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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구의 정복자 ;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트레바리의 장점 중 하나는 내가 몰랐던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과 함께 알고 있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책을 반강제적으로 일글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달 트레바리 모임의 책은 '지구의 정복자'다. 

제목만 봐서는 SF소설 같지만 인류의 진화에 관한 얘기다.

'이기적 유전자'란 공전의 히트를 친 책 덕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유전자의 조정에 의해 진화해온 혈연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윌슨은 본인이 강하게 지지했던 이 이론을 나중에 뒤집어서 학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사실 학문은 이런식으로 발전하는것 같은데, 배신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니 학자들의 고집스러운 면을 엿봤다고나 할까..

어느 분야건 절대진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는 윌슨의 태도변화는 배신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엄청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비슷한 집단생활을 하는 종들, 특히 개미를 대상으로 실험한 내용들을 설명해주는 앞부분은 읽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다행히 후반부에는 보다 인간에 관점이 맞춰져서 진행되기 때문에 앞부분보다는 한결 수월했다.

책의 내용 중 내가 온전히 이해한 부분은 극히 일부이겠지만, 사람은 개체선택에서는 이기주의적이고 집단선택에서는 이타적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같은 다수준선택이 인간의 특성과 여러 사회적 갈등의 원인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고 느꼈기 떄문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 우선은 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만 나의 행동이 집단의 이익에 반하게 될 때는 고민과 갈등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는 좀더 이타주의적인 행동을 하고 누군가는 좀더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개인과 집단의 이익에 대해 저울질하면서 고민하고 이런 사회구성원의 선택들이 균형을 이뤄갈 때 사회가 유지되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AI는 어떤 방식, 어떤 가치관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될 것인가가 궁금해졌다.

인간이 만들었지만 그들 스스로도 어느순간 (인간의 돌연변이처럼) 자유의지를 갖고 입력값이 없는 아웃풋을 만들어 낼 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 진화의 원리를 명확히 밝혀낸다면 AI도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AI를 인간의 범주에 포함시킬 날도 오지 않을까...란 황당한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고갱의 메세지처럼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호기심은 모든 학문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을 다른 종과 가장 다르게 만드는 부분은 언어도, 공감능력도 아니고 미지의 세계 즉,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이 아닐까?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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