 될 것 같아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는데...가끔 너무 보고 싶은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가 있다. 최근에는 'Don't look up'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가 기대된다. 스토리도 흥미롭고. 나중에 은퇴하면 볼 영화, 드라마가 산더미다.

3) 드라마

글쎄 일주일에 한두편씩은 뺴놓지 않고 봤던것 같은데...막상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그나마 최근에 끝난 '그 해 우리는' 풋풋한 청춘의 사랑 얘기도 좋지만, 주인공 각자가 안고 있는 삶의 굴곡이 공감갔다. '나의 아저씨' 처럼 어두운 내용이 아님에도...각자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의 아저씨'가 많이 생각났다.

나는 그리 굴곡진 삶을 살지 않은 것 같은데...왜 그런 이야기에 공감이 갈까.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까...

4) 음악

코로나로 공연을 못가게 되면서...그리 기다리던 BTS의 콘서트에 어렵게 당첨되고 나서, 이틀만에 취소 발표를 듣고 한동안 좌절했었는데... 두번의 온라인 콘서트를 보고나니 어느더 시들해진 것 같다.

2018년 유튜브를 보다 빠지게 되어 한 2년간은 10여년전 빅뱅의 태양에게 빠져 디지인사이드를 들낙거리며 덕질을 했던 것처럼 주말에는 종일 유튜브만 보면서 지냈었는데...이제는 좀 시들해진 것 같다. 실제 콘서트를 보고나면 좀 다시 살아날라나..싶지만.

한가로운 오후에 햇살을 받으며 음악을 듣는 것도 좋지만...가끔은 나를 발산할 수 있는 콘서트에 가서 따라부르고 춤을 추는게 그리워진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콘서트에 가고 싶다.

5) 전시

21년에는 거의...전시장에 가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기억해내려해도 떠오르는게 없다. 최악의 해를 보냈으니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듯하다. 코앞이 예당이고 주말마다 심심치 않게 갔음에도 이상하게 전시를 볼 생각이 나지 않는다.

 

3. 2021년, 매일의 일상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사소하게 보낸 시간이나 소소한 활동도 좋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적어보세요. 

어떤 때 행복했나...떠올리기 위해 일기를 봤다. 고작 15편 정도였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말...일찍 시작해서 집안일 등 할일을 다 해치우고 여유롭게 햇살이 비치는 책상 앞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차한잔 마시는것. 그런 시간. 그 순간에 평화로움과 행복을 느낀다.

마음먹고 내려간 고향집에서 엄마와 동네를 산책하고 작은 카페에 들어가서 차마시며서 이런저런 얘기나누는 시간, 그 시간이 행복하다.  결국 내가 행복한 것들은 특별할게 없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시간을 의미없게 보내지 않는 것, 할일을 미루지 않고 일찍 끝내고 이후의 여유를 즐기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한 것.

그리고 아주 가끔... 회사 일이 잘 될 때, 잘 풀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어려운 일을 잘 넘겼을 때 잠깐 행복하다.

 

4. 한해 동안의 소비를 들여다봅니다. 난 주로 어디에 지출하고 언제 소비를 많이 하는지 적어보세요. 소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여행도 외출도 많이 안했기에...그리고 회사일로 너무 힘들어서 사실 다른 것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그 와중에도 가장 많은 돈을 쓴건 골프다. 그래봤자 고작 5~6번이었지만 돈아끼지 않고 같이 라운딩가는 언니들 따라 좋은 골프장에 가고 맛있는 걸 먹었다. 이제야 골프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장비보다는 라운딩 비용과 연습장 비용 (10번에 50만원..ㅠ)을 두번 결제했으니. 내 딴에는 가장 큰 소비다. 작년 초에 차를 바꿀까 잠깐 고민을 한적이 있었는데...하루 이틀 고민하다 마음을 접었는데 다시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따지고 보면 이유는 결국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이다. 어차피 한달에 한두번 운전해서 차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크진 않았는데...회사사람들과 라운딩 갈때면 조금 창피하기도 하다. 다들 열심히 돈을 모았는지 외제차에 골프채도 좋은 것들이다. 위축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이 나이에 집도 없는데 차도 20년된 중고차에 골프채도 물려받은 중고채.. 어느 순간 민망해지기도 하다. 남들이 보면 25년간 직장생활하면서 뭐했나 싶을 것 같아서.

아, 사실 그보다 더 큰 지출은 병원비다. 년초부터 진단을 위해 주말마다 병원을 다니고 9월에 중요한 치료를 받느라 천만원 넘게 돈이 들었다. 물론 실손의료비보험을 통해서 많은 부분 보상받았지만 지출 기준으로보면 가장 큰 금액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의료비를 청구하지 못한 병원비도 있다. 무조건 병원에 가면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는 진단서와 영수증을 받아야 되는데..또 갈꺼라는 생각에 안받아오면 꼭 안가게 된다. 올해가 가기전에 병원에 다시 가서 영수증을 받아와야 겠다.

