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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행복한 삶이란?

한달에 한번 개인적인 인연으로 엮인 사람들끼리 하는 독서모임이 있다.

아무래도 트레바리는 회비를 내는 것도 있고, 어떤 주제의 책을 읽을지에 대한 클럽 선택과 연계되기 때문에 나의 취향이 들어가는 반면, 이런 개인적인 모임은 돌아가면서 책을 추천하다보니 강제성도 떨어져서 바쁘면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참석하고 나면 잘했다 싶은데..바쁘고 피곤하다보면 막상 모임 장소에 가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올해 3월부터 줄곧 못가다가 이번달 책은 내가 작년말부터 읽고 싶엇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란 책이라 일찍 읽었고,

너무 자주 빠져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참석했다.

 

본격적인 책 얘기전에 저녁을 먹으면서 어떻게 지냈는지를 얘기하는데, 한 회원의 얘기가 여운이 남았다.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친구랑 점을 보러가기로 했는데, 예약할 때 그쪽에서 숙제를 줬단다. 지난 세월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내가 행복했던 때, 힘들었을 때를 적어보라고 했다고. 그래서 정말 대학시절부터 쭉 회고를 했는데, 본인이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그러지 못했을 때 더 많은 기억이 나고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인정받고 승진했을 시절은 일만 열심히하며 지내다보니 특별히 기억나는 추억이 없는데, 오히려 그러지 못했던 시절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본인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사실 나도 일을 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타입이라서 항상 내 삶의 중심이 일이었고, 어찌보면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거래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예의) 성실한 그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혹시 나는 잘못사는게 아닐까..나중에 어느 순간 지금의 시간들을 후회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그런 생각은 종종 했다. 그런데 결론은 결국 일이었다. 내가 그 과정에서 행복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게 나의 착각은 아닐까...겁이 난다.

그리고 일에 대한 나의 태도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대하는 건 아닌지...

일하다보면 이 주제에 대한 여운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블로그에 남겨본다.

어찌보면 남아있는 내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이 에피소드와 연관된 누군가가 보내준 이메일이 생각났다. 

이순신의 난중일기가 전쟁에 관한 심각한 얘기만 있는게 아니라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소소한 일상들이 함께 적혀있다는 것이다. 누구와 술마신 얘기, 맛있는 음식을 먹은 얘기가 더 많다고. 그러면서 그가 적은 문장을 옮겨본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다.

행복의 크기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행복을 자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좌절에서 빨리 벗어나게 되고 시련과 역경이 닥쳐도 금새 극복할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된다.

일상 생활에서 행복의 빈도를 증가시켜 더 큰 행복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좋아하는 사람과 소소하지만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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