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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간이 없다는 거짓말

나의 정식 근무시간은 9-6.

그러나 일찍 출근해서 하루 업무를 준비하기 위해서, 8-5제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있어 혹시나 이들의 급한 업무상의 의사결정을 늦추게 될까봐, 그리고 나름의 성향과 오랜 습관때문에 8시전에 출근한다. 보통 7시40~8시 사이.

메일함을 훑어보며 급한 메일에 답신하거나,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일찍부터 준비를 하는데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주로 구독하고 있는 경영/경제/마케팅 관련 뉴스레터나 아티클들을 본다.

결과적으로 8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리고 업무 종료는 보통 7시. 그러면 회사에 11시간이 있는 셈이다.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10시간.

예전에는 밤 11시, 12시 퇴근후에도 컨디션이 괜찮았는데, 몇년전부터는 퇴근하면 온몸이 기진맥진해서 집에서 하기로 했던 것들을 잊거나 미루게 된다.

주말도 마찬가지.

이런 패턴이 지속되면서 체력은 계속 약해지고 개인생활은 정비되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누적되어 있는 것 같다.

지난주 장염으로 일주일 고생하면서 내가 고통에, 힘듦에 익숙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냥 힘든 상태가 나의 default, 당연한거라 생각하고 오히려 조금의 여유라도 생길라치면 할일을 찾아서 스스로를 바쁘게 몰아세운다. (그래야 뭔가 한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도록...나쁘게 습관이 들어져 버렸던 거다.)

최근 자기계발 서적이나 강의에서 계속 들었던 얘기가 내 에너지의 7~80%만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갑작기 중요한 일이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해결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매번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고 나면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 사실 공감하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오랜 습관 탓이리라. 그리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건진 몰라도,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은, 비춰지고 싶은 나의 욕망일 수도.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난 언제나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걸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순적인 감정

 

그런데 최근 계속 탈이 나면서 (아프거나...화를 내거나..), 심각하게 이걸 고민하게 되었다. 

나의 여유시간 모두를 일을 위해, 회사를 위해 쏟아붓는 건 나를 위해서도 팀원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부서원들도 따라올꺼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기대와 그에 따른 서운함만 늘어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출근해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우선 아침 30분, 8시에 출근해 중요한 업무처리나 하루 계획을 수립하면 얼추 30여분이 남는다. (주말은 변수가 많으니 제외하고)

30분 x 5일 x 4주 = 10시간/월 (활동시간 기준으로 대략 1일/월), 120시간/년 (활동시간 기준으로 12일/년) 

→ 한달에 하루가, 1년이면 12일이 생긴다.

 

내 컨디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면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저녁 리추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계획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9시에는 침실에 들어가자는 걸 실천한다면 30분의 여유시간이 생길 수 있다.

아침시간과 마찬가지로 계산하면 월 2일, 년 24일이 생긴다.

아침, 저녁 30분씩, 1시간을 활용한다면 년 24일, 1년을 12개월로 살 수 있는 셈이다.

계산이 잘못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날들이다. 

고작 하루에 1시간일 뿐인데...

 

같은 셈으로 주말 이틀동안 4시간을 활용한다치면 한달 16시간, 대략 2일/월, 1년 24일

이렇게 많은 날들이 생기는 셈이다. 물론, 주말은 워낙 변수가 많아서 이대로 지켜지기가 어렵다는 걸 안다.

 

가장 공평한게 시간이라고, 누구에게나 시간을 똑같다고 하지만 틀렸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누구는 1년을 13개월 14개월로 살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그 시간들을 다 일을 하는데만 써서는 안된다. 건강을 챙기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에게 좋은 것을 먹고 하고 보는 시간으로도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이렇게 계산을 해보니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하기만 하다면.

언제부턴가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10년 후를 생각하나면 결코 늦지 않았다.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에 후회가 남지 않게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자.

 

아침, 저녁 30분씩, 매일 1시간을 활용하면 한달에 20시간이 생기는데...무얼할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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