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시몬스 브랜딩 활동은 내가 좋아하기도 하고 브랜드 마케터로서 생각할꺼리를 많이 던져주기도 했다.
특히, 년초 oddly satisfying video 시리즈는 내 얘기를 들어달라며 각종 메세지를 쏟아내는 광고들 사이에서 15초 동안 말 그대로 편안함을 제공했다.
15초만이라도 골치아픈 것들에서 해방되어 소위 '멍' 때릴 수 있는 시간, 힐링의 시간을 제공해 준 것이다.
보통 광고가 나오면 스킵하거나 채널을 돌리기 마련인데, TV광고 시리즈를 다 모아 놓은 1분20초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정도로 맘에 들었다.
시몬스 광고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건 2019년 여름에 on-air된 침대없는 광고였다.
Summer days란 BGM이 흘러나오며 비치체어, 해먹에서 쉬는 사람의 모습과 함께 '바로 이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라는 카피가 보이고 카메라가 줌아웃 되면 시몬스라는 브랜드명이 크게 적혀진 배경이 나온다.
그동안의 침대 광고는 매트리스가 주인공이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매트리스 위에 뛰어노는 아이들이나 동물을 사이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는 모델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일반적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세련된 비주얼과 음악으로 편안함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할 생각을 했을까 감탄했다.
한동안 마케팅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 광고에 대해 얘기하면서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시몬스의 광고는 편안함이란 키워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그 광고만큼 기억에 남진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초에 본 광고가 oddly satisfying video 시리즈였다. https://youtu.be/mn_QIhyfa8s
그 광고를 보자마자 19년의 광고가 떠오르면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란 카피조차 필요없을 정도로 고객에게 편안함 그 자체를 느끼게, 경험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한단계 더 진화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런 광고를 할 수 있는건 시몬스라는 브랜드와 브랜드 슬로건인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효과적이다. 그러나, 회사를 몰랐던 사람이더라도 최소한 시몬스라는 회사에 대한 궁금증은 충분히 유발시키기에 기존 고객, 신규 고객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되었을거라 예상한다.
사실 시몬스는 몇년 전부터 기존과 다른 방식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일환으로 경기 이천에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열었다. 이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는 성수, 부산을 거쳐 청담동으로 이어지며 하드웨어 스토어, 그로서리 스토어 라는 이름의 브랜드 체험공간을 운영 중이다.
'침대'라는 구매주기가 긴 상품의 한계를 극복하여 고객들, 특히 젊은 고객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다.
이런 시몬스의 브랜딩 공간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젊은층 사이에 인기를 끌며 소위 힙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한편, 침대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자 시몬스의 경쟁자(이자 시몬스 대표의 형이 운영하고 있는) 에이스 침대도 이마트24와 협업하여 클럽 에이스라는 서브 브랜드를 출시하였다. 클럽 에이스의 제품들은 커피, 샌드위치, 샐러드, 아이스크림 등으로 편의점에서 자주 구매하는 상품들과 인센스 홀더세트, 타월북 패키지 등 한정판 굿즈를 제작하며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 시몬스를 따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업계 전체가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면 그 또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주말 시몬스의 새 광고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시각과 청각으로 느끼게 해주었던 기존의 광고 스타일과 완전히 다른 기능적인 측면을 소구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비주얼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비비드한 컬러 중심의 19년 7월 summer days나 올해초의 ODV와 달리 컬러를 최소화하면서 채도를 낮춘 회색빛의 화면에 강렬한 음악으로 각각 시몬스 침대의 장점을 각각 난연매트리스, 충격테스트, 청결한 생산공장을 통해 얘기한다.
시몬스라는 로고가 없었다면 시몬스의 광고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기존의 톤을 완전히 버렸다. https://youtu.be/24mpPvmrMFY
그런데, 이게 묘하게 설득이 된다.
앞선 광고 캠페인에서는 고객이 느끼는 편안함을 은유적, 매력적인 방법으로 보여줬다면, 이제는 아주 직설적으로 고객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시몬스가 어떻게 노력하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말랑말랑하고 재밌는 걸 보여주지만 그게 다는 아냐. 제품에 대해선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이전 광고와 새로운 광고가 동일한 회사의 것인지 모르는채 넘어가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새로운 광고 캠페인은 브랜드 메세지에 대한 신뢰의 근거, 즉 RTB (Reason to Believe)를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시몬스가 그동안 세련되고 감성적인 방식으로 브랜드 메세지를 전했다면 이제는 아주 다이렉트하고 임팩트 있게 그들 상품의 핵심 경쟁력을 전달하는 것이다. (난연 매트리스, 1936가지의 청결한 생산공정, 극한 R&D 테스트 3개의 버전)
기존 캠페인의 톤과 워낙 다른 느낌이라 혹시 이들의 브랜딩 전략에 변화가 있는건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기사를 찾아보니 확실하진 않지만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MZ세대와 소통하려고 했던 기존의 활동들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며, 하드웨어 스토어, 그로서리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메타버스로 이동하여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케팅 측면의 새롭고 대담한 시도는 소비재나 패션 또는 IT 분야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올드한 산업의 하나인 침대에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브랜딩을 하고 나처럼 타산업의 마케터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게 흥미롭다. 오히려 침대라는 재미없는 아이템이라는 제약이 새로운 발상의 원동력이 된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미치니 금융은 너무 규제가 많고 재미없어서 마케팅이 힘들다는 고정관념부터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몬스 관련 글을 찾아가 폴인에 실린 시몬스 김성준 부사장의 시몬스 브랜딩에 대한 인터뷰 글이 있어서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옮겨놓는다.
"기업이 설명, 설득하지 말고 공간기획 의도를 고객이 알아서 발견하도록 내버러두는게 차별점이다. 스스로 재미를 찾고 정의를 내릴 때 브랜드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예전 마케팅은 '우리는 이런 브랜드야', '이렇게 만들어졌어' 설명이 장황했죠. 요즘은 다릅니다. '시몬스가 힙하더라', '시몬스 잘하더라' 고객이 브랜드를 직접 정의해야 되요"
"그래서 기업은 명확한 답을 강요하는게 아니라 고객이 알아채도록 증거를 잘 뿌려놓고 스스로 정의를 찾아 나가게끔 해야하는 거죠"
"우리가 만드는 것에 시대정신을 녹이면 브랜딩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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