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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금융

토스가 만들어가는 금융의 미래 - 2) 토스 인슈어런스, IaaS

보험에 있어 그들의 행보도 매우 빠르다.

여느 인슈어테크 업체, 디지털 보험사처럼 미니보험으로 시작했지만 사업성이 없음을 파악하자마자 중단하고,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에 집중했다.

그리고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장기보험이 설계사의 설명없이 인터넷만으로 판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자, 자체 설계사를 고용해 TM 판매를 시작했고 (토스 고객층 고려시 대면보다는 전화/채팅상담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듯), 기존 TM설계사들처럼 Push 영업을 하여 고객의 불만 VOC가 발생하자 바로 이들을 고정급을 주는 정규직 신분으로 전환하였다.

이들의 평가기준은 판매여부가 아니라 NPS(추천지수)이기 때문에 영업관점이 아니라 고객에게 최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작년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의아했다. 플랫폼 업체는 기본적으로 중개 비즈니스의 성격을 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 부담없이 비즈니스를 키워갈 수 있다. 하지만 판매인력을 늘려 매출을 늘리는 방법은 비용도 같이 증가하는 구조라서 스타트업이 가져가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또한 토스는 비슷한 시기에 이들의 전문분야인 고객-설계사 중개 형태의 비즈니스도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반 카카오T가 그랬듯이, 토스는 설계사 Pool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블루회원이라는 자격을 두어 이들에게는 1일 1개의 DB를 제공하였는데, 블루회원은 토스와 제휴한 보험사나 GA 소속 설계사이거나 다른 설계사 2명을 초대한 설계사, 고객 리뷰에서 만점을 받은 설계사들이 해당된다. 

보험사나 대형 GA설계사 소속이 아닌 경우에는 설계사 영업지원앱인 토스보험파트너스앱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설계사들에게 혜택일 수 있는데, DB까지 제공하니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에는 앱을 깔고 등록한 설계사에게 1만원을 지급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제공되는 DB를 통해 계약체결이 바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갈수록 가망고객을 찾기 어려운 설계사한테는 굳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등록설계사가 5만명 (누적상담건수 70만건)이라 아직 업계 전체 설계사 등록 설계사 40만명 중 12% 수준이지만 등록설계사가 절반을 넘어가는 순간, 카카오T가 택시 하나 없이 택시 업계에 장악했듯이 토스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수익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등록 설계사 대상 앱 이용료를 받을 수도 있고, 현재 GA에서 하듯이 DB를 설계사에게 판매할 수도 있고,

보험사로부터는 앱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댓가로 광고비를 받을 수도 있고 또는 판매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고객과 판매원이 있으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면 이것이 이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모습일까?

태생부터 디지털인 토스가 왜 굳이 설계사 채널에 관심을 가졌을까?

보험상품은 어렵고 복잡하다. 게다가 왠만해선 자발적으로 니즈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설계사들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때로는 공포감을 조성하며 니즈환기를 한 후에 복잡한 상품을 설명해준다. (사실 말해줘도 잘 모르니 상세 설명보다는 나를 믿고 가입하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다르다. 설계사의 push와 설득에 쉽게 넘어가지 않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어한다.

그러면 이들은 보험에 가입할 때 인터넷으로 가입할까? 그렇지 않다.

본인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까지 가입을 미루거나 오히려 의사결정의 피로함을 핑계삼아 설계사에게 맞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존 고객보다는 훨씬 까다롭다)

즉, 다른 금융상품처럼 인터넷채널이 급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초반의 경험을 통해 파악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주류채널인 설계사채널에 진입하여 고객과 설계사간 상담과정을 데이터화한 후에 이를 기반으로 AI 상담솔루션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젊은 고객들은 대면보다는 비대면 상담을 선호하니 AI설계사라는 것이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어설플 수 있으나, 이들이 딥러닝을 해나가면 어느순간 왠만한 우수 설계사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자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 중개 모델이 있음에도 왜 굳이 상담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을까? 이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기에 모든 고객들에게 최상의 고객경험을 제공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판매자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황에서의 고객과-설계사와의 보험상담/상호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AI 상담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인 것이다.

그리고 초반에는 설계사들의 영업을 지원하는 AI 어시스턴트의 형태로 출시되어 설계사나 설계사를 보유한 보험사에게 SaaS 형태로 판매할 수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설계사도 이 솔루션을 통해 베테랑 설계사처럼 상담을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며, 이에 따라 토스는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가면서 이 솔루션을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상담할 수 있는 실력에 다다르면 그때는 설계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AI 설계사를 만들지 않을까?

그러면 기존의 판매채널은 무력해질 것이고 어떤 value chain을 담당하건 간에 보험업에 종사하는 기업은 토스에 종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건 나의 뇌피셜이지만, 지금까지의 토스의 행보 - 빠른 추진력과 실행력-을 고려한다면 허무맹랑한 얘기만은 아니다.

 

몇달전 토스가 CS센터 (토스에서는 Customer Happiness라는 이름의 조직)를 별도 회사로 분리하고, 토스가 취급하는 전 영역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CS를 담당할 거라는 기사를 봤다

이 기사를 보면서 토스가 단순히 자사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CS를 위해 분사를 시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최고의 경쟁력으로 끌어 올린 후, 이를 상품화하여 다른 금융회사에 판매하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서도 AI상담 솔루션이 궁극적인 지향점이 될 것이다. 금융서비스 관련해서는 어떤 질문이든 척척 대답해줄 수 있고 24/7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게다가 지속적으로 학습해져 나날이 똑똑해지는 상담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별도 콜센터를 운영하는데 부담이 있는 수많은 금융 관련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업체는 당연히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비용절감을 원하는 전통 금융사도 이들의 고객이 될 수 있다. (이미 많은 보험사들은 콜센터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다.)

 

토스가 경쟁상대가 아니라 토스 없이는 보험 관련 비즈니스를 운영하지 못할 정도로 종속되는 것이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황소개구리처럼...연못에서 편하게 살아왔던 legacy 금융사들을 공략해서 하나씩 잡아먹지 않을까.

물론 그전에 금융사들이 총력을 다해 방어하여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토스를 단순히 인터넷 채널의 경쟁자,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 정도로 보는 경향이 있다.

설령 앞서 설명한 시나리오가 틀린다해도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서 손해볼 건 없다고 생각한다. 토스가 아니라도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꿈꾸는 회사들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케빈 켈리의 '기술의 충격 What Technology Wants'라는 책을 보면 기술의 속성을 파악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제반 기술이나 환경이 그리고 이미 앞선 타 산업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기존 보험사들이 아무리 이런 변화를 방어한다해도 속도는 조금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변화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속도를 늦추는데 힘을 쏟는 대신, 변화의 흐름에 적극 올라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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