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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대한 변화는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한다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영화로 먼저 알게 되었고 관심은 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

내 삶도 팍팍한데 콘텐츠라도 가벼운 걸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다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읽기 시작했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출처 : 교보문고

 

 

 

어려운 성장과정을 거쳤지만 이제는 딸 다섯을 두고 넉넉하진 않지만 화목한 가정의 가장인 펄롱.

물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주말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적장에서 나무와 석탄을 날라야 한다.

어느 것하나 빠져 버리면 메꾸기 어려운 빠듯한 살림. 

그럼에도 그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잊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돈이 없어 석탄을 주문하지 못하는 고객들 집 앞에 몰래 놓아두기도 한다.

그의 아내는 이런 그를 못마땅해 하지만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어린 5명의 딸들을 먹이고 가르치려면 그들에게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삶에 틈이 생긴건 배달간 수녀원에서 학대받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만난 순간이다.

처음에 그는 외면했지만 이후 계속 괴로워한다.

눈앞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고서 교회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 자신의 기만적인 행위에 대해.

그냥 눈감으라는 아내와 동네사람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수녀원에서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그러면서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만족감을 느낀다. 물론 그 지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의 주요 고객이기도 한 수녀원이 그에게 행사할 압력에 대한 불안도 느낀다. 그럼에도 그가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오지 않을경우, 자신이 겪을 심적인 괴로움을 생각하며 자신의 선택을 밀고 나간다.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그의 아내처럼 식당 여주인처럼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며 자기합리화를 했을 것이다.

 

펄롱은 마을 사람들이 소위 하찮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아버지도 모르는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나 온몸에 검은 재를 뭍이는 석탄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선물가게 주인조차 그가 자기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매하는 것을 못마땅해 할 정도다.

그런데, 그들 눈에 보잘것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그가 마을 사람 누구도 하지 못한 거대 권력인 수녀원을 향해 반기를 든 것이다.

이후 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책에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수녀원의 영향으로 그는 힘든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녀원 역시 그들이 꽁꽁 싸매왔던 비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이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여자아이들을 억압하며 강제 노동을 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는 불합리/부조리를 해결해가면서 조금씩 진보해왔다.

그리고 이런 일은 당연히 그 일을 해야하는 정치인들보다는 평소에 눈에 띄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희생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책의 제목인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펄롱과 같은 소시민을 반어적으로 표현한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이처럼 사소한 사람들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전혀 사소하지 않은 일들을 한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짧은 글이지만 실상 아주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독자들이 감정의 과잉에 빠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러한 상태에서 주인공이 상황으로 고민하도록 많은 것들을 응축한 느낌이다.

생각을 흩트러뜨릴 수 있는 군더더기들은 다 날려버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하나에 집중했다.

네드와의 서사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을텐데 저자는 한두 문장으로 그저 짐작만 하게 둘 뿐이다.

아마 이보다 10배 정도의 글을 쓴 후에 정리하고 정리해서 100여 페이지만 남긴게 아닐까.

 

조금 비껴간 얘기지만 소비자가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일수록 백엔드의 고민과 작업은 훨씬 더 복잡하고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렇게 짧고 잘 익히는 글을 쓰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이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했을까.

그 어떤 두꺼운 책보다 이 소설이 독자에게 정의와 인간다움 대해 더 많이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책을 읽고나니 영화가 더 궁금해졌다. 킬리언 머피가 연기하는 펄롱은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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