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근처엔 꽤 큰 다이소 매장이 있다.
지하철 역과 바로 붙어있고 꽤 넓은 공간의 1층과 지하층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이소에서 물건을 살 일이 많지 않아서 보통 이름을 잘 몰라 인터넷으로 사기 어려운 생활용품 같은것들 (예를 들어...싱크대 음식쓰레기를 편리하게 걸러내기 위한 배수구망이나 세면대용 배수구필터) 두어달에 한번 방문하는 정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발령으로 주말 약속도 운동계획도 취소하고 집에 있다보니 집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냉장고를 자주 들여다보니 구석에 방치된 오래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료함도 달랠겸 본격적으로 냉장고 물건들을 꺼내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더이상 안먹을 것 같은것들을 정리하니 쓰레기 봉투로 4개가 나왔다. 내친김에 보기에도 깔금하고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게 냉장고용 정리함이나 살겸 다이소로 향했다.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꽤 있었고, 여러 사이즈의 냉장고 정리함과 내친김에 몇개의 수납함들을 사들고 계산대로 왔다.
항상 계산대에 줄을 길게 서야할만큼 사람이 많아 4명의 점원들이 정신없이 멤버십이나 봉투를 물어보던 기억이 나는데 뭔가 휑한 느낌이 들었다.
1~2초간 멍하게 있다 정신차리니 계산원이 있던 자리에 키오스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켠에 계산원이 있는 계산대가 아직 있긴 했지만 다른 업무중인지 자리가 비어 있었다. (아마 이것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키오스크로 바뀌지 않을까)
보통은 과도기적인 기간을 두기 때문에 마트처럼 점원이 있는 계산대와 셀프 계산대가 섞여 있는 곳은 봤지만 이렇게 1모두 셀프 계산대로 바뀐건 처음 봤다. 아무래도 다이소가 젊은층 고객이 많다보니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놀란건 마트에서도 무인계산대는 한번도 이용해본적도 없는 나도 QR코드를 찍으란 안내문구만 보고 쉽고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는 거다.
'이렇게 쉬울줄이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주로 3,40대의 여성 계산원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까?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카페도 음식점도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고, 아예 매장방문이 아닌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 주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계산원들이 동일한 직업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건 거의 불가능할 것 이다.
자식들 학원비나 살림에 조금 보탬이 되어 보겠다고 일하던 사람들이야 조금 어려울 뿐이겠지만 혹시나 그들이 가장이라면 계를 위해서 반드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하는데 얼마나 막막할까? 그들을 받아줄 곳이 있을까?
4차산업혁명 및 코로나로 인한 최근의 변화는 하위계층에게 더 가혹하다. 그러나 이건 시작일 뿐이고 이미 화이트칼라 계층도 위협을 받고 있다. 누군가는 초등 및 중고등학교의 온라인 수업이 계속 이어지면서 과연 그 많은 선생님들이 필요할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과목별 역량있는 선생님들 몇명을 선정해서 전국 모든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활용가능한 온라인 수업을 만들면 오히려 서울과 지방의 학력편차로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수업을 가르치는 것만이 선생님의 역할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많은 선생님들이 필요없을 거라는 사실에는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어떨까? 나의 직업이 기술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나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할까..? 혹은 지금이라도 대체되지 않을 다른 직업을 위한 준비를 해야할까..?
무더운 여름날 마스크를 꽁꽁 싸매고 외출하고 물건을 사고 무인계산대에서 결제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왠지 어릴적 SF소설에서 나왔던 미래가 성큼 나에게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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