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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금융

국내 인슈어테크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이유

인슈어테크는 보험을 뜻하는 Insurance와 기술 Technique의 합성어이다.

핀테크가 IT 기술과 접목된 전반적인 금융산업을 일컷는다면 인슈어테크는 보험에 특화된 영역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인슈어테크란 단어가 가장 많이 회자된 때는 2017~18년 이었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반하여 소위 보험 설계사라 불리는 대면 영업채널의 푸쉬형 영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불신을 캐치한 창업자들은 이쪽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고객의 불만이 가장 크다고 느끼는 채널 부문의 고객경험을 개선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설계사와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형태. 

당시 서비스 제공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주는 중개 비즈니스 모델을 본딴 플랫폼이 모든 산업영역에서 등장할 때였다.

가사 도우미부터 시작해 변호사, 병원, 부동산까지 중개 모델을 바탕으로한 기업들이 넘쳐났고, 보험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맵을 포함해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스타트업들이 유사한 앱을 만들었고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홍보하고 다녔다.

당장 눈에 보이는건 중개 모델 (좀 더 나아가면 고객 니즈/성향에 기반한 상담사 매칭)이지만 이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 U/W 까지 가능하다는 핑크빛 비전을 제시했었다.

그로부터 대략 7~8년이 흐른 지금, 다른 분야 같으면 유니콘까지는 아니어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로 성장한 기업이 한두개 쯤은 있을 법도 한데, 유독 인슈어테크 분야에서는 그런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는다.

(토스 인슈어런스는 단순 중개모델을 기반으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정식으로 보험업 등록을 했기 때문에 인슈어테크의 예로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인슈어테크란 용어가 업계에서는 한물간 용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에서 보험업계 '인슈어테크'바람 이라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 언급된 인슈어테크는 모두 해외사례. 미국에서는 인슈어테크 기업의 대표격인 레모네이드부터 그동안 놓치고 있던 싱가포르, 이스라엘 기업들의 사례가 있었다.

 

문득, 왜 우리나라만 소위 성공했다고 느껴지는 인슈어테크 기업이 없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사업투자와 무관한 나조차도 그들의 피칭을 들을 때면 차별화 없는 비즈니스 모델과 명확하지 않은 수익모델로 인해 크게 신뢰가 가지 않았다. 단발성 마케팅 협업은 고려했지만 투자나 장기적인 협업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기사에 나온 레모네이드나 이스라엘의 페이여행자보험, 기상지수보험을 개발한 싱가포르의 이글루 등의 해외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고객의 페인포인트에 보다 집중했다. 기존의 보험으로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을 찾거나, 기존의 서비스가 갖는 불편함을 기술과 접목하여 해결하고자 했다.

반면, 당시 국내 인슈어테크들은 고객보다는 기업의 니즈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험을 구매할 때 원하는 설계사를 찾기가 어렵다는 고객의 불만에서 출발했을지 모르지만 해당 서비스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는지 기업의 관점에서 풀어나갔다. 즉, 보험을 가입할만한 고객을 찾아서 보험사나 대리점의 설계사들에게 연결시켜주는 모델, 쉽게 말하면 과거부터 계속 존재했던 DB 제공 모델이었다.

그 과정을 플랫폼을 이용해 조금 단순하게 만든것만 달랐다.

 

그러다보니 해당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한두번 호기심에 이용하더라도 다시 이용할만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들이 매칭해주는 설계사가 고객의 성향에 그닥 잘 맞지도 않을 뿐더러 단순한 문의에도 상대방 설계사는 기존에 하던 대로 집요하게 보험 가입을 설득했을 것이다. 즉, 전반적인 고객 경험은 인슈어테크 서비스를 통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거나 광고를 집행했던 기업들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광고 외 뚜렷한 수익 모델 없이 중개형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기업들은 점차 사라졌갔다.

 

이들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 고객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 것. 눈에 보이는 현상 뿐 아니라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에 대해 파고들지 않으면 제대로된 솔루션이 나올 수 없다.

- Legacy 모델과 차별화 할 것. 단순히 기술을 접목시켜 조금 편리하게 만든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누구나 쉽게 카피하고, 특히 자본과 경험이 풍부한 기존 사업자가 그들보다 더 잘 구현할 수 있기에 스타트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 100% B2B 서비스가 아니라면 무조건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모델이 투자를 받기엔 유리할 지 몰라도 고객이 외면하면 기업도 결국은 외면하게 된다.

- 솔루션이 정해진 후 해당 솔루션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기술 자체가 목적이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먼저 솔루션이 나오고 그를 위한 최적의 기술을 정하는 것이다. 단지 AI기술이, 빅데이터가, 클라우드가 대세라 접목하는 건 의미가 없다. 어떤 솔루션은 평범한 기술로도 가능하다.

 

최근엔 업무가 브랜딩으로 바뀌면서 국내 인슈어테크에 기업에 대해 f/u 못하고 있지만 회사 CVC 투자 list를 봐도 인슈어테크 기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제대로된 인슈어테크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끔이라도 회자되는 곳은 보맵과 해빗팩토리 정도.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열심히 보험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을지 모른다.

업계 종사자로서 국내에서도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자극을 주고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인슈어테크 기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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