그 두개를 제외하면 식료품, 외식비가 가장 크지 않을까. 올해는 쇼핑도 자주 가지 않아서...옷도, 신발도 별로 구매하지 않았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에어드레서 (130만원 정도?)와 샤오미 로봇청소기 (물걸레 겸용)를 559,000에 구매한 것. 물걸레 청소는 아직 한번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매우 만족하다. 에어드레서와 로봇청소기 모두 나의 삶의 질을 쪼금은 높여준 물건이다.

 

5. 내 삶에 꾸준히 쌓인 것들을 정리합니다.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 매일 찍는 사진이나 영상 등을 시간을 내어 정리해 보세요. 새로운 해에도 유지할 것은 남기고, 버릴 것은 비웁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예요.

1)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 

멜론 스트리밍, 콘텐츠 구독 (퍼블리, 폴인), 뉴스레터 (어피티, 바이라인, 뉴닉, 밑미, 배짱이, 사이더, 소식...)

사실 유료콘텐츠를 2개 구독하지만 한달에 하나도 제대로 안 읽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폴인은 2주에 한번 열리는 온라인 세미나라도 열심히 듣는데 퍼블리는 바쁘면 영 들어가지 않게 되어 연말에 정리할 생각이이었다. 그런데....파격적인 할인 (월 5000원 정도)으로 인해, 커피 한잔 값인데 이것도 못 쓰나 싶어 결국 다시 구독하고, 거기에 롱블랙까지 추가되었다. 뉴스레터는 무료라서 괜찮다 싶으면 다 구독신청을 해서 계속 쌓이기만 했는데 사실...어피트나 뉴닉은 많이 안보게 되는데... - 아침 출근하면서 뉴스를 보다보니 정리가 안된다. 조만간 날잡아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6. 나는 어떻게 휴식하는 사람인가요? 나만의 휴식 방법을 적어보세요. 나만의 방법이 없다면 올해 고생한 나를 위해 어떠한 쉼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지 적고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집에서 여유롭게 느긋하게 누워서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콘텐츠를 보거나...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멍때리는 것. 자연 속을 천천히 걷는 것. 낯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올해 정말 고생 많았는데...괜찮은 숙소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음악 들으면서 책 읽으면서 친구랑 수다 떨거나 맛있는 것 먹으면서, 보고 싶었던 드라마 몰아 보면서...

 

7. '내가 봐도 나 멋있어' 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한 해 동안 가장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의 기억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년초 몸이 아프면서 짜증이 늘어 한동안 언니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한번 두번 쌓이니 언니도 전화를 안하게 되어 그냥 멀어졌었다. 그러다 9월 하이푸 수술을 했을 떄, 언니가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몸에 좋은 영양제까지 들고서.. 잠시 어색했지만 가족은 가족인지 약간은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그런대로 잘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 문자로 언니에게 사과의 메세지를 보냈었다. 몸이 아프다보니 내가 감당할 '다정함의 총량'이 다 차버려서 언니에게 다정하게 대해줄 수 없었고, 그래서 전화를 안받았다고. 와줘서 고맙다고.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사과를 하니 마음도 후련하고 큰 용기낸 나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멋있는 정도는 아니었는데...9월초 시술받고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추석 연휴 때 청주에 운전하고 내려가서 엄마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맛있는 것도 먹고, 미동산에 가서 오랫동안 산책도 하고...몸은 피곤했지만 엄마가 내내 고맙다고 그 이후에도 한동안 고맙다고 좋은 구경했다고 얘기해서 마음이 착찹하고 반성이 되면서도 그래도 잘했다 싶었다. 

엄마는 그 작은 방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오랫동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봤자 1년에 한두번 잠깐의 외출인데도 엄마는 어린아이처럼 설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피곤할까 걱정하고. 나도 이제는 48세인데...많은 나이인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을까 서글퍼지기도 한다. 엄마가 오랫동안 우리 곁에 건강하게 계시면 좋겠다.

 

15개 질문에 답하는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8 스스로 못나보이고, 별로라고 생각했던 순간 혹은 가장 위축되었던 순간이 있나요? 한 해 동안 슬럼프로 기억되는 시간이 있다면 적어보세요.

