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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방구석 드라마 추천_눈이 부시게

작년에 본 TV 드라마 중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

드라마 시작 전 광고로 보았을 때는 타임슬립 드라마인 줄 알았다.

대놓고 판타지면 모르겠지만 한지민과 김혜자가 출연하는 드라마로 타임슬립은 좀 공감이 안갈 것 같아서 스킵했었다.

그러다 후반부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되었는데, 남주였던 남주혁 때문에 보다가 스토리에 꽂혀서 역주행했다.

총 12부 중 10부 마지막에 가서야 이 드라마다 '치매'를 주제로 했다는 걸 알게된다.

한동안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못할 정도로 반전이었다.

이후 남은 11, 12회에서 김혜자의 과거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그동안의 관계들이 재설정된다.

엄마 아빠인 줄 알았던 사람은 아들과 며느리로, 그렇게 좋아했던 남자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었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치매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하게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같은 주제를 다뤘던 Still Alice라는 영화도 너무나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내서 좋았는데,

눈이 부시게는 마치 동화처럼 전혀 다른 톤으로 만들었는데 더욱 좋았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 에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드라마를 통해서 치매에 걸린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일상을 살아가고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감동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해한다.

다만 우리와 다른 관점으로 사물과 상황을 이해할 뿐인 것이다.

 

11, 12화는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는데, 슬퍼서라기 보다는 공감이었던 것 같다.

힘들어보이는 삶일지라도 그안에 눈부시게 찬란한 순간이 있으니까. 그걸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하고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치매라는 민감한 소재를 너무나 따뜻한 그리고 예쁜 이야기로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김혜자 배우가 어느 시상식에서 다시 얘기해준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걱정과 불안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 있다면 들려주고 싶다.

 

'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사랑하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아였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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