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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커뮤니티의 힘, AWA

지난 늦여름, 작정하고 성수동 투어를 한적이 있다.

성수는 힙한 브랜드의 스토어가 위치하고 수시로 팝업 스토어가 열렸으며 내가 좋아하는 서울숲과 맛집들이 즐비하다.

강 하나면 건너면 되는데도 맘처럼 쉽지 않고...그렇게 가봐야할 곳의 리스트가 쌓였을무렵, 친구를 꼬드겨 아예 성수에 호텔을 잡고 2일간의 성수 여행을 했다.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기억이 안날 정도이지만, 가장 임팩트가 있었고 여운이 남는건 그라운스 시소에서 열렸던 Accidently Wes Anderson 전시였다.

웨스 엔더슨 영화에 나올 법한 비비드한 컬러의 건물들과 장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영화 세트가 아니라 실제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쁘고 인상적인 사진들에 둘러싸여 한시간 남짓 황홀한 경험을 했다.

워낙 인기가 있던 전시라 내가 갔을 때가 거의 전시가 끝날무렵이었음에도 입장부터 줄을 서야했고, 둘러보는 내내 사람들과 밀착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동화속 나라들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 모습 (사진촬영을 독려하는 분위기)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어떻게 이 전시가 가능했을까에 대한 물음이었다.

웨스 앤더슨이란 영화감독의 이름을 붙인 전시지만 사실 웨스 앤더슨 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브루클린에 사는 부부가 자신들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계정(@accidentllywesanderson) 을 만들고,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 등장할 법한 장소들의 사진을 올렸는데, 수많은 팔로워들이 보낸 사진들까지 모여서 그야말로 글로벌한 여행사진 커뮤니티도 성장한 것이다. 

전시를 다녀온 후 나도 팔로우를 시작했는데, 현재 약 17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전히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awa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웨스앤더슨 스타일의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물론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나오는 장소와 건물들의 색감은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번 보면 기억에 남을 정도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세계 곳곳에서 사진을 제공하게 만드는 동인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첫번째는 웨스 앤더슨의 명확한 비주얼 아이덴티티 

- 그의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면, 그의 다른 작품을 보면 감독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이어도 웨스 앤더슨을 떠올리게 된다. 건물의 색감, 형상과 같은 명확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어떤 스타일인지 그냥 알 수 있게 해준다. 말 그대로 웨스 앤더슨 스타일인 것이다.

 

두번째는 발견의 재미!

- 우리는 새로운 곳에 갔을 때, 어디서 본듯한 건물이나 풍경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어떤 지역에 대해 한국의 나폴리, 한국의 알프스..이런 말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건축물을 본다면 마치 보물찾기 한듯이 반가울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인증해야하고

 

세번째는 취향의 공감

-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웨스 앤더슨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취향의 공통점만큼 사람들을 친근하게 만드는 요소는 없다. 최근의 다양한 취향기반 플랫폼들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 증거다. 처음 본 사람들도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하다면 얼마든지 몇시간 얘기할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확인했다.

비록 직접 대면하지는 못하더라도 웨스앤더슨의 커뮤니티는 취향이라는 단단한 연결고리로 묶여있기에 내가 발견한 것들을 찍고 공유하는 것은 수고스러움이 아니라 즐거움인 것이다.

 

그리고 성취감

이들은 사진을 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집집을 내고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전시를 한다.

내가 올린 사진이 멋지게 책자로 나오고 전세계의 사람들이 보게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물론 회원중에는 전문 사진작가들도 있겠지만 아마추어라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에서 전시까지 한다면?  나라면 아마 가족, 지인들에게 신나서 자랑할 것이다.

내가 하는 활동들이 멋진 결과로 나타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될 수 있다면 이만큼 강한 동기부여가 있을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나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커뮤니티는 마케팅에 있어서 그리고 고객 keeping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금융이라는 딱딱하고 다소 따분한 상품을 취급하는 회사로서 어떤 요소들로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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