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냉정한 사실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단기적으로는 비관론자지만 장기적으로 낙관주의자인 나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준 책,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참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인데, 이번달 트레바리 모임의 책이라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문체와 저자인 피터 자이한의 사정없는 팩트 폭행과 과감한 주장으로 인해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출처 : 교보문고

 

아무리 미래학자들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해도, 적당한 타이밍에 문제를 해결해줄 기술이 발견될꺼라 믿으며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앞날에 대한 걱정과 그로인한 우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기술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지정학, 정치적 이슈가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평소 관심분야가 아니라 자신있게 말하는 저자에게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평성시에는 그 고마움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클릭 한번으로 해외직구를 하고, 밤에 주문한 생필품을 새벽에 받아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이게 다 미국이 만든 세계 질서 덕분이었다니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저자는 '우리가 누렸던 황금기는 저물고 있는데 그래도 미국은 괜찮아' 라고 책 전반에 걸쳐 돌림노래처럼 얘기한다.

반면 한국은 세계화가 끝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될 나라 중 하나로 언급된다. 고령화, 원자재, 지정학적 위치, 수출/수입 의존도, 군사력까지 유리한 게 하나도 없다. 과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원은 높은 교육열에 기반한 우수한 인재라는 얘기를 많이 했고 또 그 덕에 산업화 시대에 고도 성장을 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앞으로도 적용될지 의문이다. (저자는 이유를 댈 수 없지만 한국은 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남겼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하와이 마우이 섬은 불길에 휩싸였고, 우리나라는 묻지마 범죄로 인해 안전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했다. 그래서 저자가 얘기하는 기후변화, 무질서로 인해 겪게 될 재앙이 더 와 닿았고 딱히 내가 대응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잘하는 근거없는 낙관주의에 한번 더 기대보기로 했다.

모든 인간이 아주 무모하고 바보같지 않다면 '무질서의 비용'을 감수하지 않을거라고 믿는다.

앞서 얘기했듯이 질서의 장점은 잘 못느껴도 무질서를 조금이라도 겪는다면 그로 인한 혼란과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된다.

2차 대전 이후의 평화의 시대가 미국의 막대한 국방비 지출에 의한 것이라지만, 분명 미국은 그로 인해 얻은 이득, 아니 이득까지는 아니어도 세계 정세가 불안했다면 겪었을 피해를 줄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질서의 대가는 크다고 본다.

저자는 원자재, 물류, 인구, 식량, 자본 등 여러 측면에서 아쉬울게 없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질서를 주도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하지만,

그 외 나머지 지역이 혼란을 겪는다면 미국에도 분명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지금처럼 전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하고 여행하는 것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번 더 미국에, 인류의 이성에 미래를 걸어보기로 했다.

최근 몇십년과 같은 풍요의 시대는 아닐지라도 저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꺼라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