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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금융

10년 후, 아니 5년 후 우리는 어떻게 보험에 가입할까?

요즘처럼 산업이 다이내믹한적은 없던것 같다.

(전자회사가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비즈니스를 인수하고, 신선회를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고 당일 배송받는다.은행앱을 통해 음식 배달을 한다..)

지난 주말에 읽었던 책에서 저자는 과거 산업의 모습이 고체였다면 이제는 유체 형태라고 표현했다. 얼마든지 모양을 바꿀 수도 다른 산업과 합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격변기에도 유독 바뀌지 않는 분야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보험이다.

모바일로 몇년만원짜리 명품도 구매하는 시대에 보험은 여전히 설계사의 상담을 통한 가입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소위 '보험아줌마'라고 인식되는 설계사 채널이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자동차보험처럼 의무보험이자 비교적 표준화된 보험상품의 경우에는 온라인 판매가 50% 정도 점유한다.

보험사 내부적으로는 지난 몇년간 채널의 변화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자동차보험처럼 장기보험 (만기가 3년에서 길게는 100년까지 되는)도 온라인을 통한 가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 특성인지 온라인을 통한 장기보험 판매는 여전히 10% 미만에 그친다.

보험을 가입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customer journey를 그려봤을 때, pain point는 명확하다.

우선, 보험은 판매채널이 분리되어 있다. 소위 옴니채널이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일반적인데 반해, 보험은 판매채널별로 판매상품도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이는 수수료 체계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더라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정보탐색을 하는게 일반적인데 이런 이유로 인해 채널을 넘나들며 가입하는게 자연스럽지 못하다.

둘째, 첫번째와 연결되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가입채널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각 채널이 가지는 불편함을 개선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요즘 사람들에게 설계사를 만나는 것은 부담이다. 기존에 알던 사람이든 아니든 불편한것은 마찬가지다. 설계사는 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텐데, 나는 아직 가입에 대한 확신이 없다. 다른 설계사도 만나보고 싶고 좀 더 정보를 찾아보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다음으로 미루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만나서 한참 설명을 듣고 거절을 하기엔 심적인 부채가 있다. 과거의 고객이라면 뭐 좋은거겠지...라고 설계사를 믿고 가입하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내가 불편할 상황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끔 전화로 보험가입을 권유받기도 한다. 그런데 잘 모르는 내용을 2,30분 길게 얘기한다. 거의 설득이 되서 좀 더 고민해보게 상품내용을 메일로 보내달라고 하면 설명은 해줄 수 있는데 보내줄 수는 없다고 이해 안되는 말은 남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몇년간 매월 보험료를 내는건데 전화로 설명만 듣고 가입하긴 불안하다.  이런 이유로 인터넷을 통한 장기보험 매출이 아직 10%가 안되는 것이다. 보통은 특정 카테고리의 상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게 되면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인터넷구매로 넘어가는데, 보험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보험이나 해외여행자보험처럼 만기가 1~3년으로 짧고 상품이 비교적 단순한 보험의 경우에는 온라인 매출이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장기보험은 그렇지 않다.

셋째, 온라인 다이렉트 채널이다. 비교적 심플하고 보험료도 높지 않은 상품들은 온라인으로 가입할마음이 생긴다. 열심히 설명을 보고 프로세스를 따라 가입을 시도한다. 모든 선택을 하고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멈추어 생각해본다. 내가 정말 제대로 가입한건가? 괜히 잘못가입해서 나중에 보상 못받는게 아닐까?

이렇게 채널마다 가지는 한계로 인해 결국 보험 가입을 미루게 된다.

보험사들은 이런 고객의 니즈와 '비대면'이라는 사회적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 채널을 키우려고 하지만 시장은 별로 움직이제 않는다.

이런 페인포인트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온라인 가입 프로세스 마지막에 가입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고, 그게 어려운 용어에 대해 설명해주거나 다른 사람들의 가입통계에 대한 팝업 설명이나 어설픈 챗봇 보다는 보다 인터랙티브하고 대화가 자연스러운 전문가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뒤늦게 검토하는 분야가 옴니채널이다. 고객이 판매채널을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원하는 채널로 가입이 가능한 형태.

그런데 채널별로 다른 가격구조로 인해, 동일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이익을 포기하거나 혹은 매출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는 설계사를 통해 판매하는 가격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가격과 동일하게 책정하여,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수수료를 기업이 감당하는 것이고, 매출을 포기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고객이 가입하더라도 설계사를 통해 판매하는 가격과 동일하게 설정하여, 상대적으로 타사의 온라인 보험상품 대비 보험료기 비싸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게 되는 것.

이로 인해 옴니채널이 쉽게 운영되기는 어려울 듯하고, 현재의 멀티채널구조가 유지되면서 각 채널별로 고객의 pain point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다가 궁극적으로 AI설계사가 설명을 해주는 형태의 온라인 채널이 대세가 되지 않을까.

온라인 채널의 경우, 사이트에 유입된 고객의 행동을 데이터화 될 수 있고, TM채널은 고객과 상담원의 대화내용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 제일 데이터화가 어려운 케이스가 설계사 채널인데, 최근 화상상담 시스템도 도입되고, 비대면으로 계약 관리를 할 수 있는 tool도 많아져서 이들을 활용해 데이터화가 가능한다.

이 데이터들을 고객을 기준으로 align 하여 분석하다보면 customer journey와 단계별 고객의 pain point, 기분 등을 파악하여 최적의 상담 skill을 모델링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웬만한 설계사 보다 더 전문적이고 맞춤형 상담이 가능한 그리고 24/7 쉬지 않고 상담가능한 AI설계사가 개발될 수 있다.

이 AI 설계사 솔루션은 SaaS처럼 보험사나 보험판매대리점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다.

막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으나, 이미 AI기술과 virtual human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고, 이미 은행지점에 virtual 은행원이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데이터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5년 이내에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채널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지 않고 급성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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