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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성악설, 성선설의 논란 종식 ; 이기적 유전자

 

제목은 십여전전부터 들었지만 막상 손이 안가던 책. 

트레바리 모임 2월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어 마치 오랜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왜 그토록 논란이 되었는지도 알 것 같고.

그렇지만 고등학교 이과, 대학 공대를 졸업하고 화학회사와 전자회사에서 일했고 지극히 T성향인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에 창조론자들의 챌린지도, 삶의 의미에 대한 허망함이 느껴진다는 얘기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많은 오해와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는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책도 흥미로웠지만 유독 모임에서의 토론이 재밌었다.

발제문이 좋았기도 했고, 여러 고민거리를 제공해준 책이다보니 다들 나름대로 많은 생각들을 한 것 같다.

중간중간 공유해준 책 관련 유튜브 영상도 재밌었는데, 최재천 박사의 영상 중 이 책을 읽고 학생들이 찾아와서 인간이란 존재가 그럼 유전자의 전달체에 불과한 것이냐며 허탈해했다는 얘기가 흥미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삶에 주어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재밌는 부분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톨스토이의 책도 있듯이, 삶의 의미는 오랜동안 사람이 찾고하했던 해답이 아닌가 한다.

많은 철학자들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왜 사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질 때가 많다.

그런데, 나는 이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각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고, 나만의 삶의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정해준 혹은 얘기하는 똑같은 의미가 아니라 나의 가치에 따라 내가 정하는 의미. 그게 중요하다.

 

인간의 존재가 고작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거냐고 허무해한다면, 그건 인간이란 존재를 타 생물대비 우월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나온게 아닌가 싶다. 다른 생물대비 지적능력이 높다고 더 고귀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인간 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편견과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우리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태어난게 유전자가 우리에게 부여한 삶의 의미인거고, 태어난 이후에는 우리가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전자가 부여한 삶의 의미가 내가 정한게 아니라고 거부할게 아니라, 유전자가 부여한 의미와 내가 만찾은 의미를 잘 조화시켜서 둘다 이룰 수 있도록 어느 멤버의 말처럼 유전자와 협조해가면서 살아가는게 최선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유전자를 변이를 통한 인간의 진화과정이 AI 로봇의 진화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전자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던 인간이 밈이라는 문화적 복제를 통해 유전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진화하는 것처럼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대로 움직이던 로봇이 어느날 프로그래밍의 오류로 인해 자각을 하고 인간에 반기를 드는 것은 SF영화에서 흔히 보는 내용이다. 그때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의 진화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니 매우 실현가능한 사건이라고 생각되어 흥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사실 Open AI가 촉발한 최근의 AI 발전속도를 보면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매우 기대된다.

그게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모르겠지만 그걸 떠나서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변화를 목도한 세대라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친구들과 언제까지 사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얘기할 때, 몸과 정신이 건강한 상태까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에, 60, 70세 정도를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래 살아서 세상의 변화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진화를 설명한 책이지만 그것 외에도 많은 생각을 던져준 책이라는 점에서 한번쯤 꼭 읽어볼만하다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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