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사례_CJ ENM의 '#착한_거리두기 캠페인'

구글의 한글날 Doodle

구글이 시작한 기념일에 따른 로고 변경은 이제는 익숙해져 있다.

검색을 위해 구글에 들어갔다가 새로운 로고를 보고 잊고 있던 혹은 몰랐던 기념일을 알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기념일을 앞두고 이번엔 어떤 로고가 나올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네이버도 이에 동참해서 기념일에 로고 변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게 특정일에 로고를 변경하는건 오프라인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왜나하면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한다.

보통 기업이 로고 하나만 변경해도 명함부터 문서, 모든 온/오프라인 접점의 로고를 교체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발성 로고 교체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온라인상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로고 변경을 발견했다. 바로 TV에서.

요즘 TV보다는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TV는 가장 쉽게 접하는 인터페이스이다.

이는 고객에게 브랜딩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라는 뜻이다.

 

5월 이태원발 코로나 전파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무렵, tvN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접목한 로고를 선보였다.

무심코 TV를 보다가 로고가 평소와 좀 다르네..싶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접목하여 로고 글자간 거리를 늘린 것이었다.

뭐랄까,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귀엽네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고, 뒤이어 약간의 로고 변화를 통해서도 의도하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리두기 운동에 기업이 동참한다는 메시제를 전달하기 위해 별도로 몇초짜리 짧은 광고형태의 캠페인 영상을 만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건 식상하기 때문에 고객의 주목을 얻기 어렵고 채널전환을 유도할 뿐이다.

오히려 특정 채널을 보는 내내 수시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로고변경 방법이 훨씬 저비용으로 효과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대다수는 처음에 로고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을텐데 나처럼 어느 순간 한번 인지하고나면 계속 눈에 익을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tvN 뿐 아니라 CJENM의 전 채널이 착한 거리두기 캠페인은 진행했다고 한다.)

누가 기획했는지 한번 찾아봐야지 생각하다가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 새로운 로고를 발견했다. 바로 '티뷔엔'이라고 적힌 한글날 기념 한글로고였다.

어..이제 구글처럼 본격적으로 로고 변경을 하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런 센스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행한 tvN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까지 생겨버렸다. 아직 내가 tvN의 팬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 있다.

과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매스미디어를 통한 대규모 캠페인이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처럼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다양하고 fragmented된 시대에는 돈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tvN의 사례처럼 로고 디자인 변경 하나만으로 사회적 이슈에 동참하고, 한글날을 적극적으로 기념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해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을 하다보면 항상 노출이나 고객 engagement를 예산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와 지금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이렇게 다른데 여전히 과거의 틀로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꼰대가 되어가는 건데...)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이 대세가 되어 상대적으로 성과창출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는 브랜드 마케팅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는데, tvN의 위트있는 시도를 통해 오랫만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워낙 많은 정보와 메세지에 노출되는 요즘의 마케팅 환경을 고려하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중요하지만, 브랜드가 뒷받침 된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도 올라가고 또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내가 무심코 놓치고 있는 고객접점은 없는지, 사소하지만 의미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없는지 주변을 더 둘러봐야겠다.

 

p.s. 기사를 찾아보니, tvN뿐 아니라 맥도날드, 마스터카드,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캠페인과 연계한 로고 변경을 했다고 한다. (이제야 알았다니...반성해야한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