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팝업 스토어가 대세다.
성수는 물론이고 연희동, 금호, 삼각지 등 분위기만 맞으면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를 연다.
주말에 성수에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팝업 스토어를 마주치게 된다.
2주전 유튜브 웍스 어워드 수장작 전시를 보기 위해 성수를 방문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는길에 민트색으로 예쁘게 단장된 작은 가게가 보여서 가까이 가보니 일본 문구 브랜드 파이롯트의 팝업 스토어였다. 공간이 크지 않아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등록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난 후 순번이 되어 입장을 했다.
약 10평 남짓 되는 공간은 시그니쳐 컬러인지 민트색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벽면에는 파이롯트의 펜, 다른 한쪽에는 팝업을 위한 굿즈들이 전시되어 있고 안쪽에는 체험을 위한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파이롯트 오피스라는 컨셉에 맞게 사무실처럼 꾸며져 있는데 체험을 원하면 책상에 앉아 준비된 노트에 파이롯트의 다양한 펜을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생각나는 음악, MBTI, 원하는 연봉 등등 회사에서 생각하고 얘기할 법한 소재들에 대해 작성할 수 있고, 사원증도 만들 수 있다.
오~ 생각보다 펜의 느낌이 좋다. 지워지는 볼펜과 형광펜도 있고, metal 컬러도 있었다.
무엇보다 하이테크볼 1.0 느낌이 너무 좋아서 체험이 끝나고 구매했다 ^^ 이게 체험의 장점이다. 평소 펜은 고민하지 않고 LAMY 1.0을 쓰는데..이 기회에 새로운 맘에 쏙드는 펜을 만나는 행운을.
인스타그램 인증, 간단한 미션을 채우면 23년 미니달력과 스티커도 받을 수 있다.
그냥 휘리릭 둘러보고 나오는 곳이 아니라 직접 써보고 메모해보고 마치 사무실처럼 체험할 수 있게 꾸며놓아서 기억에 오래 남을 듯했다.
다만, 준비된 책상이 적어서 이로 인해 대기가 길어지는 역효과도 있는데, 팝업의 목적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방문하게 할 것인가, 소수라도 경험의 밀도를 높일 것인가에 따라 그에 맞게 프로그램을 기획해야할 것 같다. 그건 홍보하고자 하는 상품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고.
계획하지 않았던 방문이라 그런지 더 만족스러웠던 경험!
최근 방문했던 여러 팝업스토어들 중에서 파이롯트의 팝업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기획이 너무 잘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의 팝업은 눈길을 끄는 캐릭터와 기발한 굿즈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작 그 브랜드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조연으로 밀려나고.
그런데, 파이롯트의 팝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메인 상품인 펜과 펜을 쓰는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 기획되었다는 점이다. 귀여운 캐릭터나 콜라보 굿즈도 없다. 오직 브랜드 컬러와 로고만으로 팝업 내외부를 장식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경험을 채워준건 디테일이었다. 체험노트의 구성과 문구는 상품을 잘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디테일이 가미되어 있었고, 단지 여기엔 이 펜을 사용해보세요라고 끝날법한 메세지를 상황에 대한 위트를 담아 재미있게 풀어냈다.
소맥 비율을 그려보는 페이지에서는 파이롯트의 형광펜을 사용하게 해서 넓은 면을 쉽게 채울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비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다시 그려보라는 메세지를 통해, 지원지는 형광펜이라는 USP를 깨알 소구했다.
체험 노트 첫페이지에 주력 상품의 특장점을 한줄로 간단하게 설명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장황한 설명없이 딱 한줄로 설명한 상품.
오랜만에 쓰는 즐거움을 경험해보았고, 또 마케터로서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도 컨셉과 디테일이 훌륭하다면 얼마든지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제대로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내년에는 마케팅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서 못해'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해내고 싶다.
p.s. 팝업스토어 방문 이후로 회사에 대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한국파이롯트의 현재 대표가 바로 '패닉'의 래퍼였던 김진표이다. 창업자의 외손주인 그는 자본잠식에 빠진 외할아버지의 회사를 정리하는 대신 경영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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