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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토스의 '사소한 질문들' - tiny pocket 이벤트

최근 나의 주 관심사는 기업의 브랜딩 활동이다. 

대기업에서 각잡고 큰 비용을 써서 진행하는 브랜딩 보다는 스몰 브랜드나 스타트업의 브랜딩 활동들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어떤 목적하에 브랜딩을 하고 있는지, 비용을 포함하여 인력 등 여러 제약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하고 있는지..등을 같은 업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관찰하고 경험한다.

 

지난번 밑미와 진행한 배민의 리추얼 프로그램은 그런 관점에서 만족도가 아주 높았다.

이벤트를 확인하고 참여하는 과정 (콜라보를 하는 밑미와 배민 두 회사의 채널을 통해서 각각 확인 및 신청이 가능), 

이벤트 당첨안내 (이건 이벤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밑미에서) 및 이후 이벤트 리워드인 리추얼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과정 모두 만족스러웠다. 당첨자를 1차로 배민에서 선별하고, 2차로 밑미에서 확인하는 절차를 걸쳤다고 하니, 밑미에서 당첨자 선정 시 꼼꼼히 신청글을 보고 열심히 참여하면서 어느정도 성향도 고려해서 뽑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첨자들을 위한 리추얼 키트 (푸드에세이를 모은 '요즘사는맛' 서적과 스티커세트)도 좋았고, 리추얼 프로그램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면 주는 깜짝선물 (한정판 문진)도 리추얼 리어리더의 깜짝 건의로 모든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건 사전에 협의가 되었을 수도..). 선물로 문진을 선택한 것도 기발하고, 배민의 캐릭터와 업을 적절히 녹인 문진 디자인도 너무 이쁘다. 게다가 놀라운건 패키지 안에 QR을 스캔하면 책 읽을 때 좋을만한 음악을 플레이해주는 배민의 유튜브 콘텐츠로 넘어간다. '책'이라는 메인 굿즈에 맞춰서 제휴사와 이벤트 내용과 굿즈까지 모든게 연계되어 있다. 

이런 디테일이 감동 포인트다. 어느 것하나 허투루 진행되지 않고 고객에게 책을 읽는 완벽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느낌이다. 음악을 들으며 '요즘사는 맛'을 읽고 간직하고 싶은 구절이 있으면 문진을 사용해 잠시 시간을 갖고 들여다 본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리추얼의 일환으로 음식관련된 짧은 글을 쓰고 단톡방에 글을 올리고 리추얼 메이트들의 글을 읽고 감상과 응원의 댓글을 남긴다. 각각의 아이템이 제 역할을 하고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만족스러웠고 완벽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주, 이와 유사한 느낌의 이벤트가 toss에서도 진행되었다.  배민의 이벤트와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른 경험을 준 토스의 굿즈 이벤트를 직접 경험하며 이벤트 방식에 따라 고객 경험이 얼마나 차이가 날 수 있는지 느꼈다.

토스 역시 토스피드의 실렸던 오리지널 콘텐츠 중 일부를 엮은 '사소한 질문들' 이라는 작은 책자를 발간하고, 이걸 고객들에게 배포하는 형태였다.  

사실 토스의 책자는 배민의 푸드에세이를 모은 책보다는 관심이 낮았지만, 글은 좋았기에 기대 되었다. 게다가 배민의 스티커와 문진을 본 후라 어떤 세련된 굿즈를 만들었을지 기대가 되었다.

토스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에서  11일부터 배포가 된다는 걸 알고 바빠서 지나칠까 걱정되어 휴대폰 스케줄러에 일정을 넣었다. 4/11, 토스 tiny pocket 배포.

특이한 점은 신청을 받고 추첨을 해서 배송해주는게 아니라 제휴된 배포처가 있었다. 서울 9곳과 서울을 제외한 전국 12개 독립서점 및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정해진 물량이 몇개인지는 몰라도 선착순 배포라는 말과 배포 조건은 배포처별로 상이하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남겼다.

고객 입장에서는 명확하지 않은게 2개다. 하나는 내가 해당 배포처를 방문하는 시점까지 굿즈가 남아 있을 것인가 (배포처별 물량이라도 대략 알려주었다면 언제쯤 가면 받을 수 있겠지 정도를 추측해볼 수 있는데, 실마리게 될 정보는 전혀 없었다.) 나머지 하나는 배포처별로 상이하다는 배포조건이다. 굿즈가 남아 있어도 내가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만 한다는 거다.

토스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이벤트 런칭 포스팅

 

물론 배민처럼 이벤트에 응모해도 당첨할지 말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신청이유를 정성스럽게 쓴다면 당첨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는 합리적인 추정은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서울시내 배포처는 모두 강북에 몰려있었다. 회사도 집도 강남인 내가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굿즈 때문에 강북까지 가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다행히 강남의 유일한 배포처는 회사에서 걸어서 30분, 택시를 타면 10~15분 걸릴 거리다. 문제는 해당 배포처의 운영시간이 저녁 7시까지라는 거다. 퇴근하고 가면 거의 닫힐 시간.

11이 아침부터 고민하다가 점심을 포기하기로 했다.

