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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지친 마음을 일으키는 건 결국 나의 몸 - 걷기 예찬

19년 여름즈음, 회사내 복잡한 이슈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고 느껴져 힘들 때 아침 명상과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10분 정도 명상을 하고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나서 하루를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회사에 출근하듯 기계적으로 반복했고, 덕분에 그럭저럭 자존감을 회복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작년 하반기 몸이 급격히 안좋아지고 올해들어 역할이 커지면서 쉬지않고 몇달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기상시간은 늦어지고

그로 인해 아침 루틴에서 명상은 사라지고 스트레칭을 못하는 날도 늘어났다.

업무 중에도 퇴근 후에도 피곤함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내맘대로 안되는 체력도 속상했지만 마음이 더 힘들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퇴근 후에 꼭 운동을 하리라 아침마다 마음을 먹어도 퇴근 후 급하게 허기를 달랜 후에는 물먹은 솜처럼 늘어져서

운동은 커녕 책 한장 읽을 수 없었다.

멍한 상태에서 기억해야할 것들을 기억못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던 어느날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다짐도 없이 바로 그날 걸어서 퇴근을 하였고 그렇게 2주 정도 넘어가던며 때아닌 더위가 찾아오던날

출근도 걸어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을 먹으니 4시반에 눈이 떠졌다. 5시까지 뒹굴거리긴 했지만.

작년 루틴처럼 5시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몇달만에 명상도 하고 스트레칭까지 한 후에 씻고 간단히 요기를 하고 (사과1개, 삶은달걀1개, 요구르트 쪼금)

6시50분에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해가 일찍 뜨는 탓에 아침이라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더위가 시작되서인지 공사현장은 일을 일찍 시작해 한창 업무에 열중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30분을 걸으니 회사에 도착했다.

약간의 땀과 열이 오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단지 걸어서 출근하고..평소보다 3,40분쯤 일찍 도착했을 뿐인데도 한결 여유롭고 충만한 느낌마저 들었다.

평소보다 30분쯤 일찍 일어나고 걸어서 출근하니 살짝 피곤하기도 했지만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이런 시간을 몸이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걸으면서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 주변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마치 뒤통수를 맞은양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하루 1시간여의 걷기가 길바닥에 넘어져 주저앉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 같았다.

그래 걷자.

아무 생각말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걷기와 함께하자.

 

이번 주말엔 내가 너무 좋아하는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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