21년은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해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사와 내 뜻과 다르게 흘러가는 조직, 내 탓이 아닌데도 내 책임인 것 같은 두명의 퇴사. 내 맘을 몰라주는 부서원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내 몸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휴가를 내지 못하고 주말에 병원을 다니고, 하이푸 시술도 딱 이틀만 휴가를 냈다. 부서원 눈치를 보느라 마음 먹은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고,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과 힘든 몸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특히 부서원에게 짜증과 화를 많이 냈다. 내 자신이 초라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저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사람 눈치를 보는 나를 발견한다.  이직을 하고 싶어서 스타트업에 몇차례 지원을 했는데, 모두 서류에서 탈락했다. 여기가 너무 싫은데 다른 곳은 갈 데가 없다는 생각에 절망했고, 나의 지나온 경력이 부정되는 것 같아 속상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내가 다 잘못한 것 같은 생각에 한층 위축되었다. 술을 못마시는 것도, 체력이 약한 것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다 맘에 안들었다.

지금은 좀 바뀌려고, 지금 그대로의 나를 잘 못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다.

 

9. 일하는 나를 돌아봅니다. 가장 재밌었던 일, 심리적/물리적으로 힘들었던 일, 새롭게 도전했던 일, 각각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혹은 발견했는지 함께 적어보세요.

1) 가장 재밌었던 일

글쎼, 그런 일이 있었나? 21년 나의 직장생활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제야 부서장으로 승진했지만 이상하게 구성된 조직으로 인해 부서원과의 불화도 있었고, 새로운 일을 맡게 되었다 다시 떠나보내기도 했고, 2명의 퇴사자가 있었고 믿고 맡길 부서원이 없어 외로웠고... 가장 큰 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사로 인해 내내 힘들었다.

그래도 간혹 좋았을 때는 어려운 보고를 무사히 끝냈을 때, 관심있는 부분에 대해 조사하고 보고했을 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부서원이 동조해줬을 떄 (혹은 동조해주는척 했을 때), 내가 한 일에서 의미와 인사이트를 찾았을 때 (GA 간편보험 활성화..)  역시 나한텐...일이 중요하구나, 나는 일을 통해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되었고, 무엇이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

2) 심리적/물리적으로 힘들었던 일

늘 8시출근 저녁 7~8시 퇴근으로 하루 12시간을 회사에서 출퇴근 포함 14시간을 직장에 쏟아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막상 나의 시간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내 시간의 대부분을 쏟아부었지만 나를, 내가 잘 하는 일을 인정해주지 않는 상사로 힘들었다. 그리고 마음 편히 속상함을 얘기하거나 고민을 얘기할 동료가 거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아무리 후회해봐도...결국은 그걸 내가 선택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해도 나는 비슷한 선택과 행동을 할 것 같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 말고, 질책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아껴주자. 나라도 나를 인정해주자.

3) 새롭게 도전했던 일

음...글쎄,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나마 찾으라면 걸어서 출퇴근. 그리고 블로그 수익화 (너무 미미하지만), 미약하지만 일단 시작을 한 것 만으로도... 

생각만으로는 아무일도 안 일어난다는 것. 어찌되었던 행동해야 한다는 것, 생각과 행동은 다르다는 것. 행동하면서 개선점을 찾고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것. 실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꺠달음

앗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것, 숙소로 떠나는 여행. 여름의 핸드픽트 호텔, 가을의 전주 로텐바움, 제주의 private rental house '1428'. 낯선 공간이 주는 설레임과 짧지만 머무는 듯한 느낌이 주는 행복.

 

10. 2021년에 만났던, 혹은 영향받았던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새롭게 만나서 가까워진 사람, 부러운 마음에 질투를 느낀 사람, 가장 고마운 사람. 천천히 떠올려보며 어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적어보세요.

1) 새롭게 만나서 가까워진 사람

직장 동료 B, 사실 크게 공통점도 없지만 둘다 딱히 의지할 직장동료가 없다는 사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서로 안쓰러워하고 응원하고 어려움을 토로하다가 가까워진 듯하다. 물론 그 동료가 하는 모든 행동이나 말들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만한 대상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2) 부러운 마음에 질투를 느낀 사람

글쎄...질투일까? 나랑 많이 다른데...질투가 맞나...싶지만 직장동료 D가 떠오른다. 술도 잘먹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체력도 좋아서 회사의 술자리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윗사람들한테도 예의를 차리지만 격의 없이 대해서 많이 좋아하고 인정받는다. 나름 전문분야가 확고해서 커리어도 나보다 앞서간다.  그런데 그와 나는 너무 다르다. 좋아하는 것도 잘 하는 것도 다르다. 술을 못마시지만, 처음 본 사람들과도 편하게 얘기하지 못하지만 나는 호기심이 많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일을 고민하고 무엇보다 꾸준하다. 어제 보다 조금 다른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그 모습이 좋다.

3) 가장 고마운 사람

역시...가족이다. 내가 아플 때 멀리서 달려와주고,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사람. 물론 친구도 그렇지만 그래도 가족만큼 나를 아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11. 2021년에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낸 5명을 적어보세요. 누가 나에게 힘을 주나요? 혹시 나의 에너지를 뺴앗는 사람이 있나요?

