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의 기쁨과 슬픔

12/1의 소회

12/1.

어느새 시간이 가서 올해가 다 가는구나, 연초 계획 세우고 이루지 못한 것들이 스쳐지나가고 한편으로는 또 한살 더 먹는다는 아쉬움을 느끼며 남은 한달이라도 올해를 잘 되돌아보며 내년 계획을 알차게 세워보자고 마음먹을 시기.

하지만 회사의 12/1은 다르다. 차분함은 커녕 어수선함의 끝판왕이다.

항상 12월초에 인사, 조직개편 발표가 나기 때문에 11월 마지막주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퇴사를 하는 사람들의 인사와 여러 조직변경에 대한 소문들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업무상 내년을 1년간 같이 일을 할 대행사를 선정해야하는 시기라 정신없이 바쁜시기이기도 하고, 워낙 그런 소문에 큰 관심이 없어 (물론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면 다르지만) 관심을 두진 않지만 부서원들이 메신저를 하느라 눌러대는 키보드 소리를 듣다보면 '아... 이 시기가 돌아왔구나' 새삼 느낀다.

 

어김없이 퇴직자의 이메일, 별일 없냐는 메신저, 보직을 내려놓는 사람들에 대한 소문와 위로의 말들, 보스가 바뀌는 것에 대한 우려와 기대 등이 뒤섞여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쓸데없는 감상에 휩쓸려 일에 집중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일'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엄연히 '일'과 '직장'은 다른 의미이다.

단순하게 보자면 '직장'은 '일'을 하기 위한 수단? 장소일 뿐이다.  그런데 어느순가 일과 직장은 동일시되고, 더 나아가면 직장을 나와 동일시하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

직장에서의 인정이 나의 존재이유인양. 

그래서 타의로 직장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심한 우울과 무력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나, 일에 헌신한 사람들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나 또한 그런 성향이 있었고, 그로 인해 몇번의 좌절을 맛봤다. 일을 잘하는 것과 직장에서의 성공은 꼭 같이 가지는 않는다. 남의 인정보다는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 만족하느냐가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런걸 깨닫게 된건 몇번의 이직을 통해서였다. 명함은 단지 나를 쉽게 설명하는 간편한 수단일 뿐, 그게 나의 정체성은 될 수 없다. 내가 나 스스로 올곧이 서려면,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워킹 라이프를 디자인해나가야 한다.

 

당분간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의 인사를 많이 받을 것 같다.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설레임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