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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월요병 극복을 위한 나의 일요일 리추얼

일요일 오후 12시가 넘어간 순간부터 이유없는 불안과 우울이 느껴진다.

이는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시절부터 계속되어온 증상으로 우리는 이걸 월요병이라고 부른다.

한참 개콘이 유행일 땐, 개콘이 끝나면 우울함이 찾아온다는 얘기가 있었고,

인터넷에선 월요병을 극복하는 솔루션 중 하나로 일요일에 출근하라는 유머인지 충고인지 모를 글들이 떠다닐 정도로 월요병은 등교나 출근을 해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이다. 오직, 월요일에 휴가인 사람만 빼놓고.

 

나 역시 혈기 왕성한 시절엔 일요일 오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바쁘게 돌아다녔더랬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저녁무렵 집에 돌아올 때쯤 '아..내일 출근해야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에 잠들기 전까기 3~4시간 정도만 월요병에 시달리면 된다. 사실 씼고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 잠에 들 때쯤에야 월요병이 찾아올 정도.

그런데 어느때부턴가 부작용이 생겼다. 일요일 늦게까지 놀다보면 월요일부터 한주 내내 양쪽 어깨에 피로함을 달고 살게 된다.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래서 나의 주말 약속은 딱 일요일 점심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점심을 먹고 커피마시며 얘기를 나누다보면 보통 4~5시쯤엔 집에 올 수 있고, 그때부터는 마치 시합을 준비하는 운동선수처럼 나름 비장하게 컨디션 조절에 들어간다. 

주말에 계획했던 일 중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하거나 다음주에 할 일을 정리하거나 또는 빠른 출근을 위해 입을 옷들을 대충 챙겨놓다 보면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월요병 증상 중 하나인 불안함은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다.

일요일 저녁을 보내는 만족스러운 루틴이라고 생각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월요일부터 기다리던 주말의 마지막을 다음주 준비를 하면서 보낸다는 것. 뭔가 주말을 알차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일요일 저녁의 만찬, 사실 만찬이라기 보다는 나를 위한 한끼 정도가 더 적합한 표현인데 어차피 먹는 사람도 나 하나 뿐이니 이름도 내 마음대로 지었다..

1인 가구인데다 평일엔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주말에도 약속으로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는 이틀 동안 2~3끼. 일요일 저녁엔 약속도 잡지 않으니 어쩌다 보면 건너 뛰거나 배가 고프면 냉장고를 뒤져 대충 허기를 떄우기 일쑤다.

그런데, 나 자신을 위한 일 중에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챙겨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일요일 저녁은 집에서 먹으니 그때 만이라도 여유있게 나를 위한 한끼를 챙겨먹자고 마음 먹었다.

일요일 저녁만큼은 끼니의 개념이 아니라 한주동안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다음 한주를 위한 응원의 의미로 삼자는 마음.

처음엔 귀찮기도 했는데, 이게 루틴처럼 되니 일요일 저녁엔 뭘 먹을까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재밌게 느껴진다.

요리엔 별로 소질이 없어 밀키트를 이용할 때도 있지만 나의 취향대로 메뉴를 고르고 변형해가면서 식사를 준비하는게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이번주 나의 만찬은 스테이크. 갑자기 추워지면서 날씨에 적응하느라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얼마전 진행한 인바디 측정에서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결과에 자극받아 (핑계로) 일요일 저녁엔 소고기를 먹어야겠다 일치감치 결정했다.

일요일 운동을 다녀온 후 천천히 준비를 한다.

- 냉장고에 있는 스테이크용 고기에 소금과 올리브 오일, 후추로 시즈닝을 하고 30분 정도 실온에 두어 찬기운을 없앤다.

- 같이 곁들일 야채를 준비 못해서 가니쉬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냉장고에 있는 양파와 대파를 썰어 후라이팬이 굽는다.

- 스테이크를 구을 후라이팬은 올리브 오일을 놓고 적당히 온도가 올라갔을 때 고기를 굽기 시작한다. 육즙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그렇지만 타지는 않게 잘 지켜보면서 한번 뒤집고 버터 한조각을 녹여 고기에 끼얹여 준다.

- 적당히 익었다고 생각될 즈음 후추를 뿌려주고 불을 끄고 프라이팬에서 레스팅 해준다.

- 미리 구운 야채를 담아둔 접시에 스테이크를 올리면 끝. 

 

가끔 와인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맥주와 함께 했다. 이번 픽은 제주위트에일

단촐하지만 만족스러웠던 일요일 저녁식사

와인이 아닌 맥주가 스테이크가 어울릴까 우려하긴 했는데, 일단 제주위트에일의 상큼한 과일향, 꽃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시원하게 칠링한 맥주를 한모금 마시자 침샘이 자극되면서 입맛이 돋는다.

고소한 버터향과 불맛이 어우리진 스테이크의 육향에 청량한 맥주의 맛이 묘하게 어울린다.

자칫 느끼해질 수 있을 때 한모금 들이키면 다시 시작하는 느낌.

이렇게 나의 지난주 저녁만찬은 지나갔다.

먹는 시간은 30여분 정도로 짧지만 나에겐 메뉴를 선정할 때부터 준비하고 요리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리추얼이다.

준비하면서 건강에 대해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몸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관찰하게 된다.

 

보통 일요일 저녁에는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술을 안마시는데, 음식과 곁들여 가볍게 맥주를 마시니 금요일 저녁인듯한 느낌이 나쁘지 않다.

앞으로도 나의 일요일 저녁 만찬에 맥주를 가볍게 곁들여도 좋을 것 같다.

알콜에 취약하다보니 한잔만 마셨는데도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업되니 의욕도 뿜뿜 올라오며 한주도 씩씩하게 잘 버텨보자는 다짐이 생긴다. (이게 알콜의 순기능인가보다).

이제 맥주 한잔을 곁들인 일요일 저녁만찬이면 월요병 따윈 없다. 오직 다음주에 대한 기대만 있을 뿐.

 

이렇게 나의 지난주 저녁만찬은 지나갔다.

먹는 시간은 30여분 정도로 짧지만 나에겐 메뉴를 선정할 때부터 준비하고 요리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리추얼이다. 준비하면서 건강한 식재료에 대해 때로는 환경에 대해 생각하고, 무엇보다 나의 몸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관찰하게 된다.

보통은 이렇게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는게 느껴지는데, 일요일 저녁 식사만큼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과정 자체가 소중하고 즐겁다.

감각이 한껏 살아나 식재료 하나하나의 맛에도 민감해지니 맥주맛도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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