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프로그램의 하나로 참여한 물리학자인 서민아 저자의 강연 ('빛이 매혹이 될 때'라는 저자가 집필한 책의 내용과 함께한 일종의 북토크 컨셉)
광학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서양화가, 특히 인상파의 그림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아니, 더 넓게보면 과학과 예술의 연계성이랄까, 일종의 평행이론 같은 얘기들을 들려준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도대체 1900년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학문, 예술 분야에서 걸출한 인재들이 활동을 했는가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서민아 작가 역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비엔나 1900전을 보면서도 신기했는데, 미술 뿐 아니라 과학, 심리학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발견과 사조가 출현했다고 한다.
기운이 좋았나...
전시회를 가면 단순히 좋다, 난해하다 등의 단순한 호오만 생각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빛에 대한 얘기, 그리고 광학기술을 활용한 복원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더 많은 것들이 보였다.
공학을 전공했고, 또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코스모스를 다시 읽은터라 언급되는 과학자들의 얘기가 더 잘 이해되었다.
-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 빛의 무지개 컬러를 발견하고, 빛은 입자라고 주장 (캠브리지 대학의 뉴턴 동상은 사과가 아니라 프리즘을 들고 있다)
- 맥스웰이 팽이를 통해 눈에서 일어나는 색의 혼합에 대해 설명,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쇠라가 점묘법을 창시
쇠라의 작품의 초록색 풀밭은 가까이서 보면 파란색과 노란색의 작고 수많은 점들의 결과
- 네덜란드는 북유럽에 붙어있어 겨울에 밤이 길다. 그래서 빛에 대한 집착이 크고 빛을 잘 쓰는 화가들 - 렘브란트, 베르메르, 고흐- 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 현대미술, 개념미술의 창시자인 뒤샹은 작품을 단지 그림이나 조각 그 자체만이 아니라 작품의 기획의도와 고객의 해석까지 확장하면서,
예술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화가, 예술가란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서 오히려 예술의 영역을 확장한 계기)
→ 이는 최근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위기에서 오히려 직업이나 특정 업무의 개념이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뒤샹의 예술에 대한 개념 해석에서 상품에 대한 해석 또한 바뀌고 있음을 느낌. 상품은 단지 결과적으로 나온 제품, 서비스만이 아니라
그 상품의 기획의도부터 시작해 고객이 구매를 위해 탐색하고 구매하고 이용하는 전 과정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의도는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고,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단계는 CX라는 이름으로 이미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되고 있다.
-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주인공 오펜하이머가 핵폭탄 실험을 앞으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있는 장면이 2~3초 정도 나온다
- 베르메르는 평생 36편의 작품만 남겨 위작이 유독 많은 화가이다.
- 서양화와 한국화의 가장 큰 차이는 빛과 그림자 (서양화에만 있다)
복원에 대한 얘기도 흥미로웠는데, 위작 감별이나 그림 분석에 광학을 활용한다는 것.
모나리자의 그림에는 그리고 지운 3개의 인물이 들어있고, 베르메르의 어떤 작품에는 사후 누군가가 물감으로 덮어버린 액자가 있었는데 이걸 한땀한땀 벗겨내서 원래 모습으로 복원했다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물감의 성분으로 해당 부분이 베르메르 사후에 그려졌다는 걸 밝힘)
베르메르의 36번째 작품은 발견 당시 완성도가 낮아서 위작이라는 의심이 있었으나, 물감 성분 분석을 통해 베르메르가 잘 쓰던 물감 (굉장히 비싼 블루컬러)이라는 것 등 몇몇 요소로 인해 완성하지 못한 그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
베르메르에 이야기가 더 다가온 건 남은 건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그의 작품과 동명의 소설, 영화를 재밌게 읽었고,
예전 직장의 네덜란드 법인이 델프트에 소재하고 있어 몇 번 갔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도 좋지만 조용하면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었다.
(델프트는 자기 타일로도 유명하다)
특히, 출장 중 맞이한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풍경의 한 장면은 한참이 지났지만 머릿속에 사진처럼 남아있다.
저자가 준비한 델프트의 사진을 보며, 문득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포르투, 오키나와, 델프트... 가고 싶은 도시가 계속 떠오른다. 메모해놓고 하나씩 실행해야지.
약 1시간 30분의 강연이었는데, 나에게 많은 기억들을 불러일으켰다.
과학 이야기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수 있구나란 부러움, 한편으로는 과학이든 예술이든 모든 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과거의 뛰어난 철학자나 예술가들을 보면 수학, 과학, 언어, 미술 등 거의 모든 영역을 다 섭렵하는 경우가 많다.
레오나르도가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칼 세이건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느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의 가장 큰 성향은 호기심과 그걸 파고드는 실행력인 것 같다.
그리고 결국 그럼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 같고.
나도 호기심이라면 뒤지지 않으니 지치지 않고 두려워 말고 조금씩이라도 실행해나가면 융합형 인재까지는 못되더라도
융합형 인간은 되지 않을까...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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