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제리미 리프킨의 신작 '회복력 시대 (The age of Resilience).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 공감의 시대 (The age of Empathy)에 이어 아주 오랜만에 나온 '~의 시대' 시리즈다.
저자는 효율성을 향해 달려온 산업시대의 종말을 얘기하면서 이제 변화에 적응해가는 회복력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이를 위해 과학, 경제, 정치, 철학을 넘나들고 연결하며 수렵채집 시절의 인류부터 봉건주의 민주주에 이르는 인류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사실 급격한 변화는 산업시대 이후 100여년간에 이루어졌으며, 자연과 다른 생물종을 대하는 태도도 이때 급격한 변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여전히 효율성은 우리의 생활과 일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판단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익숙한 가치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여러 불편함과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잘못 알았던 것을 인정하고 과거의 경험과 가치를 바꿔야만이 인류와 지구의 생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을 포함한 각각의 생물을 하나의 생태계로 본 것이다. 특히 인체를 이를 구성하는 물질이 주변과 왔다갔다하는 반투막성 개체로 본 것이다.
낯설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코로, 입으로, 그리고 피부로 호흡하면서 외부의 공기와 바이러스, 미세생물을 받아들이고 내뱉는 방식으로 교류하고 있다는건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몸 또한 하나의 고정된 물질이 아닌 지속해서 변하는 패턴으로 인식해야한다는 부분이 재밌게 다가왔다.
오래전 TED에서 본 쇼크를 당한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했던 어느 뇌과학자의 영상이 떠올랐다. 쇼크 상태로 정신을 잃는 순간 자신의 몸이 분해되어 외부로 흩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에도 그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여러번 돌려봤던 기억이 나는데, 우리몸이 원자로 이루어진걸 고려하면 결국 외부의 원자와 교류하며 패턴이 형성된다는게 이런 느낌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TED 영상 링크 https://youtu.be/UyyjU8fzEYU)
이런 관점에서 보면, 건강하려면 자연의 리듬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우리몸은 생체시계, 전자기장의 영향을 받기에 이 리듬에 어긋나게 살다보면 몸의 균형이 깨지고 세포들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접하면서 비정상적인 상황 (질병)으로 연계되는게 아닌가 싶다.
결국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자연과 다른 생물종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이용, 착취의 대상이 아닌 함께 어울려 살아나가야 하는 대상이다. 이런 관점은 예전 일본 애니메이션인 원령공주와 최근 속편을 개봉한 아바타의 사상과도 연계되어 있다. 우리를 포함한 지구를 하나의 큰 생명체로 보는 것.
자연을 이용하는게 당장은 우리에게 이익으로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그보다 더 큰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우리 삶의 방식도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를 통해 혜택을 보는 것은 다음 세대이거나 다른 생물종인 경우가 많아 단지 인류의 공감력에 의존해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이타심, 공감이 우리의 DNA이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의 상생을 위해 당장 어렵고 불편한 것을 감수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혜택 또는 강제적인 의무조항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1) 이책이 좋았던 이유
좀 어렵고 잘 읽히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전 분야를 망라해서 그리고 인류의 진화와 문명사를 훑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어려운 주제임에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렵긴 했지만 굉장히 디테일한 연구의 사례까지 들어서 이해시키려고 했던 노력에 감동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지금의 기후위기는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며 우리앞에 큰 재앙에 접해있지만 나름의 대응방안을 제시했고, 인간의 본성인 공감력을 강조하며 해결해나갈 수 있음을 희망적으로 얘기했다는 점이 좋았다. (문제점만 제기하고 흐지부지되는 책도 많은데, 나름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이와 관련하여 진행되고 있는 크고 작은 시도들에 대한 예시를 들어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
2) 저자는 어떤 노력을 엿볼 수 있던 부분
굉장히 많은 사례를 수집했고 문헌을 조사해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했다. 뒤의 참고서적만 보더라도..8년간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전문분야가 아닌 과학 분야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자료를 제시하여 설득력을 더했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이 책을 읽은 후 마음이 복잡해진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변화의 시기에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고민이기 때문이다.
전 인류, 국가 차원의 방법론은 제시했지만 개개인이 어떻게 적응해서 삶의 질을 높여나갈지에 대한 부분까지는 다루지 못했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차별적인 역량을 발전시켜 나가야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자연과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삶은 어떤 것에서 시작해야하는지 물음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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