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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은 '유퀴즈 온 더블럭'

최근 애정을 갖고 보는 TV프로그램이 생겼다.

보통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시간은 거의 이런저런 유튜브 영상을 보느라 tv를 볼 시간이 거의 없는데,

두어달전 유튜브로 접한 TV내용을 일부를 편집한 짧은 영상에 빠져서 이제는 어느새 본방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유퀴즈 온 더 블럭'. 작년인가..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처음 들었을 때,

그 당시 한번쯤은 좋아해봤을 보이밴드 '뉴 키즈 언 더 블럭'를 패러디한 제목에 픽 웃었던 기억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유재석이 tvN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한다는 사실이 꽤나 회자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66회차에 출연한 배틀그라운드 김창한대표편 클립 (출처:tvN홈페이지)

 

그러나 내가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적은 없다. 그저 채널을 돌리다 몇 번 스쳐지나갔을 뿐.

tv를 잘 안보기도 하지만 비슷비슷한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딱히 관심이 가지 않았던것 같다.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클립을 한두개씩 보다가 이제는 푹 빠져버렸다.

 

유재석이야 뭐 말할것도 없이 나무랄데 없는 진행자다. 사전에 섭외되지 않은 일반인 대상으로 즉석으로 인터뷰를 하고 진행을 해 나가는게 얼마나 어려울까 싶지만, 유재석은 명MC다운 모습으로 게스트의 사연을 잘 끄집어내고 맛깔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가끔 좀 짓궂게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그게 불편함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교모하게 균형을 잘 잡는데, 아마 오랜기간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연륜 덕분이리라.

 

그런데 실제로 내가 감탄한 부분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막 때문이다.

과하지 않지만 큭큭 웃음이 새어나오고, 어쩔땐 '저걸 저렇게 연결시키는구나' 감탄을 하게 만든다.

PD가 누군지 궁금해졌고, 아마도 유재석과 비슷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겠구나 싶다.

 

남을 웃기는데는 크게 2가지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마치 햇님달님 동화처럼 남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타입과

상대방을 편한하게 만들어 상대방 안에 있는 유머를 끌어내는 타입.

개인적으로 전자가 강호동 후자가 유재석 스타일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후자이다.

억지로 웃기려고 무리하지 않고 적당한 선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을 인터뷰하면서 재미라는 요소를 뽑아내야되는게 쉽지 않아

자칫 억지 웃음을 뽑아내기 위해 무리할 수도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적어도 내가 본 에피소드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게스트는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MC는 주의깊게 듣다가 재미가 될 만한 요소를 캐치하고

개구장이처럼 받아치면서 웃음을 유발하고, 센스와 위트가 있는 자막이 화룡점정이 된다.

간혹 tv를 보다가 자막이 너무 기발하면서도 착해서 적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낄때도 있다.

 

웃기려고 무리하기 보다는 게스트의 진솔한 이야기를 개그로 묻어버리지 않고

그 자체로 재미와 의미를 이끌어내는 프로그램과 기가막힌 자막솜씨에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PD와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동일한지 모르겠지만 tvN 채널의 슬로건이 '재미와 의미'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걸 보자마자 참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알맹이 없는 재미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진지함만을 강조한 의미는 사람들을 쉬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둘다 중요하지만 그 둘간의 균형을 맞추는건 정말 어렵다.

마치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착하고처럼 (물론 예쁜사람은 어릴적부터 칭찬만 받아서 성격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해당 채널의 '재미와 의미'라는 슬로건을 가장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웃기기 위한 농담이 아니라 삶의 기픔과 슬픔이 다 담긴 유머가 있다.

 

어느날 길을 가다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재석씨와 조세호씨를 만날 수도 있다.

숫기라곤 전혀없는 나는 반가우면서도 아마 멀찍이 돌아서 지나가거나 먼발치서 구경만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예상과 달리 애정하는 프로그램이라 이제까지의 나를 버리고 인터뷰에 응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내가 어떤 반을을 보일지 나조차 궁금하다.

 

아직 이 프로그램을 아직 못 봤다면 강추! 왠만한 다큐보다 감동과 정보, 그리고 웃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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