토스의 인스타그램 안내에는 굿즈가 소진되었을 수도 있으니 꼭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고 방문하라고 되어 있었는데,

강남 배포처는 아침부터 전화해도 아예 전화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엔 전화 문의가 너무 많아서 매장에서 전화를 꺼놓은 상태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4~5번 전화를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서 일단 방문해보기로 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지도를 켜고 땀을 흘리며 30분 정도를 걸어가니 도착,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 근처에 있는 카페겸 작은 전시공간이 있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없는게 분위기가 싸했다.  잠깐 둘러보다가 점원에게 물으니, 무슨 말인지 모른다.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에 위축되어 '토스의 tiny pocket 배포처 아닌가요...'를 묻는데 여전히 그 점원은 못알아듣고, 다른 점원 한명이 알아듣고 대답하길 '다음주부터인데 토스에서 잘못 안내가 나간것 같다. 우리는 아직 전달받은게 아무것도 없다.'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인스타그램을 다시 확인해봐도 배포처별 배포날짜가 다르다는 말은 없고 분명 4/11부터 배송이라고 적혀있다. 다시 30분을 걸러 사무실로 오니 점심시간이 다 끝나버렸다. 허탈하기도 하고 약간 짜증도 났다. 배포처가 고작 21개인데, 안내에 혼선이 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토스의 담당자는 알고 있을까?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나같은 사람이 또 생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토스 인스타그램에 DM을 보냈다. 강남지역 배포처로 공지한 곳에서 직원들이 차주 배포로 알고있다..는 내용으로. 얼마 후 조치를 취해서 오늘부터 배포한다는 답신이 왔다. 그러면서 잘못된 점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주소를 알려주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그 먼곳에 갈일이 없을 것 같아 고맙다며 주소를 보냈다. 

오늘 날씨가 유독 좋아서 점심 시간에 좀 걸을까 생각하다가 토스 굿즈가 떠올랐다.

월요일에는 처음 가는거라 지도보면서 찾아가느라 불편했는데, 오늘은 길도 알고 있고 날씨도 좋고 금요일이라 마음도 가벼우니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굿즈를 보내준다고는 했지만 아직까지 못받았고...혹시나 그 마저도 혼선이 있어서 배송이 안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조금 있었다.)

아직까지 굿즈가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토스에서 보내준다고 했으니 못받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부담을 가지 않고 산책하듯 걸어갔다.

지난번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카페 한쪽 코너에 마련된 매대의 상품을 구매하면 선물로 준다고 한다. 몇권의 책과 스트레스와 이완에 도움이 되는 우드 스틱과 태워서 향을 내는 말린 허브바 들이 있었다.

우드 스틱은 평소 관심이 있던터라 구매를 하고 굿즈를 받아왔다.  아마 30분 걸려 걸어가지 않았다면 굳이 안샀을 것 같은데, 두번의 방문에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마음에 굿즈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굿즈는 평범했다. 굿즈는 책이 메인이되, 스타커 세트와 로고가 새겨진 돈봉투 2개 그리고 친환경 비누 브랜드인 동구밭의 비누 1개가 에코백 스타일의 작은 주머니에 담겨 있다.  이틀간 방문에 소요된 나의 2시간과 우드스틱에 돈을 쓸만큼의 가치가 있는건지는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그렇게 받고 싶던 굿즈를 받았지만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왜 이런식으로 배포를 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이어졌다.

내가 배포처에 갔을 때, 토스의 이벤트에 관한 안내는 어느곳에도 없었다. 나의 경우를 보면 주생활권이 강남이지만 전에 가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공간을 방문했으며 그것만으로도 배포처 입장에서는 홍보 및 고객 유인 효과가 있는데 그들은 그냥 주지 않고, 자기 매장에서 무언가를 구매할 것을 요구했다. 토스의 굿즈를 받고 싶어서 토스의 이벤트를 응모했는데, 결국 내가 방문하고 돈을 지불한 것은 배포처이다. 그럼에도 배포처는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 토스의 이벤트를 안내하거나 굿즈를 진열하지도 않았다. (물론, 나는 한곳만 방문했으니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다.) 토스 담당자는 배포처와 어떤 식으로 협의를 한걸까? 배포 조건은 그쪽에서 알아서 하세요, 고객이 물어보면 알려주시고요... 정말 이렇게 협상을 했을까? 

평소 토스앱의 고객경험 디자인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번 이벤트 과정이 의아할 수 밖에 없다.

복잡한 보험상품을 그리 심플하고 세련되게 구현할 수 있는 토스가, 그렇게 고객경험에 집착하는 토스가 왜 이 단순한 이벤트에서 고객 경험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을까. 토스는 배포처와의 제휴를 통해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그게 제대로 구현된걸까?

굿즈에 포함된 동구밭의 비누는 유일하게 토스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제품인데, 어떤 의미를 담은 걸까? 물론 토스피드에 장애 관련 글이 있기도 해서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이라서 넣은 것 같긴한데...다른 굿즈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비누를 제외하면, 사소한 질문들 (토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돈봉투 (금융 서비스니깐), 스티커 (사소한 질문들과 어울리는 다양한 디자인의 물음표) 이 연결되는 듯하면서도 조화가 되지 않는 느낌이다. 

사소한 질문들을 엮은 책인 메인으로 보이는데, 차라리 책에 물음표 스티커만 넣어서 신청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편이 고객입장에서는 훨씬 편리하지 않았을까?  예산이 문제라면 신청자 중 추첨을 하거나 아니면 온라인 서점과 연계하여 최소한의 원가 (인쇄비 정도)만 받고 판매하면 어땠을까?

 

나는 그동안 토스의 비즈니스 전개과정, 토스앱의 깔끔한 UI 때문에 일종의 팬심을 갖고 있었다. 토스가 하면 '이유가 있겠지' 라며 일단 편을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이벤트는 이런 믿음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난 느낌이다.

왜 이런 방식으로 이벤트를 했을까...이번 이벤트를 경험하면서 토스에 대한  '사소하지 않은' 질문만 남았기 때문이다.

 

tiny pocket에 들어있는 굿즈들
'사소한 질문들' 글을 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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