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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요리와 경제학, 그 만남은 덕업일치의 산물 ; '경제학 레시피'

경제학 레시피의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 분야의 유명한 석학이자 대학교수지만 나에게는 경제학 대중서 작가로의 이미지가 크다.

그가 쓴 논문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베스트셀러인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이라는 책을 통해서 경제학이 사회에 우리의 가치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후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트레바리 독서모임을 통해 최근작 '경제학 레시피'를 접하게 되었다.

독서모임 때 알게 되었지만 요리와 경제간 다소 억지스러운 연결과 석학 치고는 내용이 너무 평이하다는 이유로 호불호가 꽤 갈렸던 모양이다. 다행이 나는 저자를 쉬운 경제학 대중서 저자로 기억하기에 이번 책에 대해서 굉장히 심도 깊은 내용이 들어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만족스러웠다. 제목에 들어간 '레시피'란 단어가 비유적으로 쓰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진짜로 요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깨알같은 상식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스트로베리, 블랙베리가 식물학적으로 베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

그러나 음식 이야기에서 경제학 이야기로 넘어가는게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음식은 경제학 얘기를 꺼내기 위한 일종의 ice breaking으로 생각했기에 실망하기 보다는 웃어 넘길 수 있었다.

 

고전학파, 마르크스주의, 신고전학파, 케인즈학파 등을 설명함에 있어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한 소재들을 끌어와서 경제학이 그냥 학교에서나 배우는 이론적인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공감시키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챕터에서 일관되게 전하는 메세지는 자기 확신에 대한 경고이다.

어느 학파도, 경제이론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처한 환경에 따라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또한 과거에 성공한 정책이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그래서 쉽게 읽힌 것과 달리 여운은 길게 남았다.

또한 독서모임에서의 토론도 어느때보다 활발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먼 미래가 아닌 당장 닥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의도한게 이런게 아닐까. 깊이 파고들어 탐구하는 기쁨은 줄었지만 사회현상에 바라보는 뷰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

물론 누군가는 그의 명성에 맞는 심도있는 분석과 그에 따른 그의 명확한 견해를 바랬을 수 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열린 태도가 나에게는 더 설득력 있었다.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무관심해서 의식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던 이슈들 - 이슬람 문화,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에 대한 편견,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평등, 돌봄 노동까지 - 이런 것들이 사실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하다는 걸 꺠닫게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에 만족한다.

한편으로는 어색한 두 주제를 엮어서 책을 내겠다는 용기? 그럴 수 있었던 명성이 부럽기도 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동시에 하면서 돈을 버는 것, 이것이야말로 덕업일치가 아니겠는가.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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