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tvN에서 '윤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윤식당, 여름방학, 삼시세끼...처럼 소박한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선호했던지라 퇴근 후 본방사수했다.
이서진배우가 '대한민국에서 우려먹기를 젤 잘하는 사람'이라고 나영석 PD를 칭했듯이
그는 본인 프로그램을 변주해서 확장하는데 천부적인 재질이 있는 듯 하다.
'1박2일'에서 했던 여행프로그램을 대상과 장소를 노배우와 해외로 바꾸어 '꽃보다 할배'를 탄생시켰고, 이는 곧 '꽃보다 누나'로 또 변주되었다. '삼시세끼'라는 포맷이 산촌편에서 어촌편으로 확장된것처럼 이번 윤스테이도 단순히 윤식당의 국내버전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그램 앞부분 사전 미팅을 하는 내용을 보니, 윤식당을 원래는 년초에 찍으려고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연말로 미루었다고 한다. 그때쯤이면 코로나가 잠잠해질꺼라고. 그러나 여름이 지나가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기존 컨셉인 해외의 조용한 도시에서 식당을 차리는 포맷을 포기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윤스테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것이다.
애초 윤식당의 취지는 해외에 사는 사람들...특히 한국음식을 잘 접할 기회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문 요리사가 만든 세련된 한식이 아닌 배우들이 열심히 배워서 만든 일상적인 한국음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취지는 살리되 영리하게 변주했다.
아마 식당이라는 방식에 고수했다면 제주도처럼 외국인이나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국내 관광지로 장소만 변경했을 수도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며 예약제로 운영하고 하루에 몇팀 외국인만으로 손님을 받고 장사하면 되니까.
그러나 하루 몇팀의 손님이 한두시간 음식을 먹고 가는 걸로는 방송에 내보낼 충분한 촬영분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을테고 가뜩이나 외출, 외식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식당이라는 어찌보면 핵심 요소를 상황에 맞게 바꾸어 하루 머물고 갈 수 있는 숙박으로 변경했다.
장소도 도심과 떨어진 조용한 시골마을의 한옥. 게다가 숙소들끼리도 한참씩 떨어져있고, 마스크를 벗고 산책해도 무방할 정도로 넓은 산책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불안함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손님들은 국내 체류기간이 1년 이내인 외국인들로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한국다운 모습을 경험하기 어려웠을 사람들로 선정해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유지했다.
그냥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한주의 피로나 풀려던 생각이었는데...쓸데없이 진지한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라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을 나름의 방법으로 헤쳐나가고 있는걸 보니,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식상한 문장이 떠올랐다.
회사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비단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해야하는데 예산이 줄어서...조직이 바뀌어서 등등...어떤 불리한 상황에 접하게 되면 그걸 이유로 힘없이 포기해버리는 사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로 나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큰 기회를 준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혁신은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나온다. 태평성대에 뛰어난 군주가 나오기 어렵듯이 세상은 위기속에서 항상 큰 도약을 이뤄냈다.
식상한 말이긴 하지만 지금의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나면 기업이 그리고 개개인이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먼훗날 코로나 '때문에'가 아니라 코로나 '덕분에' 라고 회상할 수 있도록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그리고 전략적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파에 누워 TV보며 머리나 식히려했는데..어쩌다보니 자기계발서를 읽은 것처럼 자극이 되었다.
다른 얘기지만 누군가가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해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p.s. 프로그램에 나오는 요리들을 보면서 (특히 떡갈비) 나영석PD가 K푸드의 확산과 CJ의 식품 비즈니스에도 큰 기여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보너스를 많이 받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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