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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우물 안 개구리의 행복

'우물 안 개구리'

어제 방송된 유퀴즈 출연자가 언급한 단어다.

국내회사를 다니다가 우물안 개구리로 남고 싶지 않아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졸업 후 미국회사에 다니다 삼성전자에 스카웃되서 일했고 3년전 구글로 이직한 수석 디자이너라고 한다.

구글본사에서 일하는게 부러워 관심있게 보다 정작 마음이 끌린것은 그녀의 이야기였다.

보통 이직하면 6개월 정도의 헤메는 기간이 있었는데, 구글 이직 후에는 1년 동안 힘들었다고.

게다가 다면평가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후에는 사람이 무섭고 자존감도 하락해서 회의 때 발표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회사에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컸다고. (자율적인 근무문화와 엄청난 복지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런 것에는 엄청난 책임감이 뒤따르고, 성과가 없을경우 바로 해고된다고 한다)

급기야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까지 오고 결국 사내 심리상담사와 면담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은 2가지였다. 하나는 본인이 이 조직에 맞는 사람인가?, 둘째는 나는 왜 최선을 다하지 않는가?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쿵했다.

그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라서 당시 계속 무언가를 먹고 있었고, 할일이 쌓여있음에도 인터넷 서핑 등 업무와 관계 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자신이 괴로웠다고 한다. 그런 고민을 들은 상담사는 그가 계속 먹는 것은 몸이 에너지를 원하기 때문이고 일을 미루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마음이 편안해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줬다. 결국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있으니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고.

 

나도 유독 남들보다 스스로에게 strict 하다.

남들에겐 흘려버릴 수 있는 실수도 나한테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하며, 내가 가진 장점은 당연한거라 여기면서 부족한 점에 대해서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괴로워한다. 물론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도 해보았지만 쉽지 않기에 그런 스스로를 더 자책하고 몰아세웠다.

 

이후 그는 다시 돌아온 평가기간에 본인처럼 힘들어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메일을 썼다고 한다.

어떤 평가를 받든 너무 마음아파하지 말라고. 우리 모두는 보석같은 존재라고.

그러면서 그가 경험을 통해 깨달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우물 안 개구리'  우리는 이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시야나 식견이 좁은 사람을 빗대어.

(이는 '우물 안' 이라는 어디에 있는지에 focus했기 때문이며 '개구리'라는 우리 정체성은 잊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싶어 유학을 갔지만 타국에서 그녀의 boundary는 더욱 좁아졌다고 한다. 한인사회, 한인교회, 한인마트 등

이런 자신의 상황을 우물을 벗어나 더 넓은 물을 경험하고 싶어 바다로 간 개구리에 빗대어 설명했다.

정작 드넓은 바다로 갔지만 개구리인 그가 살 수 있는 곳은 바다 중간의 작은 섬일 뿐이었고, 개구리는 본인의 생각과 달랐기에 행복하지 않았다.

그가 깨달은 것은 '우물 안' 이라는 '어디' 가 아니라 개구리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우물 안이든 바다 한가운데 섬이든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

 

나 또한 20여년의 커리어를 겪어오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남들이 들으면 부러워할 회사에 입사하고도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MBA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당시 유망한 대기업에 취업했다. 불만은 없었지만 다른 회사, 다른 산업에 대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보다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에 회사를 나와 작은 컨설팅사로 이직했다.

거기서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컨설팅하면서 원하는 바는 이루었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우물밖을 기웃거렸고 지금의 회사로 오게 되었다.

물론 기존과 다른 우물이었으나, 지금의 우물이라고 더 나을 것은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 꽤 오랜 기간을 버텨오면서 어느새 다른 우물을 꿈꾸고 있다.

이렇게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나의 관심, 제1순위는 온통 이직, 커리어 계발이었고 그를 위해 여유시간에는 정보를 찾거나 자기계발에 투자했다.

커리어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지금 있는 곳에서 더 인정받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더 나은곳, 재밌게 있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나에게 무엇이 남은걸까.....라는 허무함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재테크도 뒷전이었고 항상 바쁘고 피곤했기에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소홀했다.

게다가 작년부터 급격히 나빠진 건강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가 남긴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한 팁이 기억에 남는다.

직장과는 연애를 하지 말고 썸을 타라고

내 모든 것을 주면 기대와 배신감만 커지니 밀당을 잘하라는 의미다. 순간 내가 이런 이야기를 20년 전에 들었다면 지금 나의 모습은 달라졌을까 생각하다가 문들 사회초년생 시절 나를 잘 아는 대학 선배가 똑같은 충고를 해준것이 떠올랐다.

회사에서의 일로 일희일비하는 나에게 그렇게 회사에 올인하면 내 생활의 중심이 무너진다고. 취미나 모임 등 다른 활동이 필요하다고.

일견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당시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기에 (아무래도 자존감이 낮은탓에 남의 평가에 유독 민감했기 때문이라) 그냥 흘려보냈었다.

 

지금이라도 짝사랑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보겠지만 20년 넘게 체화된 습관인지라 쉽지가 않을 것 같다.

회사의 일로 내 기분이, 생활이 그리고 컨디션이 업 앤 다운 요동을 친다.

어렵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포기해버리면 아무 변화가 없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조금씩 하나씩 노력해야겠다.

 

나를 좀 더 사랑하고 그리고 나를 아껴주는,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더 소중하게 보살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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