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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시, 명상

예전 괴팍한 직장상사로 인해 한창 힘들때, 명상에 빠진 적이 있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빠졌다기 보다는 명상에 대해 공부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정말로 몰입한 경험은 몇번 안되고 관련 책들을 많이 찾아봤었더랬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몸에도 영향을 주게 되면서 본능적으로 살기위해 요가를 시작했고,

요가 수련 후 마지막에 몸을 이완시키면서 가볍게 명상을 헀는데, 그때 마음과 몸이 평온해지는 경험을 했었다.

요가를 열심히하던 2년간, 그 이후에는 가끔 일년에 2~3달 정도 아침에 스트레칭과 짧은 명상을 헀다.

 

그러다 코로나가 생기고, 리듬이 깨지면서 명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2~3년간 지속되었지만 막상 다시 시작하는데 쉽지 않았다. 아침에 또는 자기전에 명상 관련 유튜브를 틀어놓고 시도를 해보았지만 한두번에 그치던가 그냥 잠이 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명상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건 몸이 보내는 신호 때문이었다.

회사일에 늘 쫓기다보니 몸은 항상 수면부족과 피로상태이고 마음은 조급함과 불안함으로 가득찼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으면서도 막상 다시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던차에 트레바리의 이벤트를 접하게 되었다.

(이걸...운명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무언가의 이끌림에 의해 평소 독후감 올릴 때나 들어가보면 트레바리 앱에 들었갔다가 무심코 이벤트 메뉴를 봤는데, '한여름의 커피 시에스타'라고 점심시간 1시간을 이용해서 전문가와 함께 쉼을 배워보는 시간이었다.)

얼른 점심 약속일정을 살피고 비어있는 날짜를 찾아 신청을 헀다.

해당 이벤트는 네스프레소와 트레바리가 협업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직장인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가 직장인들에게 잠깐의 쉼을 가르쳐주는 컨셉이다. 사실 커피는 깨어있기 위해 마시는 건데 쉼과 명상을 얘기한다는게 안맞는 것 같으면서도 타겟 측면에서는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뻔한 컨셉보다는 이런 반전 있는 컨셉을 좋아한다. 고객 행동측면에서 보자면 커피와 쉼/명상의 목적은 동일하다고 본다. 더 맑은 정신으로 할일에 집중하기 위한 것)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본적이 있는데 우리가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면 그 각성 효과는 2~30분쯤부터 나타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고 그만큼의 짧은 잠을 자고 나면 훨씬 더 개운해진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강사님도 같은 얘기를 해주셨다. 아마 이게 네스프레소가 쉼이라는 컨셉으로 이벤트를 기획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트레바리 홈페이지

시간에 맞춰 장소에 도착하니 빈백 6개가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15분간 커피를 직접 만들어서 시음하고 35분은 명상을 같이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있었다.커피는 당연히 네스프레소 커피 머신을 이용해 만드는 것인데, 레시피가 제공되어서 평소처럼 캡슐넣고 버튼 눌러서 추출된 커피만 마시는게 아니라 다양한 커피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탓에 쌀쌀한 느낌이라 따뜻한 오트라떼를 만들어 보았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카페에서 사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구비된 책을 조금 읽다보니 명상이 시작되었고  강사님이 짧게 쉼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하시고, 명상에 도움을 주는 호흡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날때 108살까지 살 수 있는 호흡을 선물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빨리 써버리면 생명이 단축된다는... 동물을 살펴보면 호흡이 느린 동물들이 오래 산다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를 비교하면 거북이가 훨씬 오래사는 것처럼)

과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냐 아니냐를 떠나서 공감은 되었다. 우리가 화가나면 호흡이 빨라지면서 온몽에 힘이 빠지고 피곤해지기 때문에 몸에 좋을리가 없다는걸 예상할 수 있다.

강사님과 함께 10분 정도 한쪽 코로 숨을 쉬는 호흡법을 한 후에 명상 음악을 들으며 20분간 각자 편한 자세로 빈백에 누워 쉼의 시간을 가졌다.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한 상태였기에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머릿속에 회사 관련 생각이 떠오르면서 명상 음악과 어우러져서 잠을 잘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를 관찰하게 되면서 내가 어떤 생각들에 쌓여있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잠에 들지는 못했지만 끝나고 나니 몸이 조금 개운해지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인 것 같다. 하루에 단 10분 이라도 차분하게 나를 관찰하며 내가 무엇때문에 힘든지, 어디가 불편한지, 어떤 마음인지를 알아주는 시간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것.

강사님의 얘기에 따르면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도 회사 생각이 떠올랐다. 열심히 피드백 주는데 생각만큼 잘 따라와주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어느 순간 나를 위해 마음을 내려놓고 무관심해지려 노력했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에.

그런데, 강사님의 얘기를 듣는 순간 그런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단지 50분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몸과 마음이 릴랙스 되는걸 경험해서 한번의 이벤트로 끝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을 기점으로 목표를 세웠다.

 

개인적으로는 하루 10분 나에게 (몸과 마음에) 관심을 주고 관찰하는 시간을 갖기.

업무적으로는 내가 외면하려고 했던 팀원들에게 관심을 주는 시간 갖기 (매주 1명의 팀원 선정)

 

이게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할까 말까 고민되면 일단 해보라는 얘기처럼 고민하고 따지지말고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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