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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금융

보험사의 옴니채널, 한걸음 나아간 느낌

7월1일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이 화제다.

오픈 주말에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길래 기사를 찾아봤더니, 작정하고 만든 느낌이다.

얼핏, 작년 아마존이 미국에 오픈한 오프라인 옷매장이면서 첨단 IT기술의 집합소 같은  '아마존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이들의 목적은 최상의 고객 경험 제공. 관련 기사에는 OMO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Online Merge with Offline.

한떄, O2O (Online to Offline)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는데,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대등하게 결합된 형태라면,

OMO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먹어버린 느낌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아마도 온라인 대표주자인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고객경험 개선을 위해 활용했기 때문이리라.

 

이와 함께 최근 나의 관심을 끈 기사가 있다.

바로 인슈어테크 '해빗 팩토리'의 흑자전환 소식.

5~6년 전쯤 비슷한 인슈어테크와 그들이 만든 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점차 하나둘씩 사라졌다.

보험산업의 정보비대칭성을 개선하겠노라 야심차게 포부를 밝혔던 스타트업들이 가장 쉬운 중개와 광고로 서비스를 시작하다가 경쟁과정에서 차별화 하지 못하고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못한 탓이다.

내가 볼때,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판매채널과 상품이다.

설계사 채널 쏠림 현상이 심한 국내 보험업계는 고객관련 데이터가 설계사에서 기업으로 전이되지 못해 사라져버리고, 상품은 설계사의 컨설팅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되어 온라인 판매에 한계가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기존의 보험사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될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한 형태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들의 경쟁력은 설계사 채널과 이들의 판매역량이기 때문에)

그래서 인슈어테크 기업들은 기존의 보험사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가망고객을 공급해주는 컨셉인 고객-설계사 중개 서비스에 집중했던 것이다. 

많은 유통업체나 제조업체가 옴니채널 형태로 운영되는데 반해, 보험은 여전히 멀티채널 형태다. 채널별 판매상품이 다르고 연계가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고객의 구매경험 journey에서 채널간 switching이 일어나기 어렵다.

나는 보험을 가입할 때, 정보검색은 인터넷으로 하고, 상담은 전문가와 전화나 채팅, 떄로는 만나서 하고 싶고 최종 가입은 다시 인터넷으로 하고 싶은데,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 고육지책으로 인터넷 가입시 콜센터를 운영해서 문의를 할 수 있고, 설계사와 만나서 상담하고 이후에는 다시 만나지 않고 모바일 청약 시스템으로 가입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각 채널의 단점, 고객의 pain point에 대한 미봉책일 뿐이다.

그런데, 해빗팩토리의 가입 프로세스는 보험업의 '옴니채널'에 가장 근접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가입 프로세스를 분석, 최소의 단위로 쪼갠 후 각 단계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도록 IT기술과 설계사에게 역할을 배분했다. 고객 가입 보험 분석 및 상품추천, 심사 등 데이터가 필요한 영역은 시스템이,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숨은 니즈를 파악하고 대화를 통해 가입상품을 디자인 하는 부분은 설계사가 맡아서 효율화했다. 게다가 설계 후 가입 전환율도 5% 정도라고 하니 일반 인터넷 가입에 비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이런 프로세스는 고객과 설계사, 회사 모두에게 이득이다.

고객은 설계사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하게 고객관점에서 최적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고, 설계사는 어렵고 복잡한 기가입 보험 분석 및 그에 따른 추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아 고객과 상담을 하면 되니깐 훨씬 시간이 절약되고 수월하다. 회사는 사람에 의존하면 정확성도 떨어지고 일관되지 않은 분석, 상품추천, 심사를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시스템을 통해 구현하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사실, 어려운 접근이 아닌데...왜 보험사는 이제까지 이런 접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기존 틀에 너무 얽매여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설계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사가, 온라인 채널은 회사는 정보만 줄테니 나머지는 고객이 해야된다는 고정 관념.

물론 여기에는 법이나 규제도 한몫을 했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없이, 순수하게 고객 관점에서 그리고 IT기업 관점에서 보험가입 경험을 디자인하다보니, 특정 업무를 더 잘,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명확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디지털 손보사들도 본격적으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캐롯은 퍼마일 자동차보험으로 소비자 인지도를 어느정도 확보했고, 하반기에는 카카오페이보험도 드디어 출범한다. 이들 역시 보장범위가 적고 보험료도 저렴한 미니보험으로 보험상품의 트렌드를 조금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해빗팩토리처럼 기존의 대면채널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체가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수십년째 바뀌지 않는 채널운영에 대해 답답함과 좌절감을 느꼈는데, 내가 생각해오던 방식으로 채널을 융합하고, 그 방법으로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니 반갑고 기대가 된다.

시간이 되면 좀 더 자세히 운영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아래는 관련기사 링크 (바이라인 네트워크)

https://byline.network/2022/07/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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