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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어떻게 브랜드 가치, 브랜드 메세지를 전달할까? : differ

볼 것도, 읽을 것도 많은 시대다. 

당장 오늘 오후 5시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더 글로리 파트2'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아마 이번 주말 중 하루는 이거 보느라 그리고 여러 유튜브 콘텐츠를 보며 회고하느라 시간을 보낼게 분명하다.

이거 뿐일까?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했고, 작년 타이밍을 놓쳐 보지 못했던 영화 '에브레씽 에브리웨얼 올 앳 원스'도 보고 싶다. 그리고 독서모임에서 읽는 책을 읽어야하고, 구독하는 콘텐츠 서비스와 뉴스레터까지 합치면 5~6개가 된다.

이건 나의 자유의지로 선택한 보고싶은 콘텐츠라지만 우리가 출근하는 길, 콘텐츠를 보는 플랫폼, TV에서는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광고들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단순한 상품, 서비스가 아니라 브랜드의 스토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전달되어야 고객이 마음을 움직인다고 하는데 이렇게 정보가, 볼거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당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고객에게 닿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이용가능한 플랫폼들은 많다. 유튜브 및 각종 SNS를 통해 기업들은 매일 혹은 일주일에 서너번 콘텐츠를 쏟아낸다.

수많은 콘텐츠들 사이에서 내 얘기에 주목해달라고 너도나도 자극적인 썸네일 이미지와 후킹성 메세지를 활용하다보니 왠만한 것에는 낚이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최근 나의 주목을 끌었던 광고는 작년  'oddy satisfying  video' 컨셉으로, 올해초에는 톤을 완전히 바꿔 품질관리를 컨셉으로 볼드하게 연출한 시몬스의 광고였다. 전자는 15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어떤 멘트없이 오직 비비드한 화면과 ASMR 같은 사운드로 그들의 슬로건인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고, 후자는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그렇지만 15초는 너무 짧다. 시몬스는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메세지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기에 어떤 컨셉의 광고든 해당 메세지가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침대=편안함=시몬스라는 연결 고리가 형성된다.

광고는 예산 이슈로 1년 내내 노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아니 예산이 넘쳐서 1년 내내 노출할 수 있어도 고객들의 피로감이 커서 보통은 2~3달 스팟성으로 노출하다보니 고객과 꾸준하게 소통한다는 느낌은 덜하다.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크게 떠들테니 누구 하나는 들어주면 좋겠다. 그런 식이다.

짧은 기간,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수에게라도 꾸준히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만난 브랜드, 데스커와 데스커에서 발간하는 미디어 디퍼 differ.

https://www.differ.co.kr/home/

 

differ

성장을 위한 질문. 저마다의 가능성. we all differ.

www.differ.co.kr

데스커는 나에게 그저 책상 브랜드의 하나였다.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높낮이를 조절 할 수 있다는 차별점을 갖는.

오래전 스웨덴 법인에 출장 갔을 때, 직원들이 서서 일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당시 주재원이 말하길 스웨덴에서는 법적으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을 제공해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역시 복지국가는 다르다고 감탄했다.

그 기억이 떠올라 우리나라에도 이제야 그런 책상이 들어오는구나 싶었다. 높낮이가 조정되는 기능성을 가진 책상 브랜드, 데스커는 나에게 그렇게 인식되었다.

그런데, 그런 브랜드에서 왜 미디어를 만들까? 왜 콘텐츠를 만들고 뉴스레터를 발송할까? 궁금해졌다.

데스커가 자신들을 책상, 아니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용 가구 브랜드를 넘어 성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포지셔닝 했다는 걸 알았을 때, 잠깐 멍했다.

책상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끌어냈다는게 아니, 더 좋은 책상, 사무용 가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가능성에 도전하며 성장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브랜드의 지향 가치로 잡은 것이 업의 본질을 너무나 잘 꿰뚫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런 브랜드로 포지셔닝 된다면 가구를 넘어 다른 영역으로도 얼마든지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지셔닝을 재설정한 후에 이런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 '디퍼'를 런칭했다. '책상에서 비롯되는 시작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 하는 플랫폼'.

책상과 시작이라는 단어가 어릴적 추억을 되살리게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처음으로 언니 오빠들과 같은 크기의 책상을 가졌던 것,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책꽂이가 달려있는 독서실 책상 같은 새 책상을 선물받았던 기억.

데스커의 마케팅 팀장은 데스커가 가구를 직접 볼 수 있는 본체라면, 디퍼는 브랜드 미션을 경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디퍼를 통해 상업적이 이야기가 아니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전달했더니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헀다고.  상품 홍보가 아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했더니 팬이 생긴 것이다. (출처 : 폴인)

 

내가 하고 싶었던 브랜딩이다.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지향 가치, 업의 본질을 전달하는 것. 그것도 꾸준히. 그래서 우리의 업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

밀도 있는 글을 통해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다만 투입되는 리소스 대비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수십개의 뉴스레터를 검토하고 그중 열개 남짓 구독하면서 철저히 독자의 관점에서 괜찮다고 느끼는 뉴스레터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3달 동안의 브랜딩 캠페인을 통해 비교적 긴 글, 밀도 높은 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고 준비 끝에 뉴스레터를 런칭하게 되었다.

사실, 뉴스레터라는 전달 채널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에 담긴 콘텐츠, 콘텐츠에 담긴 브랜드의 지향가치가 핵심이다.

보험의 본질은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이 닥쳤을 때, 보험금이라는 수단을 통해 고객이 일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순간 좌절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험사를 떠올릴 때, 큰 사고나 질병에 걸리면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각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브랜드 메세지를 어떤 상황에서도 일상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상을 지키는 힘' 으로 잡고, 고객이 조금씩의 노력이 쌓여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전달할 채널로 뉴스레터를 선택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닥쳤을 때 일상을 지속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리면서 사람들이 일상을 잘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을 만들고 전달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 업의 본질이 결국 고객들의 일상을 지속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긴 여정이 될 것 같다. 언제쯤 고객이 우리의 메세지를 알아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독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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