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슈를 몰고왔던 Mnet의 스트릿우먼파이터, 스우파는 종영 후에도 관련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크루를 이끄는 다양한 리더십 유형도 볼만했고 결과에 대해 깔끔하게 승복하는 모습과 상대방에 대한 respect이 여느 경연대회보다 더 빛을 발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요소들을 제외하더라도 일단 멋진 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프라우드먼은 세미파이널에서 탈락했다. '맨 오브 우먼' 미션에서 프라우드먼은 메세지에 집중된 퍼포먼스로 어렵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위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던 것 같다. 리더인 모니카는 탈락 후 소감을 말하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했기에 후회없다는 말은 남겼다.
이전 경연에서도 모니카는 크루들에게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었지만 마케팅을 하는 나로서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멘트였다.
너무 멋있는 말이다. 그런데 경영자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어떤 회사는 혹은 경영자는 하고 싶은 걸 한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 트렌드를 벗어나 과감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브랜드.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브랜드는 더 멋져 보이고, 더 많이 회자된다. (Virgin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떠오른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해서 성공했을까?
그렇게 보일지라도 현실은 아주 정교한 타겟팅과 타겟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즉, Mass가 아닐 뿐이지 공략하는 고객층이 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 준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상대방(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의 차이는 아티스트와 경영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 음악 등의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작품이 인정을 받아 상을 받고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은 그 다음이다.
반면, 경영자의 가장 큰 목적은 시장,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보면 프라우드먼이 경연에서 하고 싶은 것을 했던 것은 아티스트로서의 자세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크루를 운영하는 경영자 관점에서 경연 우승이나 인기를 우선순위에 두었다면 분명 심사위원이나 대중의 코드를 읽고 그에 맞춰 퍼포먼스를 했을 것이다.
가끔 회사에서 이를 혼동하는 직원들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야한다. 이것은 직업의 선택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 두개가 상충될 경우, 일에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명백히 고객이 원하는 것을 구현해야 하는 곳이기에 끊임없이 레이더를 고객에 맞춰야 한다. 예민하게 그들의 생각,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주시하고 pain point를 찾아야 한다.
자칫 아티스트는 고귀하고 경영일선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것처럼 비춰질 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순위가 다를 뿐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무슨 궤변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요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들을 보면 자기내면을 바라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는 주로 번아웃으로 지쳤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 많이 보이는데, 자칫 너무 내면으로 침잠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아는지 아는 것은 직업의 선택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직업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하려면
나를 잘 아는 것만큼 밖으로 눈을 돌려 사람들이 그리고 사회가 뭘 원하는지 좁게는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어떤 역량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일을 함으로써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활동은 어떤 예술활동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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