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에서는 젊은 인력 등용에 한창이다.
스타트업이야 2,30대 대표가 많지만 네이버에서 40대 대표이사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대기업에서도 MZ세대 유인 차원에서 파격적인 인사를 많이 단행하고 있다.
대기업, 게다가 유독 보수적인 금융권인 지금의 회사는 공채출신 인력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최근 2~3년의 네카라쿠배당토로의 이직 러쉬를 제외하면 turn over가 5%가 안되는 그야말로 공무원 조직같은 안정적인 직장이다.
금융권의 상대적으로 괜찮은 연봉에 입사교육 및 특정 연차별로 진행되는 다양한 교육과 활동을 십수년간 함께 겪어온 그들은 아주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기에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지 않다는게 낮은 이직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90년대말 2000년 초 고도 성장기에 대규모 채용했던 인력이 계속 직장에 남고 2010년 이후로 성장둔화와 함께 채용 규모가 급감하면서 어느새 조직구성은 역피라미드를 형성하게 되었다. 줄곧 암암리에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으나, 공식적인게 아니라 대상을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명퇴 조건이 공식적으로 오픈되지 않고 개별적인 면담을 통해 조건이 정해지다보니 (소위 강하게 주장하면 더주고 회사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조금 받는 형태) 명퇴자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그렇게 역피라미드형 구조가 지속되다보니 회사에는 소위 MZ세대를 찾아보기 힘들고, 이는 곧 그들의 불만으로 표출되었다.
과거 상사나 회사가 부당한 지시를 해도 꾹 참고 따랐던 4,50대들과 달리 그들은 블라인드 뿐 아니라 회사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보수적이고 올드한 이미지가 씌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소위 MZ세대 배우기, 리버스 멘토링이 몇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며 MZ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급기야 작년 네이버에서 40대 대표가 등장하자, 위기감을 느낀 회사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를 진행히고 있다.
명예퇴직이야 워낙 조건이 안 좋아 신청하는 사람이 적으니 스스로 나가게 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소위 팀장 (평가권이 있는 리더)급 인력들의 보직해임을 단행한 것이다. 통상 큰 잘못을 저질렀거나 성과가 명백하게 나쁘거나 혹은 임금피크제 도달한 경우가 아니면 보직해임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보직해임을 하지 않으면 MZ세대 팀장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2,3년 된 팀장들도 뚜렷한 이유없이 보직해임을 진행한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회사만의 일은 아니다.
같은 계열사에 다니는 대학원 동기 언니의 사례를 보면서 50이라는 나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년에 건강상의 이유로 자발적으로 보직을 내려놓은 언니는, 소위 팀장만 13년을 했었다. 임원 대상이 된지도 수년쨰. 안타깝게도 이전에는 위 선배들의 순서에 밀려서, 그리고 최근 몇년은 젊은 인재 등용이라는 이유로 애매하게 나이가 많아서 임원에 멀어지게 되었다.
나이가 적어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밀리게 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억울하지만 시대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운이 없다는 말로만 설명될 수 있는.
보직을 내려 놓은 이후 한동안 방황을 하던 언니는 상황과 불운을 탓하는 대신 열심히 본인의 장점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준비해서 코칭이라는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하려고 한다.
언니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많다. 동시대에 태어나서 소위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같은 상황이니깐.
실력과 운이 따라서 팀장에서 임원으로 계속 승진하거나 임원을 달지 못한채 팀장을 내려놓고 팀원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도 최근 2~3년간 보직을 내려놓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제까지 팀원이었던 친구와 나의 역할이 뒤바뀌는 상황. 혹은 등떠밀리듯이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
상황은 유사하지만 언니처럼 빨리 대처해서 주변의 응원을 받으며 새로운 출발을 할 수도, 상황과 회사를 탓하여 변화된 위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어느게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개인의 삶의 질은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도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열정에 불을 지피는 사람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까지 합쳐져서 새롭게 시도하는 분야에서도 분명 좋은 성과나 영향력을 줄 것이다.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찬 언니의 얼굴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며 힘을 얻게 된다.
그런 좋은 기운을 받아서 나도 50 이후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다.
50. 은퇴를 준비할 수도 새롭게 시도할 수도 있는 모순적인 나이. 나는 가능성을 택하겠다.
50.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잘 알고 내가 좋아하면서 잘 할 수 있는 찾아 멋지게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나이로 정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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