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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글쓰기에 관하여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

과거에는 이 두개가 분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책을 출판하는 것은 별개의 이슈였다. 문학상 등의 기회가 아니거나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면 일반인의 책을 내주는 출판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서적이 아닌 문학서적을 아마추어가 낼 수 있는 방법은 공모전이 유일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브런치와 같은 글쓰기 플랫폼과 SNS를 통해 내가 쓴 글을 다른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독립출판을 통해 책을 내는 것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더불어 SNS, 유튜브 등 나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 것 같다. 나의 단순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큰 공감을 일으키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콘텐츠에 있어서도 롱테일로 접어들었다.

전문서적도 예전처럼 교수나 해당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내가 남들보다 조금만 더 안다고 생각하면 책을 낼 수 있다. 파워포인트를 잘 만드는 사람은 관련 PT자료 만드는 책을, 인스타그램을 잘 운영하는 사람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리는 방법에 대한 책을 낼 수 있다. e-book이라는 포맷이 생기면서 더더욱 책을 출판하는 것에 대한 허들은 줄어들었다. 소위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다.

 

내 주변에도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책을 낸 사람이 있는데..사실 소설책을 하나 내는 것이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마음만 먹었다가 포기해버리긴 했지만

그런데, 최근 온라인 독립서점인 오키로북스의 서울숲 팝업 스토어를 둘러보다가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독립출판이 가능하다보니 팔리는게 문제지 책을 내는 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다는 근자감이 발동한거다. 게다가 전시된 책들의 다양한 포맷을 보고 한결 부담이 줄어든 것도 이유중의 하나이고.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모아 인스타그램 포스팅 이미지 그대로 책으로 묶은 것도 있고, 손글씨 그대로의 여행일기를 책으로 펴낸 것도 있었다.

'누가 이런 책을 사서 읽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흥미있는 책들이 꽤있었다. 기성 출판 시스템에선 불가능했던 다양성 추구가 독립출판에선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독립출판서적 위주로 판매하는 독립서점도 인기라고 한다. 정확히 독립서점이란 표현이 맞을지 동네서점이라고 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독립출판서적도 파는 동네 서점을 독립서점이라고 한다면 최근엔 개성있는 독립서점들도 꽤 많다. 서점마다 컨셉을 가지고 그에 맞춰 큐레이션한 책 중심으로 판매하거나 그 안에서 독서모임과 같은 커뮤니티 활동이나 북톡크와 같은 소규모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알게된 책바는 술도 함께 파는데, 책바 사장은 '소설 마시는 시간'이라는 소설 속에 나오는 술에 관한 책을 내기도 했다.  술을 잘 못하지만 그 책을 읽고 위대한 갯츠비에 나오는 민트줄렙 이라는 칵테일이 너무 궁금해 마시러 간적도 있다.

 

나의 경우에 독립서점은 책을 구매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책과 관련된 체험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책 구매는 온라인서점을 이용하거나 교보와 같은 대형서점을 이용하지만 독립서점은 마음먹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도 둘러보지만 서점의 분위기를 즐기거나 해당 서점에만 있는 마이너한 감성의 책과 굿즈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2주전 주말에 서울숲 근처를 방문한것도 인스타그램에서 본 오키로북스 팝업스토어 때문이었다.

정작 책은 안사고 나도 책을 낼 수도 있겠다는 근자감과 마그넷, 열쇠고리와 같은 소소한 굿즈만 가지고 왔다.

이참에 곳곳에 숨어있는 독립서점, 동네서점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다음 목적지는 책 발전소 ^^ 당인리, 위례, 광교 세곳에 있다고 하는데 어디를 먼저 갈까..행복한 고민중이다

팝업스토어 내부 전경
인스타그램 화면 모양의 핸드북
도쿄여행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책 (귀엽다..)
책은 안사고 굿즈만 충동구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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