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나 배웠다.

회사에서 마음이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경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오늘 최근 몇개월간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결과 보고서를 관련부서에 공유하게 되었다.

오래 진행하기도 했고, 결과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성과에 대한 챌린지를 받으며 이런저런 분석을 해가면서 한달넘게 걸려 겨우 완성한 보고서라 애정이 가서 평소와 달리 수신인에 관련부서 임원도 넣었다.

메일 본문에 어떤 내용을 쓸까 고심하다가 보고서가 메인이기에 짧은 설명과 함께 내년에도 협조와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을 썼다.

도와주셔서 감사하다..이런 내용까지 쓰기엔 뭔가 의례적인 멘트인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관련부서에서 적극 협조를 해줬다고 생각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내년에도 협조와 조언을 구한다는 내용에서 올해도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이해할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메일 발송 후 관련부서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메일에 본인 부서에서 도와줬다는 언급을 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의 표현.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이유는 2가지

첫째는 메일 쓸 당시에 떠올리지 못했던 그 부서의 협조사항들이 떠올랐고, 그동안 내가 당하면서 속상해했던걸 나도 똑같이 했구나라는 부끄러움과 후회

둘째는 그런 상황을 접했을 때 나는 말한마디 못하고 서운함을 삭혔었는데, 표현을 해도 되는구나라는 깨달음.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미안함과 함께 뒤이어 굳이 전화까지 해서 얘기하나 싶은 마음이 조금 있었는데,

대화를 하다보니 그 입장에서 충분히 서운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분도 나에게 전화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게 편하지는 않았을텐데 용기를 내서 표현을 해줬기에 나의 행동에 대해 되돌아보고 잘못한 점을 인지할 수 있었던거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던건 그런 걸 표현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나는 항상 상대방이 알아주겠지..라며 혼자서 기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서운했던 거 같다.

어릴적부터 나의 생각을 밝히는데 소극적이었던 성격이 사회생활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비교적 어린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다보니 나의 업적이나 생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칫 나대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선배들의 얘기를 들은 뒤에는 더욱 표현하지 않았었다.

이후 나처럼 어필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의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비록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결국 얘기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명확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오늘 나에게 전화한 그분처럼 매너있게 자신이 느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면 누구라도 나처럼 공감할 것이다.

 

지금 내가 기분이 다운된건 나의 짧은 생각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 때문이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깊이 반성하고 기억해야지.

아직도 배울게 많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