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도 미리 맞았고 좀 힘들다 싶은 날은 점심 운동을 건너 뛰고 2,30분이라도 잠을 자는 등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했건만.. 지난 주말 좀 빡빡한 부산여행을 다녀오고 워룡일부터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헀다.
주말에 쉬지 못한 탓이라 생각하고 스트랩실과 타이레놀을 한알씩 먹으며 괜찮아지겠지 싶었는데, 월요일 오후부터 오히려 컨디션이 급하락하면서 콧물까지 나기 시작했다.
월요일 밤 타이레놀을 먹은 효과인지 어제는 피곤함은 있었지만 괜찮아지는 듯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 침을 삼키기 싫을 정도로 목이 아프고 눈은 열감으로 잔뜩 부은 느낌이다.
약간의 몸살기운도 더해져 몸이 천근만근. 결국 감기에 걸려버린 것이다.
일찍 출근해서 급한 메일들을 확인하고 아직 출근시간까지 30분의 여유가 있어서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거의 오픈런이었음에도 이미 10여명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20분쯤 기다리고 2분 정도의 짦은 진찰. 목 안을 들여다보더니 '꽤 깔깔하겠네요' 라는 말과 함꼐 5일치 약을 처방해주었다.
다행히 업무시작시간 전에 사무실 도착, 약봉지를 꺼내 '아침'이라고 쓰여진 약을 꺼내 먹었다.
콧물이 자꾸 흘러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니 부서원 중 한명이 메신저를 건낸다. 감기걸렸냐고 물으면서 레몬가루가 있으니 먹겠냐고. 남에게 신경쓰게 하는걸 극도로 꺼려하는 편이라 평소 같으면 반사적으로 거절했을텐데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거절하면 민망할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한 탓이라 수동적으로 된 탓인지 잠시 고민하다 고맙다고 대답을 했다.
그 친구가 가져온 레몬가루 7~8개 중 2개만 갖겠다고 한 후 가만히 앉아서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선 막내고 몸이 약해 잔병치레가 많다보니 항상 가족들의 걱정을 받지만 왠일인지 밖에 나오면 씩씩하고 멘탈 강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항상 괜찮은 척, 힘들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늘 그렇게 보이려고 애썼는데, 그 가면이 조금 벗겨진 느낌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조금 힘들다고, 지쳤다고, 아프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게 포장된 레몬가루를 보고 있는데, 감기로 인한 열감인지 눈물이 핑돌아서인지 눈두덩이가 뜨거워지는게 느껴진다.
'다정함'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다정한 말 한마디로 사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데..왜 그걸 못할까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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