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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옴니채널 전략, 보험사는 언제쯤 가능할까?

옴니채널이란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한건 약 10년전쯤이었던 것 같다.

애플의 스마트폰으로 모멘텀을 얻은 온라인 쇼핑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던 유통업체들을 시작으로 기업들은 인터넷몰을 만들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있으니 그곳에 접점을 만든거다. 이른바 멀티채널 전략이다.

당시엔 온라인은 별도의 매장과 점원이 필요없었기에 오프라인 대비 가격이 저렴했고 이로 인해 온/오프라인 매장간 cannibalization 이슈가 발생했다. 그래서 상품을 달리 운영하기도 했는데, 이는 고객에게 불편으로 느껴졌다.

동일 회사인데 어디엔 있고 어디엔 없으니 어찌보면 다른 회사나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정도의 구분만 있어도 골치아픈데 고객 접점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가전제품만 보더라도 직영대리점, 홈쇼핑, 백화점, 전문할인매장, 전속 인터넷몰, 오픈마켓 등등. 결국 한 브랜드 내에서 판매채널간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기능을 넣고 빼면서 조금씩 차별화를 두기도 하고 디자인을 달리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멀티채널은 회사차원에서도 관리의 복잡함과 채널간 cannibalization 이슈가 있고, 고객입장에서도 상당히 불편하다. 내가 백화점에서 본 그 모델을 집 근처 직영대리점이나 온라인에서 찾을 수 없는거다.

기업의 경영기조가 회사관점에서 고객관점으로 전환하면서 발빠른 기업들은 이런 고객의 불편함을 캐치하고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다.

고객의 구매여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seamless한 구매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채널간 융합을 시도했다. 이른바 옴니채널 전략. 내가 지나가다 매장에서 본 그 제품을 온라인 몰에서 다른 유사 브랜드와 비교후에 주문하고 다음날 퇴근길에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다.

채널이 어디든 고객은 끊김없이 동일한 구매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는거다. 오프라인 매장은 점포 임대료도 내야하고 점원 월급도 줘야하니 가격이 더 비싸야한다는 논리는 철저히 회사 관점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고객이 그런 사정을 이해해줄 필요도, 그럴 생각도 없다.

어떻게 보면 옴니채널로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미 미디어는 그보다 먼저 N-스크린이라는 이름으로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해왔고, 소비자는 그런 경험에 익숙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가 몸담고 있는 보험산업은 아직도 멀티채널 전략에 머무르고 있다.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보맵과 같은 플랫폼이 등장한 현 상황에서도 여전히 설계사를 통한 대면판매가 전체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통신판매가 그리고 아주 최근에서야 인터넷 채널이 도입되어 매년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사의 이러한 멀티채널은 과거 기업들이 겪었던 실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보험사는 각 채널의 운영비용에 큰 차이가 있기에 이를 반영하여 가격대를 책정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그걸 눈치채지 못하도록 채널별로 동일하지 않은 상품을 운영한다. 대면채널에는 더 많은 담보로 구성된 상품을 인터넷채널은 담보 개수도 적고 보장금액도 적은 저렴은 상품을.

그렇기 떄문에 인터넷채널을 통해 상품을 검색하고 설계해본 고객이 그 상품을 전화나 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수 없다. 전화상담원이나 설계사는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기에 본인들이 판매하는 더 비싼 상품을 권유할 것이다. 아마 설계사들은 이렇게 설명할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상품은 보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거다, 보험은 보장이 충분한 것이 좋다'.

반면 인터넷 채널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열심히 인터넷채널용 상품을 홍보한다. ‘우리는 가격이 훨씬 저렴해요. 꼭 비싼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어요,’ 라며 고객을 유혹한다. 채널간 경쟁하는 거다.

이쯤되면 고객은 헷갈린다. 안그래도 어렵고 복잡한 보험상품인데, 채널을 선택해야하는 부담까지 가중되는거다. 그러다보니 아예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미루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는 아주 단순한 기준으로 (이를 테면 가격) 보험 상품을 선택한다. 채널간 시너지는 커녕 경쟁만 야기하는 모습이다.

이는 고객에게도 회사에게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보험사는 단지 채널이 가진 형태에 기반하여 상품과 가격을 차별화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일관되고 끊김없는 구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채널 운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채널에 따라서가 아니라 고객의 특성에 기반한 차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널별 역할을 재정의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기반으로 채널을 포지셔닝 해야한다.

과연 고객이 추가로 비용을 더 지불할 정도의 가치를 설계사가 제공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 채널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채널간의 유기적 연계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철저하게 고객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터넷 채널의 밸류는 단지 저렴한 보험료가 아니다. 그리고 아니어야 한다. 고객이 단지 가격 때문에 인터넷으로 어려운 보험을 가입할까? 보험을 가입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factor가 가격일까? 그렇다면 인터넷 채널의 성장이 타 산업에 비해 여전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으로 고객 관점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시장의 무게는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기업에게 쏠릴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성공방식을 털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작과 끝에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각 유통채널의 특성을 결합해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쇼핑 환경을 말함

(출처 : 한경닷컴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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