사실 가장 많은 시간은 회사 사람이다. 우리 부서의 부서원들. 그렇지만 이들을 제외한다면, 그리고 물리적인 시간을 넘어서 생각한다면...

마음속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은 엄마, 친구 A, 직장동료 B, 직장선배 C, 요정도다. 5명을 채우기도 힘들구나

엄마는 항상 나를 믿어주고 응원한다. 그리고 안쓰러워한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얘기한다. 

친구 A는 여유시간이 날 때, 어딘가 훌쩍 여행가고 싶을 떄,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친구, 서로 직장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서 서로에게 위로도 되면서 응원할 수 있었다.

직장선배 C, 솔직히 왜 나를...언제나 조용하고 묵묵히 할일만 하는 나를 어떻게 알았는지, 왜 좋게 봐주는지 모르지만 나를 인정해주고 항상 응원해주신다. 자주 표현하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이 힘든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준 분 중 하나이다. 누군가 나를 믿고 지지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버틸 힘을, 명분을 갖게해 주니까.

 

12. 자주 만나거나, 가까운 사람 3명에게 '나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뭔가요? 라고 물어보고 그 답들을 적어보세요. 나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쎄..당장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과거 사람들의 발언을 통해 적어보자면... 

1)예전 회사에서 하는 무슨 교육 시간에 지인에게 나에 대해 물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공통적으로 나온 대답이 있었다. '남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떄 꺠달았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안좋은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  남을 험담하는 사람들을 불편해한다는 것.  그 이후에도 종종 그런 얘기를 들었었다. 나는 다른 사람 험담하는 걸 싫어한다고. 그리고 나도 그걸 인식하게 되었다. 직장 동료의 경우에는 그냥 들어주는 편이지만 가족이나 친구가 누군가 험담을 하면 주제를 다른데로 돌리거나 험담의 대상을 옹호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성향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도 저렇게 험담하곘지, 오해하겠지 이런 생각에 그렇게 된 듯하다. 이유야 어떻든 그런 내가 좋다. 칭찬만 하기도 부족한 세상에서 굳이 다른 사람의 안좋은 얘기를 하거나 들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2)지금은 퇴사한 직장 동료는 나에게 긍정적이라고 말했었다. '참 긍정적이야' 약간 비아냥거리는 느낌도 있었겠지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잘 될꺼야...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이 그런 얘기가 나오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나는 겁도 많고 두려움도 많다. 내가 하는 일이 잘 안될까, 결과가 좋지 않을까 초조해했던 것 같다. 그런데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건 막상 일이 안좋게 되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바로 털어버린다. 그래 이건 어차피 일어난 일이야, 빨리 해결 방법을 찾아서 피해를 최소화해야지, 빨리 다른 대안을 찾아야지. 소심한 내가 의외로 대범해지는 순간이다. 아마 이건 나의 오랜 노력 떄문이 아닐까. 꾸준함을 유지하는 나의 성향 떄문이 아닐까.

3)그리고 또하나 호기심. 많은 나이지만 나는 아직도 세상에 사람들에 사회에 기술에 관심이 많다. 특히 기술이 만드는 사회의, 우리 삶의 변화에 관심이 많다. 그래도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보기도 하고 이런 저런 느슨한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물론, 활발하게 생활하는 2,30대 만큼은 못하지만 내 또래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는 훨씬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종종 시도한다. 책에서 본 장소, 서비스, 등을 직접 경험해보려고 한다. 

타인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 것, 긍정적인 성향, 끊이지 않는 호기심과 시도 - 이게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13. 나는 어디서 가장 많은 시간을 썼나요? 평일과 주말 혹은 카테고리 별로 구분하여 내가 주로 어디에 시간을 썼는지 적어보세요.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직장과 집.

그를 제외하면 집 근처 산책로와 카페. 그리고 21년에 좋아하게된 동네 성수, 서울숲

 

14. 지금까지 기록한 굿바이 카드를 다시 읽어보세요. 2021년을 대표할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를 뽑아보고 그 이유를 적어보세요.

힘든 직장생활...안 좋았던 건강...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시도하는 나

 

15. 2021년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유지하고 싶은 것, 바꾸고 싶은 것 두가지를 나누어 적어보고 2022년을 맞이해보세요

1) 유지하고 싶은 것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는 것, 걸어서 출퇴근, 내 몸에 관심을 갖는 것

2) 바꾸고 싶은 것

게으른 주말. 주중에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주말만 되면 번아웃 되어 약속이 없으면 침대와 소파만을 왔다갔다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요일 오후만 되면 후회하는 것

22년에는 주말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남겨놓고 일하고 주말시간을 나를 위해 충실히 시간을 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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