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및 유튜브, OTT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광고가 있다.
하나는 애플워치, 나머지 하나는 시몬스. 둘은 각자 다른 매력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애플은 워낙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을 했기에 그리 놀랍지 않았지만, 시몬스의 광고는 2019년 극도의 심플한 광고로 나를 놀라게한 이후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했다.
우선 애플워치의 광고, 애플의 광고는 언제나 유사하다. 군더더기 없이 애플의 기능이나, 그 기능이 어떻게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유독 이번 광고에 눈길이 갔던 건 실제 사례를 생생하게 목소리를 통해 전달했기 때문이다. 애플워치를 착용한 사람이 크게 넘어진 후에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911에게 위치를 알려주면서 긴급구조요청을 하고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편과 전복사고를 당한 고객이 애플워치를 통해 구조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광고이다. 이런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그 상황을 생각만해도 공포가 느껴진다. 애플워치에 대한 다른 설명이 굳이 필요없다. 그저 그런 상황을 애플워치로 인해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매우 강력한 어필이 될 수 있다. 이를 너무나 잘 알듯, 애플은 애플워치에 대한 어떠한 설명이나 언급이 없다. 그저 광고의 마지막 화면에 애플워치라는 글씨와 로고만 보여줄 뿐.
나 역시 TV 광고는 스킵하거나 스킵하지 않아도 머리에 입력되지 않고 아무 생각이 없이 볼 뿐인데, 그 광고를 순간에는 조난당한 사람에 이입이 되어 마음이 울컥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단지 애플워치가 가진 핵심 기능, 그리고 그 기능이 최고의 효용을 발휘하는 매우 일상적인 순간을 보여주었을 뿐인데도 도 30초만에 상황에 몰입되었다.
이렇게 미니멀하고 임팩트 있는 컨셉을 잡은 광고 제작능력도 뛰어나지만 사실 이 광고를 가능하게 한 건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는 브랜드가 나와서 유사한 컨셉의 광고를 했다면, 나는 먼저 의심이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실제 사례라는 자막이 있어도 '저런게 가능해? 어쩌다가 한두번 생긴일 아냐..?'란 의심이 들었을텐데, 애플이 가진 브랜드 파워와 그동안 제품을 통해 보여줬던 혁신적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믿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플워치의 광고는 이제까지의 어떤 광고보다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애플워치, 긴급구조요청편
https://play.tvcf.co.kr/855551
애플워치, 차량전복편
https://play.tvcf.co.kr/855492
두번쨰, 사실 이 얘기를 하려고 한건데... 어쩌다보니 애플워치의 광고 얘기가 먼저 나왔다.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쓰게 만든 것은 시몬스의 광고다. 시몬스는 오랜동안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브랜드 메세지를 전달해왔다. 그런데 이번 그들의 광고는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고객에게 직접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TV 광고를 통해 체험을 제공하다니..불가능할 것 같은 일인데, 가능해버렸다.
요즘 광고는 스킵해야할 대상이다. 재밌는 광고도 한두번이지 프로그램 전후, 중간에 불쑥불쑥 등장하고 반복되는 광고들은 왠지 시간을 잡아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나 수많은 광고들 틈에서 우리의 메세지만은 꼭 전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듯 빠른 화면전환에 속사포 같은 노래로 혹은 랩으로 메세지를 퍼부어댄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광고에서 하는 메세지가 입에서 맴돌기는 하지만 머리에 담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엔, '야놀자'의 광고가 그랬다. 작년,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고 '야놀자=모텔' 이라는 고객의 인식을 떨쳐내고자 자신들을 숙박 예약앱이 아니라 호텔 등 각종 숙박시설에 통합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호텔사업자 전문 클라우드 기업이라고 강조하면서, '야놀자, 테크놀로지'라는 멘트가 반복되는 광고를 런칭했었다. 워낙 광고가 많이 노출되었기에 무의식 중에도 '야놀자, 테크놀로지'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그렇다고 야놀자와 테크놀로지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야놀자가 테크놀로지 기업이라는 인식은 더더욱 생기지 않았다. 그냥 의미없는 메아리 같았다.) 아무튼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퍼부어 대는 광고가 너무 많다는 것과, 그건 어떤 고객에게는 일종의 소음 공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의 시몬스 광고 캠페인은 전혀 다른 전략을 쓰고 있어서 오히려 눈길이 갔다.
몇개의 variation이 있는데, TV에서는 15초의 짧은 한개의 장면일 뿐이지만, 디지털에서는 이런것들을 여러편 모아서 1분남짓 보여준다. 수영장을 배경으로한 여자들이 물장구를 치는 모습과 물소리, 초록초록한 잔디를 보여주다가 스크링쿨러가 작동하는 소리를 아무런 설명없이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묘하게 힐링이 된다.
시몬스 광고, Full (Oddly satisfying video)
https://play.tvcf.co.kr/858630
소위 ASMR이나 불멍, 나무멍 영상처럼 온갖 영상과 소음에 시달리는 고객들에게 잠깐이라도 휴식을, 눈과 귀를 편안하게 해주겠다는 의도가 어떤 말이나 설명보다 잘 전달되기 떄문이다.
그리고 이는 '편안함'이라는 그들이 오랫동안 고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브랜드 메세지와 딱 떨어진다.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에서 잠을 자는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휴식의 시간이다. 그래서 편안함은 침대의 핵심 소구 포인트이다. 쉬는 동안에도 우리는 인터넷과 TV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피로하다. 그리고 이런 고객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는 시몬스는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전달한다. 다른 회사들처럼 우리 침대는 스프링이 어떻고 알러지케어가 어떻고 등등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고 그저 짧은 순간이나마 눈이, 귀가 편안해질 수 있게 영상과 소리를 들려줄 뿐.
어떤 메세지보다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내가 한창 재밌게 보던 '채널 십오야'의 콘텐츠를 보는 도중에 시몬스의 광고가 떴는데도 스킵하지 않고 약 1분20초 가량의 광고를 지켜봤다.
머리가 복잡할때는 한 30분 정도 이것만 반복해서 보고 있어도 힐링 될 것 같은 기분.
우리 침대는 편안함을 제공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래도 편안함을 전달하고 있다. 이게 익숙해지면 우리는 어느순간 시몬스라는 브랜드를 떠올리기만 해도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얼마나 영특한 전략이고 세련된 커뮤니케이션인가.
이쯤되니, 시몬스의 다음 광고가 기대된다.
'마케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랜디드 콘텐츠의 좋은 예, 토스 피드 (1) | 2022.05.03 |
---|---|
토스의 '사소한 질문들' - tiny pocket 이벤트 (0) | 2022.04.15 |
퍼스널 브랜딩에 관하여 (0) | 2021.11.22 |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매장, BGZT Lab (0) | 2021.11.03 |
결국엔 커머스 ; 당근마켓의 라이브커머스 진출 (1) | 2021.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