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채널의 인터뷰 콘텐츠를 많이 보는데, 신간을 출간한 송길영 박사가 여러채널에서 보인다.
연말을 맞아 여기저기서 트렌드를 예측하는데, 시대예보라는 책의 타이틀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시대예보 시리즈로 작년에는 '핵개인의 시대'를, 올해는 '호명사회'라는 부제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개인이 적응해야할 부분들을 얘기한다.
저자가 출연한 콘텐츠 중 특히 '최성운의 사고실험'과 '머니그라피-B주류 경제학' 채널에 올라온 것을 좋아하는데,
책의 내용을 깊이있게 이해한 인터뷰어 영향인 것 같다.
AI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일터의 변화, 사회 변화에 따른 직장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과거 수직적 위계구조의 조직은 빠르게 사라져가고 누구나 각자의 맡은 업무가 있는 수평사회가 되고 있음을 얘기한다.
이는 내가 직장에서 실제로 체험하는 변화이기도 하다. 물론 회사의 조직 체계 및 문화는 여전히 제대로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어설프게 흉내만 내고 있어서 혼란이 더 크다.
즉, 책의 말대로면 중간 관리자가 없어져야 하는데, 회사는 오히려 중간 관리자에게 더 많은 것을 떠넘기고 있는 듯하다.
소위 임원이 아닌 조직장 (회사에 따라 부서장, 팀장 등 다양하게 불리며, 과거 직급 기준이면 부장 정도가 되겠다)은
MZ세대 부서원들에게는 최대한 자율권을 줘야하고 과거의 문화에 젖어있는 임원에게는 복종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핵개인의 시대에 저자는 지금의 40대후반 ~ 50대를 부모 부양과 자식에 대한 뒷바라지 두가지를 다 하느라 힘이 들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식들에게 부양받기 어려운 세대라고 했다. 안타깝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계층이 나올수 밖에 없으며, 그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했다. 안타깝긴해도 나도 그랬으니 너희도 그래라..라고 하기엔 시대가 너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현상을 직장에서 겪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로는 은근히 억울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최근 회사의 상황을 보면, 위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급한 일들은 (이 중 대부분은 오랜 고민끝에 진행하는 일이기 보다는 고위 경영층 누군가의 즉흥적인 영감에 의해 앞뒷 배경설명 없이 떨어진다) 부서장이 처리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충분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갑자기 내일까지 혹은 이번주까지 하라고 동료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다들 자기나름의 일정을 가지고 업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일은 야근이나 기존 업무의 연기를 의미하는데 기존 업무를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야근을 하겠다는 부서원은 거의 없다. 그러니 부서장이 그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 주어진 업무는 야근을 하든 점심시간을 쪼개든 꼭 해야하는게 당연한 거였는데, 요즘 세대의 마인드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왜 갑자기 튀어나와서 내 일정을 흔들어 놓느냐는 원망의 눈빛으로 따져들면 굳이 설득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여기까지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송길영 작가의 말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낀 세대의 숙명이랄까.
문제는 회사다. 빅테크나 스타트업들과 리쿠르팅 경쟁을 하게 되면서 과거처럼 대기업이 취업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자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소위 MZ세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여러 조직 문화 프로그램, 복지 제도를 내놓고 있다.
연봉은 한번 결정되면 전 임직원에게 즉각적으로 적용이 되고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약간의 비용과 근무시간을 활용한 제도를 선보인다.
이런저런 타이틀로 (주로 생일 등의 경조사나 임직원간 소통을 소재로) 근무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2~3시간, 길게는 2~3일까지 기존 연차와는 별도로 업무시간을 빼주는 건데, 그렇다고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서장이 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연봉, 인센티브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한 불만은 부서장이 중간에서 잘 설명해줄 것을 요구한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자리다.
물론, 과도기적 시기라서 앞으로 몇년 후에는 호명사회에 나온 것처럼 중간관리 업무나 애매모호하게 함께 일하는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전에 회사나 경영진은 쉽게 본인들의 할일이나 껄끄러운 부분을 중간관리자에게 떠넘기고,
본인들은 시대의 변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오픈마인드 코스프레를 하며 온갖 선심성 (돈은 별로 안들고 근무시간만 빼먹는) 프로그램들을 우후죽순 내놓지 말아야 한다.
정작 부족한 인력, 필요한 인력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원해주지 않으면서 (육아휴직으로 인한 빈 자리도 충원이 안된다) 모두다 누리는 혜택이 아니라 일부만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눈가림 하지 않으면 좋겠다.
부디 단기적인 상황 모면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행하기를, 그리고 다양한 임직원의 의견을 귀담아 듣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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