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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미나리 MINARI', 한편의 시가 되다

연초부터 해외에서 영화 미나리에 대한 해외영화제 수상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각종 뉴스와 기사에도 한껏 이슈가 되었던터라 개봉하면 꼭 보겠노라 다짐했었다.

코로나가 이후 한번도 영화관에 간적이 없어서 걱정은 되었으나 요즘은 띄어앉기도 잘 지켜지고 있고 방역도 철저히 한다고 하여 조심스럽게 사람이 없을법한 저녁시간대를 골랐다.

일부러 좌석이 널찍한 영화관에 시작시간에 딱 맞춰서 갔는데, 자리는 좌석의 30% 정도만 차있고 스크린도 불이 꺼져서 무슨일인가 했더니 광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통 상영시간에 딱 맞춰 가면 10분 정도 광고를 보고 영화가 시작하는데, 극장에 사람이 없으니 광고도 거의 없어진 것이다. 영화관 경영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과 그럼에도 유지해주는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속도가 빠른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서야 영화가 끝난걸 깨달았다.

뭐랄까..보통의 스토리가 갖고 있는 뚜렷한 갈등-문제해결 구조가 아닌 그냥 물 흐르듯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랄까.

소감을 좀 더 디테일하게 전달하고 싶은데 표현력이 없어서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저 그냥 아름다운 시 한편을 감상했고 그로 인해 감정이 충만해졌다는 말 밖에는...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위해서 필요이상으로 역할의 성격을 부각시키도 않고 흔한 선악의 대립도 없다.

특별히 개성이 있거나 과장하는 캐릭터가 없음에도 2시간을 순식간에 삼켜버리는건 온전히 영화를 이끌어가는 감독과 역할에 그대로 녹아버린 배우들의 힘이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본게 얼마만인가 싶다.

한편으로 신기한건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이 이야기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거다.

가족이 담고 있는 핵심정서는 비록 그 형태와 상황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인종, 민족, 국가를 넘어 공통적이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나중에 OTT 서비스에도 올라오면 한번 더 찬찬히 봐야겠다.

마음이 힘들때마다 한번씩 꺼내보고 싶은 영화다.

각자의 바쁜 삶과 또 최근의 코로나로 인해 비록 만남은 줄었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조건없이 나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건 그 사실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된다.

 

p.s. 윤여정 배우님의 연기는 이미 여러 전작들과 미나리 관련 인터뷰를 통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아역배우 앨런 킴의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마지막에 흐른 한예리 배우의 OST는 영화와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한예리 배우의 목소리가 이렇게 매력적이었나 새삼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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