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이어 3번째 인터넷 은행인 토스뱅크가 지난 26일 금융위 정례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못해 9월쯤에야 출범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앞선 사업자인 카뱅, 케뱅 대비 금융위의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져서 당초 예정한 7월에서 조금 늦어진다고 한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토스가 사업을 확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대기업에서는 신사업 하나 고려하는데 수십번의 검토와 보고를 거친 후에도 갖가지 리스크를 우려하여 접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치 굶주린 사자처럼 최근 2~3년간 다양한 금융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토스 페이먼츠가 LG 유플러스 PG 사업부를 인수해서 결제시장에 진출했듯이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기존의 rule을 따르지 않고 철저하게 가설-검증/학습-수정의 과정을 거쳐서 그들만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토스뱅크를 시작하면서 그들은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층 대출 비중을 44%까지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건 그들의 사업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 인터넷 뱅크 허가를 받을 당시 중/저신용자층 대출을 20년까지 30%로 목표했던 카카오 뱅크는 실제로 10%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토스가 가장 공들이는 분야가 신용평가모형(CSS)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려면 신용평가모델이 정확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지 소득수준 뿐 아니라 개인의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그동안 다양한 금융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고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왔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 토스의 행보를 보면, 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물론 각종 규제를 방패삼아 그들만의 리그였던 금융산업을 전방위적으로 뒤짚어놓은 메기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
혹자는 송금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오픈뱅킹 시대에는 경쟁력이 없을꺼다, 고객기반이 더 많은 카카오,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금융에 뛰어들면 위험해질 것이다라는 얘기를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금융에 있어서만큼은 토스가 카카오, 네이버보다 더 기존 업체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금으로 시작했지만 페이먼트, 인증, 보험, 증권 등으로 빠른 속도로 확장해나가고, 일단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빨리 비즈니스를 테스트하고 학습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거나 변경한다. 말 그대로 MVP로 출시한 후 고객의 피드백과 시장상황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토스 내부에 데이터로 축적되어 있다.
누군가 데이터가 next 반도체라고 했듯, 축적된 데이터는 토스에게 엄청난 경쟁력과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사실 많은 회사들이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고있고, 이미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의도를 갖고 축적한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업무나 부서별로 데이터가 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종합적인 분석을 하기 위한 어려움과 불편함이 많다.
기업들이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는 것들을 토스는 하나씩 구현해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 은행 서비스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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