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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토록 솔직하면서도 우아한 글을 발견하다니 ; 여름의 빌라 (백수린 저)

오랜만에 접한 문학서적.

독서모임을 2개 하지만 대부분 경제, 사회, 기술, 자기계발  또는 고전을 주로 읽기에 소위 요즘 소설이나 에세이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과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에세이를, 이번달에는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라는 단편 소설집이 채택되어 오랜만에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니 마음이 조금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출처 : 교보문고

 

특히, 보통은 10,20분씩 짬을 내어 읽다가 이번에는 2시간 정도씩 몰입해 읽다보니 몰입도 잘되고 좋았다.

여름의 빌라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경험들 - 사람간의 관계 - 에 대해 다룬다.

대상은 가족처럼 매우 가까운 사람부터 전혀 모르는 낯선 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마치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감정선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진 적이 몇 번 있었다.

 

항상 나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정작 나에게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들에겐 소홀한 경향이 있고 한편으로는 매우 내향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어떤 친구는 나에게 '무심하다'라고 했었고, 나는 그게 아니라고 했지만 내 마음이 어떻든 간에 연락해서 안부를 묻거나 중요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무심하다로 보여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친구는 누구나 마음은 있지만 행동까지 하는 것은 어렵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표현하는 것이라 했다.

무심하다는 단어의 뜻과는 조금 다르지만 마음은 있지만 행동을 못하는 건 결국 무심하다는 것이다.

 

여름의 빌라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숨기고픈 우리의 유치한 혹은 비루한 감정들을 드러내면서 질책보다는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준다.

친하고 좋아해서 항상 좋은일만 생기길 바라는 상대이지만 막상 나의 처지가 복잡하고 힘들때는 그의 행복이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는 마음, 크든 작든 좋은 일을 하는 순간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귀찮다는 감정, 상대방의 행동이나 감정의 배경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 나만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비난하는 것....모두 한번 아니 어떤건 여러번 겪었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던 건 작가의 태도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누구나 그렇다면서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나 수치심을 느낄 독자들을 괜찮다며 등을 토닥여주는 느낌이다.

잘못을 꾸짖기 보다는 우리의 행동을 그대로 복기해주면서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선생님처럼 오히려 작가의 위로가 변명 대신 인정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그것도 아주 세련되고 우아한 방법으로.

 

어떤 윤리나 도덕책보다도 이런 소설이 더 많은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따뜻한 어루만짐에 나의 잘못을 숨기지 않고 무장해지되어 고해성사를 하게 된다.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 조금은 깨닫게 해주는 오랜만의 소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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