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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원자폭탄보다 무서운건 이념대립과 그를 앞세운 정치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 '인셉션'과 아주 오래전이지만 너무나 새로운 소재와 설정으로 강한 인상이 남았던 영화 '메멘토'의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건 최근에야 알았다. 바로 오펜하이머의 개봉을 맞아 여기저기서 놀란 감독에 대한 기사와 영상들이 쏟아졌기 때문.

그런 영화가 개봉 예정인지도 몰랐다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게 되고 마침 개봉일이 광복절 휴일이라는 말에 오랜만에 극장으로 향했다.

3시간 넘는 러닝타임으로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오펜하이머라는 과학자의 생애를 놀란감독이 어떤 스토리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결과는 역시 기대한대로 만족.

 

출처 : 영화 오펜하이머 공식 사이트

 

물론,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을 제외한 영화속 대부분의 과학자에 대해 알지 못하고,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없어 아쉽긴하지만 영화를 이해하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과학자로서 오펜하이머의 내적 갈등과 이후 이념대립으로 인한 정치적 공격을 겪는, 견뎌내는 모습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스피드한 전개에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편집, 과학자로서의 지적인 열망과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스케일은 다르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과 모순들을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내적이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오펜하이머가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고 믿는 2천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포함된 맨하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는 점

- 그리고 그런 그가 종전 후 냉전체계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고초를 겪었다는 점

 

이념으로 포장한 정치싸움에서 표적이 되면 누구도 온전하기 어려운 것 같다.

우리나라도 전후에 이런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거의 7~80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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