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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쿠팡의 고객경험, 나만 거슬리는걸까?

지난달 쿠팡이 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봤다.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며 등장했던 많은 이커머스 스타트업들이 하나둘 사라져갈 때도 쿠팡은 엄청난 투자를 받고 그를 물류에 투자하면서 꾸역꾸역 성장해가는 모습이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블랙홀처럼 인력과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비슷한 업체들을 무너뜨리면서 최후의 승자가 된 듯한 느낌이다. 

로켓배송을 앞세워 전에 없는 빠른 배송을 경험하게 해주고, 아마존의 행보를 좇아 와우 멤버십 서비스를 런칭하고 이들을 위한 미디어 서비스까지 만들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때는 저렇게 규모만 늘리는 전략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보란듯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쿠팡의 엄청난 적자에 대한 기사의 댓글 중에 '쿠팡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으니 꼭 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댓글까지 있을 정도로 쿠팡은 우리들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나는 쿠팡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 '거의'라고 표현한 이유는 국내에 런치하지 않은 일부 아이템을 사기 위해 1년에 한두번 쿠팡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마트를 거의 이용하지 않을 정도로 오아시스와 마켓컬리를 이용해 장을 보고 왠만한 생활용품과 옷들은 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게 일상이 내가 이커머스의 대표격인 쿠팡을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고객을 생각하지 않은 고객경험 때문이다.

가장 거슬리는 건 SNS나 인터넷 기사에 도배된 낚시성 광고 배너, 기사 페이지로 넘어가면 어김없이 쿠팡의 광고 팝업이 뜨고 어렵게 팝업을 닫을 버튼을 찾아도 깨알같이 작은 x 버튼 때문에 무조건 쿠팡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럴 때면 기사도 읽고 싶지 않고 그냥 모든 창을 닫아버리게 된다.  

내가 쇼핑할 의향이 전혀 없고 단지 기사만 읽고 싶은데도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팝업을 띄워 자기에 페이지로 유도하는 건 회사 측면에서 세일즈 리드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고객 입장에서는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다.

두번째는 앱 내에서의 경험. 어찌어찌하여 물건을 선택하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재를 하려다보면, 얼마이상 구매하면 무료 로켓배송을 해준다는 메세지가 뜬다. 

멤버십에 가입하던가 추가 구매를 해서 무료 배송을 받으라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당장 이 물건이 필요하고 다른 물건을 사고 싶지 않아서 배송비를 내서라도 빨리 구매하고 싶은데, 그에 대한 옵션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때문에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같이 구매하거나 때로는 아예 쿠팡에서 구매하기를 포기한 적이 있다. (이 경우에 대안은 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이다.)

 

쿠팡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규모의 경쟁을 할 때는 이런 마케팅이 이해가 간다. 최대한 많은 고객들을 유인해야하고, 일단 앱으로 들어오면 구매금액을 늘려야하는 입장이니깐.

그런데, 이제는 그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이제 쿠팡은 종합 이커머스에서 네이버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싼 가격, 빠른 배송을 위해 다른 고객 경험을 무시하기에는 이커머스 분야에서 쿠팡의 영향력은 너무 크다. 

우리가 대기업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처럼 시장의 1,2위 플레이어는 그에 맞는 무게를 감당해야한다.

생존을 위해 죽기살기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나가던 때의 마케팅 방식을 1위가 된 이후에도 이어가는 것은 쿠팡을 보니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고객 경험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아니 이들이 생각하는 고객은 어떤 사람들일까에 대한 정의가 먼저일 수도 있겠다.

 

사람도 자리에 따라 태도가 변하듯이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업계의 리더라면 리더다운 비즈니스 방식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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