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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금융

빅테크 보험업 진출 반대에 시위를 보고

빅테크의 보험비교/추천 서비스 허가에 따른 보험사 및 설계사들의 반발을 보고 있노라면

심야택시난에서 비롯되어 논의되고 있는 택시 규제개혁이 연상된다.

택시도 보험처럼 소비자들의 오랜 불만이 축적된 서비스 영역이었다.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택시를 이용해왔지만 요금만 변했지 서비스나 그를 이용하는 과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화가 아니라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정도? 분명 내 돈을 내고 타는데도 긴장하고 편하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기사님이 끼어들기를 하며 무섭게 달려도 괜히 기분을 거슬리게 하면 더 위험해질까봐 눈치를 보며 손잡이를 꼭 잡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택시를 타지 않게 되었다. 부득이 타야하는 상황이 오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모범택시를 탔다. 그러다 접한 것이 우버. 택시의 2~3배 요금이었지만 아깝지 않을만큼 편안했다. 실내는 쾌적했고 생수도 한병 준비되어 있었다. 기사님은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말하지 않았다. 라디오도 내 의향을 물어보며 볼륨을 조정했다. 모범택시보다 나은 대안에 반가웠던 것도 잠시, 우버는 택시업계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중단되었다. 당시 택시기사들은 우버를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했다.

그런데, 그건 아주 표면적이고 단기적인 시각이었을 뿐, 택시업계가 어려워진 근본적인 원인은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지 못하고 몇십년째 변하지 않는 택시기사와 택시업계에 있었다.

고객들은 언제든지 나은 대안이 나오면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때 등장한 것이 우버였을 뿐.

이후, 풀러스와 같은 혁신 서비스들이 나왔지만 규제와 반발에 가로막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나온 것이 타다.

VCNC는 차량 대여사업자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릴 경우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한 여객운수법상 예외 규정을 근거로 타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편리한 이동수단에 목말랐던 고객들은 11명 이상이 아니라 한두명 이동하더라도 타다를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고 이는 곧 택시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분명 규제를 피해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정부는 기존사업자의 편에 서서 규정을 바꾸고(타다금지법 통과) 타다 서비스를 불법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에 따라 VCNC는 수도권에서 1,500대 가량 운행하던 타타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할 수 밖에 없었다. 택시업계는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새로운 서비스들을 없애버렸고 기존에 하던대로 영업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했음에도 많은 택시기사들이 업을 떠났고 택시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객들은 밤마다 택시를 잡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혁신 서비스를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무너뜨렸지만 그 결과는 택시업계와 고객 모두를 패자로 만들어버렸다..

 

보험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기존의 설계사 채널과 이를 운영하는 보험사나 보험대리점은 변화에 소극적이면서 정작 혁신적인 서비스를 들고 업계에 들어오는 새로운 player들에 대해서는 설계사의 생존권을 운운하며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표심을 의식한 정부가 이번에도 빅테크의 보험진출을 막으면 보험설계사와 보험사들은 예전처럼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은 이미 설계사들의 push형 영업방식, 정작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추가가입과 리모델링에 지쳐있다. 무슨 상품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설명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보험산업은 각종 규제 탓이기도 했지만 금융업 중에서도 가장 변화가 느린 산업으로 업체간 경쟁구도도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해왔다. 그러다보니 다른 산업이 고객중심으로 다양한 혁신과 변화를 이어나갈 때도 '보험은 다르다' 라는 인식으로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객의 pain point를 개선하는데 능숙한 빅테크가 보험업에 진출하니 일단 막고 보자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변화는 누구에기나 힘들다. 그러나 흐르는 강물의 방향을 억지로 바꾸기 어렵듯이 변화의 흐름을 잠깐 막을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

빅테크의 진입을 막기 위한 노력보다는 차라리 온몸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체질개선과 본격적인 비즈니스 혁신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정부 당국도 표심이나 정치적 인기를 의식하기 보다는 무엇이 고객을 위하는 것인가에 기반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공정하게 의사결정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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