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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직장내 호칭에 대한 단상

스타트업이 증가하면서 직장내 호칭이 다양해지고 있다.

주로 대기업 다닌 나는 당연히 직급이 익숙지만, 직급을 붙여 호칭을 하는게 공식 가이드라도 실제 불리는 호칭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건 서로 직급을 붙여 호칭을 부르는 것이다. 물론 이때 높은 직급에게는 직금+'님'을 꼭 붙이고 낮은 직급에게는 초면인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님'을 붙이지 않는다. 상하관계가 은근히 묻어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면 내가 경험한 거의 모든 회사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부를 때 직급을 붙이지 않고 'OOO야'로 이름을 부른다. 일종의 친밀감의 표시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불리는 것은 괜찮지만 내가 그렇게 부르는건 영 익숙하지 않다. 결혼까지 해서 아들딸도 있는 사람에게, 게다가 친구도 아닌 일로 만난 사이에서 'OOO야'로 부르는건 근 20년 직장생활을 했어도 아직도 불편하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어색한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형'. 이 호칭은 여자인 나에게 묘한 소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회사에서 만나 학창시절 친구보다 더 친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석이 아닌 회사에서 그 호칭을 쓰는 건 관계의 친밀도가 드러나기 때문에 일종의 과시적인 행동으로 느껴진다. 마치 '우리는 이렇게 친해' 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회사에서의 호칭은 최대한 뉴트럴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직급이나 친밀도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논쟁과 토론,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OOO님' 'OOO매니저' 'OOO프로' 등 직급을 반영하지 않은 호칭으로 변경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변경된 이후에도 여전히 '형' 호칭 문화는 남아있다. 가끔 '누님'으로 부르는 남자후배도 있다.

반면, '오빠'나 '언니'라는 호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혹시라도 이런 호칭을 사용하면 곧바로 지적을 받곤 한다. 회사가 학교냐며.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호칭에서 은근히 남녀 차별...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본인이 형으로 부르는건 끈끈한 형제애의 표시이자 너희 여자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라는 메세지 같다.

단순히 호칭에서 끝난다면 호칭도 취향이다 이해해보려 노력할 순 있겠지만, 이런 호칭에서 드러나는 상하, 친밀도가 자료를 요청하거나 협업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걸 자주 목격하기에 씁쓸하다.

계급장 떼고, 출신 떼고, 사는 동네 떼고,  다 뗴고 그냥 그 사람 자체만으로 붙으면 안될까...?

작은 호칭변경 하나가 함께 일하는 방식이나 태도, 넓게는 기업문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저 오랜기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하는 호칭을 통한 편가르기를 그만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직급에 관계없이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고, 친분에 관계없이 협업할 수 있는 문화를 위해

이제라도 선입견을 야기하지 않는 호칭을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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