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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맥락있는 고객경험 ; 오프컬리의 도슨트 프로그램

지난 5월 짧게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특별한 컨셉없이 유후인, 벳부 온천, 후쿠오카 시내를 둘러보며 매끼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쇼유분수라는 300년을 이어온 전통방식으로 식초를 제조하는 곳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은 식사 (vinegar lunch course) 였다.

일본음식도, 신맛도 좋아하기 떄문에 식초를 활용한 음식을 먹는 건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게다가 식사 후 맞은 편 건물에 있는 전통 제조 방식의 공장에서 식초 제조 공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니 더 기억에 남았다. 결국 지난 일본에서 사온 건 그곳에서 산 식초와 샐러드 드레싱, 간장이 전부였다.

 

우리나라에도 워낙 전통 장류가 유명하니깐 된장을 주제로한 식당처럼 식초를 주제로한 식당은 없을까 찾아보다가 우연히 컬리에서 온 문자를 확인했는데, 컬리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인 '오프컬리'에서 식재료를 주제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번 프로그램이 식초를 주제로하는 'Acid Lab'이었다. What a coincident!!  직장인을 배려해 저녁시간에 진행해서 망설이지 않고 신청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곳은 성수동 오프컬리 2층의 오픈 키친.

8명의 참석자에 맞춰 테이블에는 6종류의 식초 샘플러와 물, 빵이 준비되어 있었고, 셰프가 식초에 기본적인 내용과 더불어 6종류의 식초를 하나씩 설명해주면 우리는 그걸 맛보고 느낌을 서로 교환했다. 와인 테이스팅 하듯이 다음 번 식초를 맛보기 전에 물로 입을 행구었다. 살면서 식재료를 이렇게 테이스팅 하는건, 예전 토스카나 여행에서 경험했던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이후 두번째여서 흔치 않은 경험을 하는거라 기분이 설렜다.

6개의 식초는 재료도, 색도, 텍스쳐도, 맛도 조금씩 달랐다.  식초라곤 마트에서 산 합성식초 외에 발사빅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데 감탄했다.

 

짧은 체험이 끝난 후에는 직접 맛본 식초를 넣어 바로 옆 오픈 키친에서 셰프님이 직접 요리한 짧은 코스 요리를 먹었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식초라는 재료의 장점을 한껏 살린 정말 맛있는 요리였다. 지난 일본 여행에서 먹었던 요리와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때는 쌀로 만든 식초만을 이용한 요리였는데, 이번에는 식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사과식초, 흑미식초, 발사믹처럼 다양한 종류를 넣어서 훨씬 다채로운 느낌이었다.

8만원이라는 저렴하지 않는 참가비였지만 소수 인원이 하나의 식재료에 대해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맛보고, 그것을 이용한 요리까지 먹는 경험으로는 아깝지 않았다.

가끔씩 인당 10~20만원 정도하는 좋은 식당을 가기도 하는데 , 그것과는 다른 경험이랄까. 단지 보기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더 풍요로운 느낌, 그리고 나의 미각이 조금 더 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번에 세번째 도슨트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도 시간만 맞다면 계속 이용하고 싶다.

 

마켓컬리는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던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새벽배송을 해준다는 편리함을 무기로 고객을 사로잡은 후 주방용품 등으로 점점 라인업을 확장하고 최근에는 화장품까지 판매한다. 이렇게 취급상품이 많아지면 초기 좋은 식재료를 큐레이션하여 소개한다는 컬리스러운 색이 흐려지는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작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식재료를 향한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전달할 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한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고객의 수는 한정되어 있지만 그런 활동들이 쌓이면 그들의 브랜드 컬러를 더욱 선명하게, 그리고 블랜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영역은 넓어지지만 뾰족함을 잃지 않곘다는 의지가 보여진달까.

다만, 고정고객인 나조차도 이번 3번째 프로그램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도 좋겠다.

이 프로그램이 배달의민족이 매거진B와 협업하여 발행하는 매거진F의 오프라인 버전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쪼록 고객의 피드백들을 반영하여 다듬어가면서 꾸준히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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