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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서모임 ;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by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책의 내용은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다루기 때문에 역설적인 제목이다)라는 책은 몇년전 트레바리 과학클럽에서 접했다.

1932년작이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미래사회를 정교하게 묘사했고, 극중 여러 장면들이 다양한 SF영화의 모티브가 된걸 알 수 있었다.

미래 세계에 대해 혹은 살면서 '만일, ~ 라면' 이라고 한번쯤 상상해봤을 내용들이 나온다.

문명사회는 생명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세계이다. 아기는 인공적으로 난자를 수정시켜서 탄생하기에 임신/출산의 개념도 없고 가족의 개념도 없다. 유전자 조작으로 얼마든지 우생한 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계급을 나누며 이는 태아단계에서 결정되며 몇몇 화학적 처리를 통해 계급에 맞는 신체, 두뇌조건을 갖게 된다. (물론 주인공 버나드나 헬름홀츠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능이 열등하거나 혹은 더 우등하게 태어나기도 한다.)

태어난 이후에 수면학습법을 통해 각 계급은 그에 맞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받고 자신의 계급에 대해 당연하게 느끼고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항상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소마'라 불리는 약을 복용하고 신선한 혈액 등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갖가지 처방을 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노화나 질병없이 살아가다가 60세가 되면 마치 스위치가 꺼지는 것처럼 삶을 마감한다.

지금과 같은 가족체계 안에서 자연적으로 임신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야만인이라 불리며 야만인 보호구역이라는 별도의 구역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번에 읽은 책
지난번엔 원서로 읽었는데...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이번엔 알라딘에서 번역본을 구매해 읽었다.

사실 초반부 아기가 만들어지고 성장하면서 조건반사처럼 사람의 마음과 인식을 조작하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렵기도 하다. 몇년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떄는 누군가에 의해 이런식으로 생명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것,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것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소마로 인해 가짜 행복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조금 바뀐 걸 알게 되었다.  아마 최근 회사에서의 여러 일들로 인해 답답하고 막막한 감정이 이입되서 그렇겠지만...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질병이나 노화없이 그리고 가난없이 60세까지 살다가 갑자기 생명을 마감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사람들 중 대다수도 이에 동의한 걸 보면 지금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팍팍하기 떄문이리라..

그런데, 사실 완벽한 시스템이란건 없다. 우리가 건강검진 때 수면내시경을 하다보면, 어떤 사람은 약이 잘 받아서 바로 수면에 빠지지만 어떤 사람은 잠이 들지 않거나 또는 중간에 꺠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태아단계에서 똑같은 처리를 하더라도, 성장과정에서 반복적인 수면학습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현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갖고, 금지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거나 꺠뜨리려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게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는 인간의 본성, 특성이 아닐까. 게다가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돌연변이를 만들기 떄문이다.

 

자기계급의 사람들 대비 신체조건이 열악한 버나드 막스나 지적 수준이 우수한 헬름홀츠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감을 갖고 있기에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아가지 못한다. 

결국 이들이 체제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판단한 문명세계의 통치자는 기존에 이런 사람들에게 그랬던것처럼 섬으로 추방을 한다. 

그리고, 실종사고로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살게된 문명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줄곧 성장한 '존'은 버나드에 의해 문명세계로 돌아오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세계가 투영된건,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비공식적으로 계급이 존재하기 떄문이다. 지금은 부 (또는 권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숨길 수 없는게 3가지가 있는데, '기침', '사랑', '가난' 이라는 것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아무리 아닌척해도 '가난'은 숨기기 어려운 것처럼 '부'는 어디에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많은 활동들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활동반경이 나뉠 수 밖에 없다. 우스개 소리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그리고 그 리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며 좌절하거나 우월감을 느끼며..경쟁하고 더 잘나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속한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졸업 후 취업세계에서도 전문직을 가질 수도,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또는 계약직으로 취업하기도 한다. 대기업에 들어가도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더 인정받고 승진하기 위해 노력한다. 설령 승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뒤쳐지는 기분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보다는 대다수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면서 경쟁에 참여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최근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었나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든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걸 원했었고 지금은 마음이 변한 걸수도.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면 내가 원하는 곳에 다다를 줄 알았는데...최근엔 갑자기 길을 잃은 느낌이다.

사방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길들을 급하게 따라갔는데, 막다른 길에 다다른 기분.

 

그래서 더욱 이 책의 문명사회에 관심이 갔던 것 같다.

그치만...난 안다. 나는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아가는 타입이 아니라는 걸. 그런 식으로 절대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

두렵지만, 막막하지만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한걸음 나아가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 

울고 싶지만...아니 울더라도 울고 난 후에 눈물 닦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사람. 

그런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자. 그리고 남의 시선이나 인정에, 욕망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이유로 살아가자.

 

책 '멋진 신세계'에 대한 토론과 함께한 와인들. 올해 마지막 독서모임이다보니 평소보다 오래 이야기하고 많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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